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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avelwalker Apr 28. 2019

큰바위 얼굴 - Mt. Rushmore

미국 중부 여행

큰바위 얼굴의 전설


"Mount Rushmore"


어쩌면, 러쉬모어 산에 조각되어 있는 네명의 미국 대통령의 얼굴을 보고, 큰 바위 얼굴이라는 소설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너새니얼 호손의 " Great stone face" (큰 바위 얼굴) 이라는 소설에서 바위산의 얼굴을 보고 자란 소년 어니스트가 평생 기다린 큰 바위 얼굴 4명을 만난 것은 우연이었을까. 러쉬모어 산 정상에도, 4명의 미국 대통령이 거대한 크기로 조각되어 있다. 어니스트가 만난 재력가, 장군, 정치가, 시인의 이미지가 묘하게 이들 네명의 대통령과 겹쳐진다.

미국 중부지방의 여름은 참 아름답다. 뜨거운 태양탓에 낮기온은 30도를 훌쩍 넘지만, 건조한 대륙성 기후로 햇빛을 피하면 서늘하다. 더불어 맑다못해 투명하게 파란 하늘과 햇살에 빛나는 구름이 가로지르는 넓은 대지는 '천장지구'라는 표현이 딱 걸맞다.


이런 아름다운 여름 주말에 나는 미네아폴리스를 출발하여 사우스 다코다 주를 가로질러 동쪽 끝에 위치한 러쉬모어산으로 향했다. 꼭 러쉬모어산위에 조각된 조각상을 보겠다는 마음이었다기 보다, 미국 중북부지역의 대 평원지대를 지나 배드랜즈 국립공원(Badlands national park)와 러쉬모어 그리고 윈드케이브 국립공원을 보고 와야겠다는 마음 이었다. 내친김에 옐로스톤까지 차를 달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너무 먼길인데다가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보는데만 사나흘은 족히 걸릴 일이어서, 약간 서운한 마음을 접기로 했다.

미네아폴리스에서 러쉬모어가 있는 래피드시티(Rapid city)까지는 대략 600마일(960km)정도 되는 거리인데, 사우스 다코다주를 횡으로 가로지르는 만큼 꽤나 먼 거리였다. 다코다 주에 접어들면서 부터 사방으로 모두 지평선이 보이는 풍경이 계속된다. 대부분의 땅이 농장 혹은 목초지 같은 형태로 비어 있었다. 한시간을 달리도록 집 한채 못보는 경우도 있었으니 너른 땅에 널찍널찍 살고 있는 모습이 참 부러웠다.

미국도 한국과 같이 남북으로 지나는 도로는 홀수, 동서로 지나는 도로는 짝수로 표기한다. 사우스다코다주 남쪽을 동서로 관통하는 90번 고속도로를 타고 갔다.
일반적인 고속도로 휴게소다. 널찍하게 공원처럼 되어 있긴 하지만, 사실 저 건물은 화장실이다. 핫바도 호두과자도 없다.
90번 고속도로, 사방이 지평선이라 하늘이 커보인다. 그래서 저지역이 big sky이다. 사진에는 안담아지지만, 실제로 보면 하늘이 엄청나게 커보인다.
다코다주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미주리강을 건너는 다리


7시간여 차를 달렸지만 아직도 목적지인 래피드시티(rapid city)까지는 한참이나 남았다. 이제 슬슬 계속되는 지평선과 소실점이 보이는 직선도로가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75마일로 크루즈 컨트롤을 고정해 놓고 달리는데, 대체 이 크루즈가 없었으면 어떻게 운전을 했겠나 싶었다. 도저히 못견디겠다 싶을 즈음에 배드랜즈 초입도시인 카도카에 도착했다. 이미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었고, 원래도 계획이 돌아오는 길에 자세히 보는 것이어서 입구만 잠시 보고(해지면 입장료를 안받는다) 낙조만 담았다.

나와 미국 중부 4000마일을 함께 달린그랜드 체로키
대평원의 지평선 넘어로 지는 해는 특별하다




카도카에서도 거의 5시간가까이를 더 달려 겨우 래피드 시티를 지나 키스톤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종일 운전을 한탓에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러쉬모어산을 향해 올라갔는데, 숙소가 러쉬모어 초입에 있음에도, 멀리 산정상에 조각된 바위 얼굴이 보였다.


