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게 느껴질 때
“엄마, 아이들이 떼지어 다니고 너무 시끄러워. 학교에 너무 가기 싫어.”
미국 학교에 적응하느라 애쓰는 너. 때론 엄마의 마음도 타들어간다.
엄마도 일할 땐 외향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내향적인 편이라 네가 얼마나 힘든지 짐작이 가.
미국 하이틴 드라마에는 공식이 있지? 주인공은 꼭 미식축구 주장과 치어리더 커플. 둘다 외향적이고 '인싸'이고 말이야.
엄마도 어릴 땐 그런 친구에게 끌렸단다. 사람들 앞에서도 재치 있게 말 잘하고, 활발해서 언제나 중심에 서 있던 친구들 말이야. 특히 하나의 긴 이야기를 끝까지 재미있게 이끌어 가는 사람이 너무 신기했어. 엄마는 바로 앞에 있는 너에게도 말보다 글이 편해 이렇게 너에게 편지를 쓰는데 말이야.
네가 다섯 살 때가 생각 나. 선생님이 네가 아이들과 밥을 먹지 않으려 해서 선생님과 단 둘이 먹었다고. 지금 돌이켜보면 네 마음을 세심히 살핀 선생님이 참 감사해.
엄마도 그 때 네가 내향적인 성향인 줄 알아차렸다면, 지금의 네 어려움까지 오지 않도록 도와주었을 텐데 아쉬워. 주변에 항상 친구가 많고 네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몰랐단다.
“친구들과 만나면 재미있지만, 나만의 시간도 필요해.”라고 말하는 너는 이미 스스로 터득하고 있었던 거 같아.
엄마에게 딸이 둘이지만 너희 성격은 참 다르지.
하나는 외향적이고, 하나는 내향적이야. 외향적인 아이조차 "학교 다녀오면 기가 빨린다."고 할 정도로 미국 학교는 정말 시끌벅적한 거 같아. 스쿨버스 부터 서로 떠밀면서 오르내리고, 그룹 토론 수업에, 붐비는 식당에서 자리를 차지하려고 와글거리는 아이들. 그 틈에서 식사를 하는 건 내향적인 너에게 특히 최악일 거 같아. 학교에서 돌아오면 진이 빠져 몇 시간 낮잠을 자는 너가 안쓰럽단다.
하지만 세상은 외향적인 사람만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내향적인 사람들의 깊은 사고력과 집중력, 신중한 결정이야말로 사회가 균형을 잡는 또 다른 힘이지.
수전 케인의 책 『콰이어트』의 부제는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야. 엄마는 그 문장이 정말 좋아. 뭔가 내향인을 대변해주는 것 같거든.
외향과 내향은 단지 다를 뿐, 우열의 문제가 아니야. 외향적인 사람은 빠르고 대담하며, 내향적인 사람은 깊고 사려 깊지. 둘 다 세상에 꼭 필요하단다.
외향적인 딸, 너는 뭐든지 재빠르고, 결정도 빨라. 듣기보다 말하기 좋아하고 외로운 걸 싫어하지.
내향적인 딸, 너는 좀 더느리지만 신중하지. 집중력이 좋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지만 집에서는 편안함을 즐기지. 말하기 보다 듣기를 좋아하고, 말하기 전에 생각하고 말이야.
엄마, 아빠는 외향적인 네가 유쾌해서 재미 있고, 내향적인 너 덕분에 마음의 평화를 느껴.
너희는 자주 싸우기도 하지만, 친구 이상으로 가깝게 지내지.
외향인, 내향인 서로 짜증이 날 때도 있지만, 결국 서로 필요한 존재란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필요하듯 말이야.
재미있게도 심리학자 융이 이런 말을 했대.
“순전히 외향적이거나 내향적인 사람은 없다.”
엄마, 아빠를 보렴. 아빠가 대체로 외향인, 엄마는 내향인 같지만 갈등이 있을 때는 반대야. 아빠는 피하려고 하는 내향인, 엄마는 정면으로 부딪히려고 하는 외향인 같지. 엄마가 화를 버럭 내면 아빠는 정말 싫어하는 것도 내향인의 특성이라고 해. 그런데 엄마는 아빠를 힘들게 했나 죄책감을 느끼는 건 내향인의 특성이래.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갔을 때는 외향인으로 너무 신나 보이는데, 정작 집에 와서 혼자서 유튜브를 본다거나 함께 있어도 따로 있는 것 같을 때 내향인 같아. 우리 식사 때마다 아빠가 대화에서 빠진 듯 있을 때도 말이야.
학교와 사회가 외향적인 사람에게 유리해 보이지만, 내향적인 사람의 신중하고 정확한 의견도 중요하단다. 엄마도 직장에서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봤단다. 주장을 펼치진 않지만, 조용히 일의 흐름을 바로잡는 사람들 말이야.
지금은 외향적인 친구가 인기가 많고 부러워 보이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야. 진짜 친구는 많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진정한 친구는 일생의 한, 두 사람으로도 충분하단다. 지금 시끄러운 무리 중에 일생의 중요한 한 두명의 친구가 되리라는 보장도 없고. 엄마 나이쯤 되면 너무 가까운 친구보다 적당한 거리의 친구 열명이 더 인생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도 알게될거야. 그리고 결국 가족이 가장 충실한 응원군이라는 것도.
엄마가 말하고 싶은 건 이거야.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을 때, 그건 잘못된 게 아니야. 에너지가 부족하거나 의지가 약한 것도 아니야. 그건 단지 너다운 방식일 뿐이야. 열등하다거나 자괴감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엄만 네가 편하게 느끼는 자리에서는 끊임없이 수다를 떨 수 있다는 걸 알지. 너는 상냥해서 한국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잖니. 한번 맡은 일은 책임감있게 해내고, 중학교 졸업식에 댄스도 부끄럼없이 완벽하게 해냈잖니.
네가 끌리는 일을 못 찾는다면, 남에게 질투가 날 정도로 부러운 일을 잘 살펴보렴. 네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일지도 몰라.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너무 시끄러운 학교에서도 너의 상냥함과 따스함을 알아보는 친구가 분명 생길 거야. 혹시 그 친구도 내향적인 아이라면 때론 일상적인 자극으로도 지칠 수 있다고 이해해 주렴. 그 친구가 외향적인 아이라면 너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려주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보다, 너의 방식대로 살아가렴. 너의 재능을 마음 껏 펼치고 빛을 발산하렴. 그리고 너와 맞는 사람들과 만남을 즐기렴. 이것이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치트키란다.
엄마는 '조언자, 치유자'로서 대화하기 좋아하는 내향적인 특성 덕분에, 이렇게 너희와 깊은 대화를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외향적인 엄마의 버전으로 말해줄게.
“내향, 외향 고민은 개나 줘 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