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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석맘 지은 Apr 11. 2021

하와이, 어디에서 살까?

하와이에서 생전 처음집 구하기

  유학 준비하는 동안 틈만 나면 하와이 부동산 사이트의 매물을 뒤져 보았다. 집을 잘못 선택하면 1년 내내 고생할 것이 뻔해서 집 구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지도만으로 그 동네가 어떤 지 알 수 없는데, 아무리 열심히 쳐다보아도 도무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더구나 모두 영어로 되어 있으니 그 압박감도 한몫했다.      


  유학원을 통해서 편하게 정착 서비스를 받는 것도 시도해봤지만 시차가 맞지 않아서인지 현지인과 소통하기가 참 어려웠다. 몇 군데 사진을 찍어 보내왔지만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아이들의 학교까지 고려해야 되는데 그것까지 요구하기가 어려워 결국 직접 가보고 결정하기로 하고 민박집에 5일 간 예약만 하고 날아갔다. 우여곡절 끝에 집을 구했고 그 이후 두 번이나 이사를 하다 보니 집을 보는 요령이 조금은 생긴 것 같았다.      


  하와이에서 집을 구할 때 한국에서 살던 내 집만큼 깨끗하고 편리한 수준을 요구하면 한 달 월세만 3~4000불을 내야 된다. 한국에서는 월세가 100만 원도 비싼데 하와이 오아후 섬 중심 호놀룰루에서 방 2개 콘도를 구하려면 아무리 오래된 콘도라도 2000불 이상이다. 수영장이나 바베큐장 등 편의시설을 갖출수록, 와이키키나 알라모아나 등 바다 가까운 중심가일수록 비싸진다.      

  처음에는 미국이니까 하우스도 생각해 봤지만 학군 좋은 곳은 매물도 없거니와 집 관리나 벌레와 보안이 걱정되어서 선택할 수 없었다. 그래도 하와이에서는 한국의 아파트와 비슷한 콘도가 많아 한국 사람들이 처음 적응하기에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집과 두 번째 집은 하와이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구했다. 민박집에 예약한 5일 동안 집을 구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는데 영어도 익숙하지 않은 우리가 현지 부동산과 계약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한국처럼 연락을 주고받기도 어려웠고 일처리도 느렸다. 게다가 좋은 집이라면 크레딧도 없는 외국인과 일부러 계약할 필요도 없을 것이기에 이메일을 남기고도 연락조차 받지 못한 적도 많았다.  

   

  첫 번째 집을 한인 커뮤니티에서 발견하고 빠르게 계약하고 이사하게 되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집주인과 한국말로 소통할 수 있고 크레딧이 문제가 되지 않았으며 월세도 싼 편이어서 정말 고마웠다. 

  하지만 한인 집주인들의 단점 역시 있다. 특히 부동산을 통하지 않고 집주인과 직접 계약을 하면 중재 역할을 해 줄 사람이 없어 불편한 점이 있었다. 막상 살아보니, 하와이 콘도 대부분이 그렇듯이, 처음 슬쩍 볼 때는 깨끗하게만 보였는데 오래되어 여기저기 수리할 곳이 많았다. 여차하면 우리가 망가뜨린 것으로 오해하고 나중에 보증금에서 뺄 수도 있어서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거실 커튼레일이 망가졌는데도 고쳐달라고 말하지 못해서 나갈 때까지 불편하게 지냈다. 매번 그럴 때마다 사진을 미리 찍어서 알려주곤 했지만 나도 번거롭고 집주인도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낡은 집이 지긋지긋하고 집주인의 사정으로 갑자기 이사를 가야 될지도 몰라 두 번째 집으로 이사를 했다. 청소를 깨끗이 하고 보증금도 그대로 다 돌려받는 등 마무리가 서로 좋게 잘 끝났지만 앞으로 한국 집주인과 직접 계약하고 싶진 않았다.      


