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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 Jan 29. 2024

연결되는 삶

나는 내가 먼저고, 공감과 협력을 넘어, 우리는 연결되어야 한다




이것은 그러니까, 2023년 하반기에 중림서재 북클럽(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건가) "연결되는 삶"에서 작년 하반기에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4권의 책들에 대한 기억 모둠이다.


북클럽... 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건가? 싶었던 이유는 사실 '책을 매개체로' 하는 모임이었지만, '책의 내용에 관해' 토론을 하거나 분석을 하거나 그런 모임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같은 책을 읽고 어느 정도 공통 화두, 키워드를 생성한 다음에 그 주제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이 가깝달까. 책은 연결고리이자 명분일 뿐. 후후후.


혹자는 책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없다며 아쉬워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모임에는 그런 아쉬움 같은 건 없었지. 오히려 좋아. 반대로 보면, 책을 다 읽지 못했더라도, 그리고 그 책이 딱히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게 장점일 수도 있지.







4권의 책 모두 '이 모임이 아니었더라면 내가 굳이 선택하지 않았을' 책들이다. 그런 게 북클럽(아무튼 책을 매개체로 하는 모임)의 묘미 아니겠어. 첫 한 권 빼고는 모두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었다.


#중림서재 #연결되는삶 #서늘한여름밤




연결되어야 한다. 다시. 아무튼 그러하다.


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 (비벡 머시)



원제는 together.

번역 센스 제법인걸.


바운더리, 공감, 협력을 넘어서

가장 마지막 책이 연결이라니.

기획자의 의도가 명확히 느껴진다.


그리고 의도에 부합하게 가장 마음에 들었던 책.

결국 - 그래. 우리는 다시 연결되어야 하죠. 피쓰.


건강한 공동체적 연대를 마련하지 못하면 외로움은 질병으로 악화한다. 보이지 않는 질병으로서의 외로움을 직시해야 해결할 수 있다.


라고 하는 김경집 교수의 추천사를 보면 <아픔이 길이 되려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외로움.

고독과는 다른 외로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으로 인지하고 포용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사회적 질병 외로움. 이를 '갬성적'으로 버무리는 게 아니라 사례와 분석, 그리고 따스한 시선 한 스푼으로 배합해냈다.


#우리는다시연결되어야한다

#외로움 #사회적연대






협력이 만사형통은 아니라고...


협력의 역설 (애덤 카헤인)


원제는 Collaborating with the enemy

역시 번역 센스가 제법이다. (이게 중요한 1인)


이 책 자체에 대해서는 혹평들도 많았고 나도 동의한다.

하지만 번역, 그리고 책 표지 디자인의 테마 등이 좋았어.


우선 Collaborating with the enemy,

aka 적과 함께 일하기...를 협력의 역설로 표현하다니.

우선 이 의역부터 흡족해서 기본 점수를 주고 들어간다.


협력?

문제를 푸는 수많은 방법 중 하나일 뿐,

그게 the one and only 만사형통 해결책은 아니야.

집착하지도 말고 강요하지도 마. 분열, why not?


이런 책의 흐름을 잘 보여주는 제각각의 폰트.


우리는 협력을 신성시하지만 여기에는 역설이 있으며

때로는 분열에도 의미가 있고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알맹이가 없는 자기 PR이라는 한계도 있긴 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인종 갈등을 비롯,

수많은 국내외 갈등에 해결사로 등장하는 애덤 카헤인...!


그런데 그가 무엇을 어떻게 해서 극적으로 해결했는지,

그 결정적인 이야기가 누락되니까 so what? 싶어진다.

(인사이트를 원하는 이는 돈 써서 초빙하라는 거겠지만...)


자기 PR, 그려, 해야지. 도서의 기능 중 하나일진대.

그래도 다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떡밥은 있어야 하지 않나.


쟁쟁한 글로벌 유명 인사들의 추천사가 난무하는 것은

이 책의 강점이 될 수도 있고, 약점이 될 수도 있겠다.

난 사실 이번을 계기로 추천사가 너무 많거나 장황한

책들은 취향 아니니 좀 피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작가의 성향, 책의 톤앤매너, 주 독자층 등을 고려해서

간결 정확하게 타겟팅된 추천사만 믿겠사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혜승 작가 <정부가 없다> 보시오들...


애니웨이.

흥미 포인트도, 단점도 명확했던 책.

장점 중 하나는 짧다는 것. 쉽게 빨리 읽을 수 있다.


애덤 카헤인... 돈 많이 벌었겠지... 굳포유...


#협력의역설 #분열의힘







사실 두 책 모두 취향 아니었어...


공감의 시대 (프란스 드 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바네사 우즈)


이 중에서 연결되는 삶 도서는 <공감의 시대>였다.

그런데 읽다 보니까 유사점이 꽤 많은 듯 해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을 비교 레퍼런스로 추가.


재밌는 건 -

두 책 모두 내 취향이 아니어서 꽤 비판했다.

그리고 두 권 모두 엄밀히 완독하지는 않았다.

이야기 나눌 수 있을 정도로 휘리릭 대강만 읽음-_-


<다정...>은 <공감...>의 5년 후 업글 버전 같달까.

연보라색 표지와 갬성을 가장한 제목 마케팅으로

보다 성공을 거둔 벤치마킹 버전... 이라고 본다...


둘 다 침팬지와 보노보의 실험 사례들을 들어가며

'우리는 적자생존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자연 속에서 이타적인 것이 살아남는다.

생존을 위해서 이타성을 발휘/탑재하는 종족'

뭐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것이 공통점이다.


하지만 답정너... 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

하염없이 사례들을 늘어놓고 중언부언했다고 봐.


물론 해당 학문 분야에서는 각광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반 독자로서, 그리고 문장과 번역 애호가로서,

여러 모로 호평을 해주기는 어렵더이다. 두 권 모두.






당연한 거 같은 당연하지 않더라


나는 내가 먼저입니다 (네드라 글로버 타와브)


원제는 Set boundaries, find peace.

직역 안 하고 '내가 제일 중요하다' 식으로 의역한 거 좋다.

하지만 '~하려면 ~해라' 식의 워딩은 내 취향이 아니긴 함.


책 자체도 나보다는 '누군가에게 유용할' 내용이었다.

'어... 맞아. 근데 당연한 거 아냐?' 싶은 게 많았달까.


왜냐면 난 바운더리가 꽤 명확한 편이라서 ㅋㅋㅋ

그걸 표현 못 할 인간도 아니라서 ㅋㅋㅋㅋㅋㅋㅋ


난 이게 좋고 저게 싫어

Take it or leave it


하지만 '아, 이럴 수도 있겠다, 이런 사람도 있겠다'

식으로 입장 대입을 해보는 것도 유쾌한 경험이었다.


이게 모임의 첫 도서였던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세상에는 바운더리가 약한 사람들이 더 많은데

그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기에

이 바운더리라는 화두가 편안하고도 적절했지.


그리고 이 멤버들과 몇 달에 걸쳐서 보고 이야기하면서

'아, 이게 이 사람이 바운더리를 어려워하는 이유구나'

라고 깨닫게 되는 기회도 있었다. (오, 복합 체험식 독서.)







덕분에 즐거웠어요, 중림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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