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에쿠우스 : 첫 관람을 위한 가이드 (약 스포)

최대한 작품 초심자 눈높이에서 써봤심더

by 김젠비





이 시대 가장 강렬한 연극

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피터 셰퍼의 연극 <에쿠우스>


내용이 강렬하고 어두운 듯해서 진입장벽을 느끼는 경우들도 있더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연극 에쿠우스 입문자를 위한 가이드' 가봅시다.






참고로 현재 국내 초연 50주년 기념 공연 중이랍니다. 대학로 예그린씨어터에서 2026년 2월 1일까지 하니까 이 글을 보고 구미가 당기는 분들은 관람 한번 가보시기를 :)









내용이 난해하다고 하는데
원작 희곡 읽고 가야 할까요?


읽고 가면 좋지만, 연극 관람에 필수는 아닙니다.


저는 이 작품을 희곡 낭독 모임에서 알게 되어서 선희곡 후연극 순서로 접했습니다. 내용에 대한 토론과 낭독이 앞단에 있었기 때문에 연극이 더 즐겁고 깊게 와닿기는 했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작 독서가 공연 관람의 필수 전제조건은 아니에요.


피터 쉐퍼(셰퍼)의 원작 희곡은 두꺼운 책은 아니어서 금방 읽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희곡이라는 장르가 낯설다면 진입장벽이 있을 수도 있고, 아무래도 대사에 형이상학적인 내용도 많거든요. 괜히 '원작을 먼저 읽어봐야 해'라는 강박을 가졌다가는 괜히 에쿠우스라는 세계와 거리감이 생길 수도...


그래서 저는 오히려 '정독할 욕심부리지 마라. 예습을 원하면 희곡을 한번 후루룩 훑어만 봐도 충분하다'라고 권합니다. 특히 다이사트의 독백은 길고 지난한 면이 있으니 첫 속독이라면 조금은 흐린 눈(...) 해도 괜찮습니다. 이건 연극을 볼 때에 다이사트 역 배우를 잘 선택하면 해결될 일이에요. 다이사트의 다소 난해한 머릿속 세계를 훌륭한 배우가 쉽고 생생하게 무대 위에서 구현해 줍니다. 하핫.


그리고 혹시 알아요? 연극을 보고 나서 에쿠우스라는 세계에 관심이 생긴다면 다시금 희곡을 읽고 싶어 질지도 모르지요. 그때 가서 정독하면 됩니다 :)



Equus the book by Peter Shaffer


Daniel Radcliffe on stage in Equus (출처 : The Guardian)




그래도 읽고 갈 거라면
어떤 책, 어떤 버전이 좋을지?


신정옥 번역 2009년도판 범우희곡선 버전

오세곤 번역 2022년도판 연극과인간 버전


범우희곡선은 국내에서 비교적 초기에 출간되어 오래도록 통용되온, 이른바 정전에 가까운 버전. 극단 실험극장이 연출해서 무대에 올리는 에쿠우스 역시 신정옥 교수의 번역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마도 절판된지라 이제는 중고서적 또는 도서관 비치 서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걸로 알아요.


범우희곡선의 단점은 초판이 1991년, 현재의 3쇄가 2009년에 출간되어서 이제는 용어나 어조가 올드하다는 것. 그래서 오늘날의 시각, 대화체로 다시 다듬어서 나온 것이 연극과 인간 버전, 오세곤 교수의 번역본입니다. '에쿠우스는 국내에 여러 종의 번역서가 출간되었지만 원작을 가장 잘 살리면서 연극이라는 현장성도 완벽하게 구현했다'라는 평을 듣고 있지요.


범우희곡선과 연극과 인간, 두 버전이 거의 극과 극으로 다르기 때문에 대조하면서 읽는 맛도 있습니다. 그 중간 즈음에 해당하는 것이 지만지드라마 버전.


그리고 또 다른 참고 도서는,

강태경 저자의 2017년도판 에쿠우스 리포트


에쿠우스 해설서 같은 책입니다. 뭐 처음 관람하면서 이것까지 찾아보고 완독하고 가는 사람이 얼마 되랴 싶지만 - 있습디다, 그런 사람. 예습 철저히 하고 킥포인트 알고 가야 마음이 편안하고 본인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고려해 볼 만하지요.