  두 번째 집 역시 한인 커뮤니티에서 구했다. 이번에는 부동산 리얼터(중개사)가 한인이었다. 저번 집은 방 2개지만 아이들이 나에게만 붙어 있어 방 2개까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넓어서 청소가 불편하고 바람이 조금이라도 세게 불면 집이 날아갈 듯이 창문이 흔들렸다. 원래 하와이 1년 살이 계획이었지만 1년을 더 연장하려고 하다 보니 월세가 더 싼 곳을 찾았고 에어컨이 있고 수영장이 있는 콘도라서 방도 없는 스튜디오(한국으로 치면 원룸)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아늑하고 대학교가 가까워서 좋았지만 곧 좁은 집은 괴로움의 대상이 되었다. 무엇보다 부엌이 아이들과 밥을 해 먹기에 턱없이 좁았다. 냉장고가 작아서 냉동실을 조금 채웠더니 문이 자꾸 열렸다. 하와이는 더워서 북향도 괜찮다고 했는데 비가 자주 오는 겨울 시즌이라 습해서 매일 세탁 후 건조기를 돌렸더니 전기세가 전에 살던 집의 두 배로 나왔다. 아이들의 학교가 멀어져서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두 번째 집에 완전 정이 떨어져 버린 사건은, 싱크대가 막혀 물이 거꾸로 올라와서 밤새 잠을 못 자고 그 원인이 오래된 배관이고 연결된 옆집에서 배관 공사를 했더니 화장실에서 마루로 물이 스며들었을 때였다. 물을 먹은 마루가 축축해졌고 끝이 벌어졌으며 밟을 때마다 양말에 검은 물이 들었다. 아무래도 곰팡이가 의심이 되었다. 아이들 호흡기 걱정에 하루도 살 수 없어 이사 갈 집을 알아보았고 한인 부동산은 해결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지인의 도움으로 영어로 장문의 이메일을 써서 부동산에 보내었고 다행히 회사에서 보증금을 돌려받게 되었다. 이사 나간 이후 2주 치의 월세는 돌려받지는 못했지만 그 집에서 하루빨리 나가고 싶었다. 보증금도 아직 못 받은 상태였지만 아이들의 건강이 걱정되어 이사를 나가버렸다. 이사를 위한 엘리베이터 예약 때문에 백인의 깐깐한 콘도 매니저를 만난 일도 집의 정나미를 똑 떨어지게 하는 일이었다.      


  세 번째 집은 정말 운 좋게 구했다. 두 번째 집으로 이사 가기 전 유심히 아이들 학교 근처를 둘러볼 때 가깝고 깨끗해서 눈여겨 두었던 곳인데, 그때는 안 보이다가 갑자기 이사를 나가야 할 그 시점에 Zillow라는 사이트에 집이 딱 나왔었다. 평소 원하던 방 1개와 거실이 있는 원 베드룸이었다. 거실 마루 등 모두 새로 공사해서 깨끗했다. 그때 이 콘도의 엘리베이터가 공사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6층까지 걸어서 이사를 해야 되는 상황에 놓여 있지 않았다면, 우리에게 오지 않았을 좋은 조건의 집이었다. 이곳에서 학생비자로 체류해서 크레딧은 없지만 신랑이 한국에서 생활비를 보내주고 있다고 말하고 은행 잔고증명서까지 제출하고 나서 빠른 속도로 계약을 하고 이사하게 되었다. 에어컨과 수영장이 없는 것은 큰 단점이었지만 수영장 대신 바다로 가면 되었다. 서향이라 집이 덥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어떤 집보다 시원했고 가장 더웠던 11월을 제외하고는 에어컨 없이도 천장에 달려 있는 팬과 선풍기 1대로 잘 지내었다. 화장실 개수대 수전에 문제가 있었고 오래된 세탁기가 고장 났고 냉장고가 시원하지 않아 당황했지만 연락할 때마다 부동산에서 지체하지 않고 사람을 바로 보내주었다. 만족스러운 서비스였다. 렌트비도 부담이 없을 정도로 적당했고 콘도 매니저도 정말 친절했다. 다만 아이들이 급격하게 자라서 나보다 더 커지는 시기에 코로나까지 겹쳐, 하루 종일 오롯이 세 명이서 방 1개의 집에 있게 될 것을 예상하지는 못했다. 만약 큰 집에 살았다면 수영장 및 바비큐장을 이용도 못하는데 이용료를 렌트비에 포함되어 지불하는 손해는 보지 않아 다행이라고 해야 되나.      


  집을 구하면서 느낀 점은,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적어도 학기가 시작하기 2~3주 전에는 와서, 겁먹지 말고 최대한 부딪혀야 되고 많이 보아야 된다는 것이다. 말이 편하다고 충분히 알아보지 않고 한인 리얼터나 집주인과 덜컥 계약하면 월세를 비싸게 줄 수도 있고 수리 등 불편함을 요구할 수 없어 불리해질 수도 있다. 하와이는 이민자들이 많아 현지인들도 이해를 잘해주는 편이다. 영어를 못한다고 아무도 급하게 다그치는 사람도 없다. 나만 급해서 지레 포기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기다려 준다. 그리고 이유가 확실하고 정당하다면 시간은 걸릴 수 있지만 대부분 감정 상하는 문제없이 해결이 되는 편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무턱대고 화부터 낼 필요가 없다. 화를 낸다고 해결이 빨라지거나 수월해지지도 않는다.    

 

  참고로 너무 싼 한국의 빌라 같은 아파트는 추천하지 않는다. 방 2개에 2000불도 안 되는 가격에 구할 수 있지만 마리화나를 잔뜩 피워대는 힘든 이웃이나 매일 같이 큰 소리로 노래를 틀거나 최악의 경우 매일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하류층 이웃을 만날 수도 있다. 하와이도 철저한 자본주의인 미국이라서 비싼 만큼 그 값을 하기는 하는 것 같다. 가성비 좋은 곳을 찾아보려면 한국이나 하와이나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되는 것은 진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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