러쉬모어라는 이름은 처음에 이곳에 조각을 하기로 하고 답사를 하러온 변호사 찰스 E. 러쉬모어 가 안내를 맡은 광부에게 산의 이름을 묻자 광부가 "제길, 이산은 아직 이름도 없었잖아. 그럼 머 이제부터 '러쉬모어'라고 하죠" 라고 답했고 결국 이것이 받아들여져서 러쉬모어 산이 되었다고 한다.

이 거대한 조각물을 처음 구상한 사람은 도안 로빈슨(Doane Robinson)이라는 사람으로 다코다 주의 역사협회를 만든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는 사실 서부의 영웅들을 조각하고 싶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실제 사업이 추진되면서 임명된 조각가 보그넘(Gutzen Borglum)이


그것은 너무 지역적이다. 이것은 전 국가적 차원에서 제작되어져야한다. 이것은 미국의 이상을 나타내고 이것의 규모는 모든 국민에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한다. 그리고 미국의 문화, 문명,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바쳐져야한다. 국가에 대한 심장의 고동이 한 마을(Town)의 의욕, , 시(City)의 열망 , 주(State)의 꿈이나 염원보다 더 크다고 믿는다.


라는 멋진 말을 남발 하며 설득하여 결국 미국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대통령 4명을 조각하게 되었다.


1927년부터 공사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중간에 악천후, 자금 부족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중단이 되기도 했었으나(실제 공사기간은 6년반 정도였다), 결국 14년 만에 완공이 되어 1941년 지금의 모습으로 공개 되었다고 한다.


좌로부터 워싱턴, 제퍼슨, 루즈벨트, 링컨 순으로 조각되어 있다. 각각 건국(Founding), 성장(Growth), 발전(Development), 보존(Preservation)을 상징한다고 한다.


마침 갔던날이 글자 그대로 '구름한점 없이' 맑은 날이어서, 사진이 매우 비 현실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하늘색이 저렇게 파랗고 구름한점 없었다. 러쉬모어산은 중턱까지 차가 올라가기 때문에 바위산 자체는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데 실제로는 해발 1700미터가 넘는 산으로 규모가 작지는 않다. 산 정상부가 큰 백화강암으로 이루어진 탓에 1920년대의 열악한 기술로 조각하기가 쉽지않아서, 활차며, 도르레며 암석을 파는 기구며를 전부 개발해 가며 조각했다고 한다. 번개에 다이너마이트가 터지기도 하고, 악천후로 활차가 추락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사고들이 있었지만, 단 한명의 사상자도 없이 공사가 진행되었다는 것도 다소 신기했다.


조각된 얼굴 밑으로 조각을 하며 깎아내고 폭파해낸 돌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그 양이 이집트의 '스핑크스'를 두개 만들 수 있는 양 정도 된다고 한다. 얼굴의 크기는 높이가 약 60미터로 워싱턴의 코 크기가 스핑크스 머리만 하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 처럼 원래 이 조각상은 얼굴만을 만들 계획은 아니었고 상반신으로 만들 계획이었으나, 워싱턴 목 부위 아래쪽에 횡으로 가로지르는 흰색 석단층이 발견되어 얼굴까지만 만드는 것으로 공사가 마무리 되었다고 한다.


저런 크기의 바위산이 있는 것도 놀랍지만 (울산바위만 하다) 거기에 저만한 규모로 조각을 하겠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스케일에 감탄했다. 넓은 미국땅이라서 저정도 규모의 산이 워낙 많으니 저런 조각도 시도할 수 있었겠지 싶었다. 우리가 국립공원 설악산의 울산바위를 깎아서 대통령 얼굴을 넣겠다고 하면 어찌 될까? 머 '넣을 대통령이 부족'해서 못하긴 하겠지만, 한다고 해도 여러 반대에 부딪혀서 결국 실현할 수 없을 것이다.


여전히 나는 사람이 만든 경이에는 크게 감동받지 않는 편이다. 그래도 저 큰 바위 얼굴을 봤을 때는, 그 긴시간 공사를 해낸 사람들의 노력과 끈기에는 탄복했다. 혹시 또 아는가, 몇천년 후에 지금의 인류가 멸망하고 새 인류가 나타났을때, 저 바위를 보며, 외계인의 소행이라고 이야기 할 날이 올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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