시놉시스 :
파악하고 가면 몰입에 도움 되죠


사실은 유튜브에서 누가 이미 만들어놓은 에쿠우스 줄거리 5분 요약, 이런 영상을 찾아서 간편하게 공유하려고 했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마음에 드는 걸 찾지를 못했습니다; 에쿠우스 연극 관련해서는 커튼콜을 제외하고는 영상 자체가 드물기도 하고;


자, 그럼 최대한 백지 상태의 초심자를 상정하고 시놉시스 요약을 해볼게요. 극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를 제공하되 투머치토킹을 하지 않으려니 그 균형을 잡기가 쉽지는 않군요.


공식 시놉시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헤스터 판사가 정신과 의사인 마틴 다이사트를 찾아온다. 6마리 말의 눈을 찔러 멀게 한 소년 알런 스트랑의 치료를 부탁한다. 다이사트는 치료 과정에서 부모의 왜곡된 사랑과 사회적 무관심에 짓눌린 알런과 마주한다. 말에 대한 열정과 원시적 욕망으로 가득 찬 알런에게 다이사트는 깊은 관심을 보인다. 그는 알런이 저지른 행동의 원인을 추적하여 밝혀내고 치료를 시작하지만, 막상 그 자신은 어둠 속으로 빠져드는데...


조금 더 쉽게, 초심자 관객의 눈에서 무대를 파헤쳐 봅시다. 연극이 시작하면 무대는 이렇게 전개됩니다. 일부는 내용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은 뒤로 가기 누르시길.


전체적인 구성은 다이사트의 독백, 그리고 그의 회상. 그 안에서 알런과 다른 인물들이 묘사된다. 연극 또한 다이사트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소년은 오로지 너제트라는 말만을 포옹한답니다.)


줄거리의 발단은 알런 스트랑이라는 17세 소년이 6마리 말의 눈을 찌른 사건. 하지만 그 사건은 기승전결의 전-결 단계에 해당한다. 다이사트가 알런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풀어냄에 따라서 모든 시점은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이사트, 원인 파악을 위해서 알런의 부모를 찾아가다. 교사였던 어머니(도라)는 종교에 집착하며, 인쇄공인 아버지(프랑크)는 무신론자에 강압적이며 성에 대한 이야기는 기피한다. 이런 부모의 간극 사이에서 억눌린 아이, 알런.


말에 대한 동경과 메타포 등장. 왜 말인가. 말을 좋아한 아이였다는데. 어린 시절 만났던 말과 기수에 대한 동경. 어머니가 들려준 성경 속의 이야기들. 희생과 가학이 뒤섞인 종교적인 콘텍스트. 말이 지닌 강인한 육체와 압도적인 힘.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알런에게 말이란 궁극의 아름다움, 동경의 대상, 에로틱한 애정의 대상, 그 모든 것이 된다. (6살, 해변에서 만난 젊은 기수)


알런이 자라온 뒤틀린 환경을 알게 되자 알런을 점점 더 불쌍히 여기고 다가가는 다이사트. 그런 다이사트에게 알런도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면서 그가 말과 어떻게 소통해왔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1막 마지막 장면, 하하의 들판)


나중에는 알런이 말들의 눈을 찌른 날에 대해서도 털어놓는다. 질메이슨이라는 소녀와 데이트를 한 알런, 둘은 밀회를 위해서 그들이 일하는 마구간으로 간다. 알런은 인간으로서의 성욕, 너제트(에쿠우스)를 향한 동경과 열망, 그동안 억눌렸던 금기를 깬 고뇌 사이에서 몸부림치다가 - 그 괴로움의 굴레를 끊기 위해서 말들의 눈을 찌른다. (2막 절정, 난 너의 것이고 넌 나의 것. 그대 신은 이제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


이 모든 기억을 털어놓은 알런을 다이사트는 '정상적인 사회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본인이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그 강렬한 열망을 스스로 찾아서 간직한 소년을 '치료'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인가, 의문을 제기한다. (하긴, 의사는 정열을 파괴할 수는 있지만 창조할 수는 없습니다.)


여전히 어렵나요? 걱정 마시죠. 배우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이 모든 흐름을 따라가면서 납득하게 될 겁니다. 그래서 시놉시스가 늘 저따위(?)인 거예요. 이 연극은 직접 봐야만 그 의미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그래도 흥행을 생각하면 시놉시스를 더 초보자 친화적으로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주요 인물 :
알고 가면 줄거리 이해에 도움 됩니다


이 극의 투탑은 단연코 알런과 다이사트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알런은 퍼스트 네임인 알런으로 불리는데, 다이사트는 마틴보다는 라스트 네임인 다이사트로 주로 불린다는 점. 여기에서도 둘의 사회적 지위가 느껴지죠.


