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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이 Mar 02. 2023

베트남 4년차, 샤워필터에 대한 제 의견은요

제 노랗디 노란 샤워필터 구경하실 분?



가끔 베트남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의 글에서 샤워필터를 챙겼다는 내용이 심심찮게 보인다.

오늘은 이 샤워필터가 필수인지에 대한 나의 생각과 베트남에서 살며 직접 느낀 베트남의 '물'에 대한 의견을 간단히 적어보려 한다.


오늘 글은 단순히 저의 생각과 경험에 근거한 주관적 내용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얼마 전 이사를 하며 샤워필터 속 필터를 바꿨다. 동그란 패드는 딱 6개월 사용했고, 긴 필터는 약 3개월 정도 된 상태이다. 그리고 옆의 알갱이들은 필터에 붙어있던 석회가루이다. 세면대나 주방 싱크대에는 정수필터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았는데 다시 한번 설치를 고민하고 있다. 필터를 설치하지 않은 세면대도 샤워기와 별다를 것 없는 투명한 색의 물이 나오던데.. 그 투명한 물속에 저런 석회가루를 숨겨두었다니 꽤나 괘씸하군.


하지만 베트남에 와서 얼굴 피부가 안 좋아졌다거나, 트러블이 심하게 난 적은 없다.

얼굴에 뭔가 안 좋은 반응이 있었다면 세면대에도 바로 필터를 설치했을 텐데, 여태 고민만 하고 설치를 미루고 있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반면 샤워필터를 설치한 샤워기의 물로 감는 두피와 머릿결은 한국에 있을 때에 비해 상태가 많이 안 좋아졌다. 한국에서는 머리 감을 때 종종 트리트먼트를 까먹거나, 일부러 생략한 적도 있는데 베트남에서는 무조건!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트리트먼트를 했을 때와 안 했을 때의 머릿결 차이가 엄청나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빗자루 머릿결이 이런 걸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머리가 아주 빳-빳-해진다.

두피에도 각질이 많이 생긴다. 두피 각질은 한국에 있을 때도 종종 일어나긴 했지만, 한국에서는 특정 이벤트 (미용실 방문, 스트레스 등) 이후에만 생기던 게 베트남에서는 디폴트 값이 되었다. 다행히 그 정도가 심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까만 옷 입을 때 종종 체크는 해줘야 한다. 두피 각질은 나뿐만이 아니라 베트남에 거주하는 나의 몇 친구들도 똑같이 고민하는 부분이라, 확실히 물의 영향을 받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러니 필터를 설치하더라도 한국과 같은 수준의 수질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3개월 사용한 필터와 새 필터 비교


사실 나는 장기 거주가 아니라 3박 4일 같은 단기 일정으로 여행을 가는 거라면, 굳이 그 사나흘을 위해 필터를 구매하거나 샤워헤드와 필터를 챙겨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진을 올려놓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게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 보일지는 몰라도) 베트남 생활 3년 차부터 샤워필터를 사용했는데 필터 색은 눈에 띄게 달라지지만, 내가 직접 느끼는 차이점은 크게 없었기 때문이다.


건물에 따라 한국에서도 저 정도로 필터 색이 바뀌는 집이 존재한다. 베트남도 호텔에 따라 하루 만에 필터 색이 바뀌는 곳도, 일주일이 넘게 괜찮은 곳도 있다. 한국 물이 씻고 나면 피부든 머릿결이든 훨씬 부드러운 건 맞지만 결국 베트남도 다 사람 사는 곳이라, 샤워필터 안 낀 물로 샤워 며칠 한다고 큰일이 나는 건 아닐 테니.. (피부가 예민한 경우 제외)


여행을 위해 새로 구매하는 게 아니라, 집에 원래 사용하던 필터가 있다면 기왕이면 들고 오는 게 좋겠지만 친구가 나한테 '베트남으로 여행 가는데 필터 사가야 해?'라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굳이...?'

(샤워필터 회사가 이 글을 싫어합니다)

하지만 한달살이를 하러 온다? 그럼 사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말해줄 것 같다.


결국은 개개인의 선택이고 취향이다.



필터 전후 사진은 이렇게 적나라한 걸로 올려놓고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건 아닌 나.. 제법 웃길지도?

 

아, 필터가 있든 없든 양치 후에는 생수로 한 번 헹궈주는 게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후로 나도 세면대 옆에 항상 생수 한 병을 가져다 둔다.


모쪼록 이 글이 베트남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의 글은 여기에서 마무리지어본다. 3월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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