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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이 Feb 27. 2023

베트남 산다고 돈을 적게 쓰는 건 아니에요

베트남어 못하는 내가 베트남에서 살아가는 방법


첫 글에서 밝혔다시피 나는 베트남에 거주한 지 4년 차가 되어가지만 베트남어를 할 줄 모른다. 오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큰 불편함 없이 잘 살아갈 수 있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지금껏 살며 느낀 바로,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인에게 상냥한 편이다. (박항서 감독님 감사합니다.)


 

VPMILK 요거트 광고모델 박항서 감독님..ㅎㅎ 출처:스피드엘


그래서 번역기나 영어, 바디랭귀지를 이용해 이야기해도 귀엽게 봐주고 베트남어를 조금이라도 하면 기특해(?)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난 밖을 잘 나가지 않는다. 가끔 카페나 네일 가게 등을 가긴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편이라 사람들과 마주칠 일도 거의 없다.

이런 나를 보며 먹는 건 어떻게 해결하고, 그럴 거면 뭐 하러 베트남까지 가서 사느냐 묻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난 바로 이렇게 살기 위해 베트남에 온 것인데! 그리고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돈을 적게 쓰는 것도 아니다.


오늘은 나 같은 집콕러들의 삶의 질 상승을 도와주는 베트남 어플을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소개해보고자 한다.

자주 사용하는 베트남 어플들(vpn제외)





1. 마트 어플 (롯데마트/메가마트)


배달 앱보다 자주 사용하는 롯데마트 어플 Speed L. 롯데마트는 베트남 여러 지역에 입점해 있고, 어플에서 한국어도 제공하기 때문에 한국인이 정말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적립된 포인트로는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하거나, 베트남 롯데 시네마 티켓도 살 수 있다.

고객 서비스 센터에는 한국어 가능 상담사가 있어 간혹 문제가 생기더라도 비교적 빠르고 편리하게 해결이 가능하다. 그리고 내가 롯데마트 어플을 가장 자주 사용하는 이유! 바로 15만 동 이상만 구매하면 무료 배달이 된다는 것. 15만 동이면 한국 돈으로 약 8천 원 정도인데, 마트에서 8천 원어치 사는 건 식은 죽 먹기인지라 배송비를 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할인행사도 자주 하고, 한국 제품도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어 베트남에 거주하는 한국인에게는 너무나 고마운 어플이다.

주문내역 89건 어메이징

메가마트는 MCard라는 어플을 이용해서 포인트를 관리하고 주문도 할 수 있다. 규모는 훨씬 작지만 그래도 트레이더스나 코스트코를 연상케 하는 창고형 매장이다. 같은 제품을 많이 살수록 가격이 저렴해지는 것 같았는데 한 번에 많이 산 적이 없어서 정확하게는 잘 모른다. 1인 가구가 늘 그렇지 뭐..

신선제품도 종류가 상당히 많고 한국, 일본, 태국, 유럽의 식료품은 따로 섹션을 나누어 판매하고 있어서 한 번 쇼핑 가면 시간 순삭. 메가마트는 온라인으로 주문했더니 지정한 배달 시간보다 늦게 오거나 냉장, 냉동 제품이 녹은 채로 온 적이 꽤 있다. 게다가 60만 동 (한화 3만 원) 이상 사야 무료배송이 가능한지라 온라인 배송보다는 주로 직접 방문하는 편이다. 온라인으로는 60만 동도 못 채우겠던데 직접 가서 쇼핑하면 100만 동도 훌쩍 넘게 살 때가 많다. 여긴 벼르고 벼르다 몇 달에 한 번씩 가기 때문에 더 그런가?

웹페이지나 어플 모두 영어버전을 제공하긴 하지만, 영어로는 상품 검색이 잘 되지 않아서 불편하다.


아, 그리고 같은 제품이어도 어떤 건 메가마트에서 훨씬 저렴하고, 또 다른 건 롯데마트에서 저렴할 때가 많아서 가격 비교는 필수다. 참치캔 하나에 오백 원씩 차이 난다!




