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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avelwalker Aug 08. 2018

황금불상을 품은 도시

루앙프라방으로



아침이면 해가 비쳐드는 창문 밖으로 들리는 새소리와 벌레 소리에 잠을 깬다. 루앙프라방의 아침은 무척 일찍시작하지만, 여행자인 나의 아침은 느긋하기 그지없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을 것인지 아니면 메콩 강변의 브런치 가게에서 아침을 먹을 것인지 잠시 생각하다. 이내 가방을 들고 나선다.
자전거를 타고 나서도 되지만 역시나 걸어가기로 한다. 닭들이 뛰어다니는 흙길을 지나 건기에만 건널수 있는 대나무 다리위로 남칸강을 건넌다. 아침 햇살이 비쳐드는 강변에는 벌써 부지런한 아이들이 멱을 감고 있다.
새벽에 내린 비로 조금은 서늘해진 공기를 뚫고 비쳐드는 아침 햇살이 벌써 눈부시게 따끔따끔하다.
간간히 오토바이와 자전거들이 지나는 강변길을 건너 골목으로 접어들어 느릿느릿 걸어간다. 그리 넓지도 좁지도 않은 골목과 이미 아침 탁발을 마치고 청소까지 깨끗이 해놓은 집앞들을 지나 메콩 강변에 있는 작은 카페에 자리를 잡는다.
환한 미소로 인사하는 점원
"사바이 디~"
"사바이 디"
커피와 베이글을 주문해서 아침 햇살이 비치는 메콩강과 나무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아침을 먹는다.




쉴새없는 경적소리, 경쟁하는 자동차와 오토바이들... 동남아의 여느 도시에서 너무나 자연스레 마주치는 풍경이다. 우리도 한때는 어지간히 빵빵대는 경적의 소음속에 살았던 적이 있었고,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운전하다 보면 경적을 울리게 되는 일이 하루에 한두번은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데 루앙프라방에서 지내는 일주일 동안 나는 단 한번의 경적소리도 듣지 못했다. 앞에 오토바이가 천천히 가면 뒤에 따라가는 차도 천천히 가고, 추월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생기면 슬금슬금 앞으로 나가 그냥 조금 앞질러 갈뿐 누구도 신경질적인 경적소리를 울리지 않는다.


걷는 사람도 자전거를 탄 사람도 모두 마음이 편안하다. 거리의 길에 차와 오토바이와 자전거와 사람이 모두 섞여 걸어가도 불편하지도 시끄럽지도 않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성향도 그러하겠지만, 한블럭만 건너면 계속 마주치는 사원들때문에 자연스레 조용히 하고 양보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마음가짐에 대한 교육은 어려서 부터 너무도 자연스레 이루어 지는 듯 했다. 아이들이 무척 많지만, 떼를 쓰며 울거나 심하게 장난치는 아이들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한 나라 혹은 도시에 흐르는 정신적인 성숙이 무엇인지 깨닫게 했다.


이런 기세에 밀려서 이곳의 여행자 거리는 아마도 전세계에서 가장 조용하고 예의바른 여행자 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야시장이 끝나는 시간이래봐야 아홉시 열시부근이지만, 그 시간에 가도 여행자 거리의 바에는 조용히 들릴만한 음악이 흐르고 얌전히(?) 앉아 맥주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카오산의 들뜬 분위기는 이곳에는 없다.



길을 걷다가 골목길에서 마주치는 집들을 보면 양식은 프랑스 양식을 차용하고 있지만, 사용된 재료만은 이곳의 좋은 나무들을 사용해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나무에 새겨넣은 대문들과 집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낡았지만 기품있는 그 모습이 참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원래 세월이 깃든 물건을 좋아하는 내 성향과도 너무나 잘 맞는다고 할 수 있겠다.


이곳 사람들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다른 이유들도 있었는데, 통상 더운 나라에 있는 게으름이 이들에겐 없고, 그 게으름으로 비롯된 청결하지 못한 환경이 이들에겐 없었다. 어느 도시든 골목을 걸어다니면 예기치 않은 악취들을 만난다. 그것이 음식냄새든, 함부로 버려진 쓰레기때문이든 사람이 사는 곳에는 그런 냄새들이 날수 밖에 없고, 더운 나라라면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구석구석 다니는 동안 그런 불쾌한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 스케일 보다는 디테일에 강한듯한 모습이 이런 부분에서도 여지 없이 나타났다. 라오스는 아시아 최빈국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들의 생활이나 삶의 태도는 그들의 나라가 벌어들이는 돈과는 상관 없어 보였다.

스케일과 디테일을 느끼게 했던 곳중 하나는 왕궁이었는데, 한 나라의 왕궁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규모가 작고, 오히려 루앙에 있는 가장 큰 절보다도 규모나 꾸며진 정도가 소박했다. 오히려 왕보다 부처님을 더 공경하는 생활자세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왕이 국민들과 충분히 가까이에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비록 규모는 소박하지만, 그안의 디테일은 대단해서 한눈에 딱 봐도 이것을 만드는데 들어간 정성이 어마어마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정성을 보면서 이 나라 사람들이 사람을 바라보는 자세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기품있게 정성을 다하는 마음가짐 딱 그런 느낌이 었다.



야시장과 저녁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너무나 정겨웠다. 만오천낍(이천원정도) 부페, 숯불꼬치구이(라오스식 사태이), 놀라운 가격의 과일들... 그리고 야시장의 풍경들... 물론 약간의 바가지가 없지는 않겠고, 흥정하는 재미도 또한 있지만, 그것이 불쾌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다들 웃는 얼굴로 흥정하고 또 만족스럽게 물건을 산다. 한국에선 천원 이천원 정도야 큰돈이 아니지만, 여기서는 오천낍 만낍을 가지고 흥정을 한다. 만낍이면 1400원인데 희한하게 그곳에 있으면 이 돈이 엄청 커보인다.

'음... 만낍이면 새벽시장에서 맛있는 죽을 심지어 계란까지 넣어서 먹을 수 있는 돈인데...'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우습기도 하지만, 돈의 가치가 빛나는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맛있는 과일셰이크 한잔을 사서 물고 이곳 저곳 구경하며 다니다가 길옆 카페에서 시원한 맥주한잔하며 사람들 구경해도 좋고, 노을이 지는 강변을 따라 산책을 해도 좋다.


어디에도 마음을 시끄럽게 할만한 소음도, 잡상인도 없으니...


이곳은 '힐링'이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조금 부족한것 같다. 삶의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제안 같은 느낌이라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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