마음이 쓰리다
내가 결혼해서 독립을 하기 전까지는 매일 나와 함께 잠도 자고 산책도 한 내 동생 쵸이
내가 친정에 갈 때면 항상 내 품에 안겨있는 쵸이
뽀뽀도 하고 얼굴도 비비며 내 품을 파고드는 쵸이
그런 쵸이가 너무 사랑스럽다.
그런데 쵸이가 이상하게 한 달 전부터 안겨있지 않는다. 예전만큼 반기지도 않는다.
친정에 갈 때마다 쵸이집 앞에 앉아 바라보는데, 예전 같았으면 내 냄새를 맡고 나와서 꼬리를 흔들었을 텐데… 언젠가부터 잠을 잔다. 잠에서 깨서도 집에서 바로 나오지 않고 한참을 앉아있는다.
안아주려 했는데 불편한지 내리라고 한다.
그래도 손길을 거부하지는 않아서 많이 쓰다듬어주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너무 쓰리다. 인간도 동물도 시간이 지나면서 나이가 들고 몸이 약해지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내 마음이 많이 아프다.
“안겨있지 않아도 괜찮아 아프지만 말고 곁에 오래 있어줘 쵸이야”
2023.9.24일의 내 일기
그래서였을까? 쵸이는 아프면서도 곁에 오래 있어주었다. 그때의 쵸이를 떠올려본다.
쵸이는 눈이 보이지 않아 늘 가벼운 야구모자를 쓰고 있었다.
어디에 부딪히지 말라고 씌워준 모자, 머리가 닿기 전에 모자의 캡이 닿으라고 씌워준 그 모자를 쵸이는 그리 좋아하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인지 그 모자를 쓰고 있는 쵸이를 보고 있으면 쵸이가 왠지 우울해 보였다. 그리고 쵸이는 여기저기 부딪히며 다녔다. 모자 덕분에 피할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모자를 써도 피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산책을 못 나가니 집 안에서라도 열심히 걷고 움직이라고 우리 가족은 쵸이의 활동반경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쵸이가 부딪히면 아플만한 것들이 많은 집 안에서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이 어쩌면 쵸이를 더 아프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 내가 쵸이를 데려왔다면 쵸이는 어땠을까?
한 번은 쵸이가 우리 집에 온 적이 있다. 낯선 장소를 싫어하는 쵸이는 우리 집에서 물 한 모금 먹지 않았다. 내 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끔 몸을 떨며 안겨있었다. 사료도 물도 간식도 어느 것도 먹지 않았던 쵸이
생각해 보니 쵸이는 산책을 나가서 무얼 먹은 적이 없다. 물도 간식도 가지고 나가보았지만 먹지 않았고 산책 중 쵸이가 귀엽다고 간식을 건네시는 분들의 손길도 경계하고 싫어했다. 사회성이 부족한 쵸이에게 교육을 시키기 위해 방문선생님이 오신 적이 있는데 그때도 간식으로 교육을 시킬 수 없었다. 남이주는 간식을 전혀 입에도 대지 않았던 아이
그런 쵸이가 우리 집에서 물도 간식도 안 먹는 건 우리에게 크게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저 빨리 집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다시 생각해 본다. 그때 쵸이를 내가 데려왔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그것도 내 욕심일지도… 쵸이에게 너무 큰 스트레스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2년 전의 쵸이를 회상해 보면 쵸이는 야구모자를 쓰고 자기 자신도 잘 모르는 세상 속에 갇혀 그저 걷고 걷고 걷는 모습이었던 것 같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안쓰럽고 속상한 가족들
얼마 전에 강아지 치매약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증세가 좋아지기도 하고 진행이 늦춰지기도 하는 효과가 있는 치매약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쵸이를 떠나보내고서야 알았다. 내가 얼마나 무지하고 얼마나 관심을 두지 않았던 건지…
우리 가족은 유난히 병원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웬만하면 집에서 쉬며 나아지는 편이기도 하고 약도 싫어한다. 그런 성향은 우리 쵸이에게도 영향이 있었다. 그런 성향이 쵸이를 치료해주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