2. 쇼핑 어플 (라자다/쇼피)


내가 베트남에서 온라인 쇼핑을 이렇게 많이 하게 될 줄 몰랐지.. 그건 다 라자다 때문이다. 라자다와 쇼피 둘 다 규모가 상당히 큰 온라인 쇼핑 사이트인데 나는 주로 라자다를 이용한다. 채팅상담도 영어로 편하게 받을 수 있고, 제품에 문제가 생길 경우 환불처리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벌써 세네 번 정도 환불을 받은 것 같다. 제품이 잘못 온 경우, 제품이 누락된 경우, 제품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 이 세 가지는 모두 겪어봤다.

한국에 비해 실패확률도 높고 배송이 오래 걸리는 편이지만 많은 제품이 타오바오에서 그대로 떼다가 파는 거라 그런지 가격은 저렴하다. 견과류와 오트밀을 주문한 적이 있는데 둘 다 밀봉된 포장 안에서 벌레가 발견되어 그 이후로는 마트에서 구매한다.

견과류는 구매하고 2주 뒤 (하필 딱 보름째 되는 날) 발견해서 환불이 불가했지만, 오트밀은 빠르게 환불받았다.


라자다 환불을 위해 기억해 두면 좋을 꿀팁 두 가지!  

1) 박스 개봉 전 위에 붙어있는 송장 꼭 사진 찍어두기

2) 가능하다면 언박싱 과정 동영상 촬영하기

환불받고자 하는 제품이 정말 라자다에서 구매한 제품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송장번호와 제품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휴대폰 케이스 세 개를 샀는데, 저렴한 제품 두 개만 들어있고 가장 비싼 제품 하나가 빠져있었다. 다행히 택배를 뜯기 전 이건 도저히 세 개가 들어있을 수 없는 무게와 부피라는 생각이 들어 개봉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두었고, 이 동영상을 보내자 빠르게 환불처리를 도와주었다. 이 일이 있고 난 뒤부터는 개봉할 때 무조건 동영상 촬영 버튼부터 누른다.


아, 그리고 라자다와 쇼피 모두 착불이 가능하다. 배송비는 물론이고 구매한 제품에 대한 결제 자체를 택배기사님께 하는 방법이다. 중국에서 택배를 보내면 배송이 2주가량 걸리는 경우도 있는데, 현금 결제를 선택해 두면 마음이 훨씬 편하다. 안 오더라도 그냥.. 안 받고 돈 안 주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카드 결제했는데 2주 동안 소식이 없다? 그럼 그때부터 초조해지는 거다. 그래서 나는 항상 현금 결제! 하지만 베트남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모모나 zalo pay로 결제할 경우 다양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현지인들은 현금 결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베트남도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엄청나게 활성화되어 있어서 익숙해지면 아주 편하다.

라자다에서 사용 가능한 바우처나 크레딧으로 환불받는다




3. 배달 어플 (배달K/그랩)


쇼피푸드, 배달의 민족도 있지만 내가 월등히 많이 사용하는 배달 어플은 그랩 푸드와 배달K. 배달K는 주로 한국 음식을 주문할 때 사용하고, 그랩 푸드는 그 외의 음식과 커피를 주문할 때 사용한다. 배달K에는 대다수의 한국식당이 입점해 있고, 주문과 리뷰작성을 통해 포인트를 모을 수 있다. 또한 주문 시 한국어로 요구사항을 작성할 수 있어서 비교적 편하다. 사장님이 한국분이 아니신 경우에는 영어나 베트남어로 요청사항을 적어달라는 문장이 적혀있다.


그랩은 할인 쿠폰이 많아서 차량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음식을 배달할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랩 어플은 한국에서도 이미 유명하지만, 그래도 간단히 설명해 보자면 베트남의 카카오택시랄까..? 카드를 연동하면 현금으로 차비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어 편하고, 카택과 마찬가지로 내 위치를 메시지로 공유할 수 있어서 일반 택시보다 훨씬 안전하다. 또한 요금이 얼마인지도 미리 알 수 있어 바가지 쓸 걱정도 없다. 모든 베트남 여행객들이 일 순위로 다운로드하는 어플임이 분명하다.


아무튼, 그랩 어플에서는 차량 서비스 이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차량 외에 (혹은 차량 서비스보다 더) 자주 이용하는 건 푸드 딜리버리!

행사를 하는 가게도 많고, 가게별로 혹은 그랩 자체에서 제공하는 할인쿠폰이 많아서 잘만 찾아보면 정말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배달시킬 수 있다. 현지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가게는 메뉴에 사진도 없고 베트남어로만 적혀있는 경우가 있어 그럴 땐 캡처해서 구글번역을 이용한다. 물론 나는 거의 사진을 포함한 영어 메뉴가 있는 가게를 이용하는 편이고 별점도 꼭 확인한다.

좌: 배달K, 우: 그랩 푸드

배달K와 그랩 모두 거리에 따라 배달비가 책정되고, 내가 있는 지역의 경우 가까우면 이만 동 (한화 약 천 원), 평균 배달비는 4만 동 (이천 원) 내외인 듯.

좀 먼 곳은 6,7만 동 (삼천~삼천오백 원)까지 내본 적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배달비가 음식 가격보다 비싸거나 비슷해지면 그냥 다른 곳에 시키는 편이다.




베트남이 한국에 비하면 물가가 저렴한 것은 분명하지만, 본인이 어떻게 소비하느냐에 따라 생활비가 비슷하게 나올 수도 있다. 내 지난 몇 달간의 지출내역을 보니 매달 월세를 포함해 대략 구십만 원 정도를 지출하는 듯하다. (한화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보험료, 적금 제외 순수 생활비) 되도록이면 절약하고자 노력하지만 그렇다고 스스로를 불쌍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할인쿠폰이나 마트 행사제품을 야무지게 활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그랩 차량을 부르는 대신 걸어 다니거나 그랩 오토바이를 이용한다. 그리고 그렇게 아낀 돈으로 카페를 가고 집을 더 안락하게 꾸미는 데 사용한다. 이를테면 테이블보나 소파커버 구매하기. 월 생활비는 한국에서 살 때보다 줄어들었지만, 그 대신 한 번 한국에 가면 돈을 엄청나게 쓰게 되기 때문에.. 솔직히 연간 소비액만 놓고 본다면 크게 줄어든 건 없는 것 같다.

11~1월 소비내역. 2월부터는 월세가 올라서 지출이 더 많아졌다.


동남아에서의 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은 대개 대도시에 비해 평화롭고 느린 생활 리듬, 저렴한 물가등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도시에 사느냐에 따라, 또 본인의 생활 및 소비 패턴에 따라 생활비와 만족도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느려지는 건 생활 리듬뿐만이 아니다. 관공서의 일처리, 택배, 배달, 택시 속도 등 많은 것이 함께 느려진다. 동남아 국가만 가면 돈도 훨씬 덜 쓰게 되고 마음이 편해질 거란 마음가짐으로 왔다가는 금방 지치고 실망할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베트남을 비롯해 다른 나라로의 이주를 생각 중이라면, 충분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심사숙고한 뒤 국가와 지역을 선정하는 걸 추천한다. 먼저 한달살이를 해본 뒤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리고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기를.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장단점이 모두 있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단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을 바라보며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아닐까?


이 글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예전의 나는 그 누구보다 부정적인 사람이었다.

사실 지금도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도 뭐 어쩌겠어. 좋은 점을 생각하고 찾아내며 살아가야지.


아무튼 나는 지금 생활에 너무 만족하고,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을 포기한 것에 대해 일말의 아쉬움이나 후회는 없다.

내 마음이 더 낡고 지치기 전에 깨달아서 다행이야

그리고 베트남에 이렇게 좋은 어플이 많아서, 그건 더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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