아무튼 알런-다이사트 합에 따라서 그날의 캐스트 성격이 크게 결정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배우에 대한 평가는 생략하고 극 중 인물들에 대한 간단 설명만 할게요.


알런 스트랑

17세 소년.

극 중에서 6세, 12세 장면들이 회상씬으로 등장.

호기심이 많고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종교광 어머니와 위선적 반사회주의자 아버지 사이에서 억압받은 결과. 주중 낮에는 전파상, 주말에는 마구간에서 일한다.


마틴 다이사트 (정열을 향한 동경)

영국 시골 마을의 정신과 의사.

결혼해서 겉보기에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존경받지만, 사실 고대 신화, 야성적인 대상에 대한 충족되지 않는 열망을 품고 살고 있다.


질 메이슨 (인간으로서의 욕망)

알런과 동년배의 10대 소녀. 알런을 마구간으로 이끄는 장본인. 종교와 성을 향한 열망을 '말'이라는 대상에게만 투영하는 알런 앞에 처음으로 나타난 이성.


프랑크 스트랑 (위선, 금기)

알런의 아빠.

알런으로 하여금 섹스를 터부시하게 한 장본인.

블루 칼라 인쇄공. 무신론자에 사회주의자.

아내와 아들에게는 TV가 나쁜 영향을 준다며 금지해 놓고 본인은 몰래 영화관에 성인영화를 보러 간다.


도라 스트랑 (종교, 강압)

알런의 엄마.

알런에게 종교적인 메타포를 강하게 심어준 장본인.

중산층 출신으로 신분에 맞지 않는 결혼을 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가문을 자주 들먹이며 주로 성경 속의 이야기를 알런에게 해준다.


헤스터 살로몬 (우월감, 동정)

판사.

극 중에서 '정상 사회'를 대변하는 인물.

알런을 형사처벌하려는 의견에 맞서서 그를 정신과 의사인 다이사트에게 데려온다. 알런을 불쌍하게 여기고 도와주려고도 하지만 알런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핵심 장면들로는 뭐가 있나요?


이거야말로 각자가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에쿠우스를 논할 때 모두가 말할 법한 장면들 몇 개를 예시로 들어봅시다.


너제트와 알런의 포옹

극 시작하자마자 다이사트의 독백의 배경으로 등장. 이때 보여주는 소년과 말 역할 배우들의 케미가 극 전체를 이끌고 간다.


다이사트의 꿈

욕망과 광기에 사로잡힌 소년 알런을 처음 만난 날, 다이사트는 악몽을 꾼다. 고대의 대제사장이 된 꿈. 안 그래도 대사 밀도가 높은 다이사트 단독씬 중에서도 가장 격렬한 내용. 아울러 다이사트 역을 맡은 배우의 단독 기량을 집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장면.


6세 알런, 해변 회상씬, 젊은 기수 등장

'말을 처음 본 건 언제야?'라는 다이사트의 질문에 대한 알런의 대답. '말' 역할은 아니지만 말을 탄 '기수' 역할의 배우가 등장. 이 극이 인간의 형태를 빌어 말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보여준다. 아울러 나중에 '하하의 들판' 장면에서 말을 탄 소년을 어떻게 묘사할지도.


생식의 구절, 알런의 의식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의 계보, 엄마가 들려준 에퀴테이션(승마술) 그리고 에쿠우스(라틴어로 말)이라는 단어에 대한 집착, 기독교적인 메타포, 말이라는 야성적인 대상을 향한 갈망이 뒤섞인 알런만의 종교의식.


하하의 들판

'가보자, 우리 말을 타고 달려보는 거야'

서서히 마음을 연 알런이 다이사트에게 털어놓는다. 3주에 한번씩 밤중에 어떻게 몰래 말 너제트를 데리고 들판으로 나와서 나체로 말을 타고 들판을 내달렸는지에 대한 기억.

극의 가장 강렬한 절정이자 1막의 엔딩씬. 참고로 이번 시즌에서는 인터미션 없이 하하의 들판 장면 이후에 잠시 암전이 되었다가 바로 2막 내용으로 넘어간다. 원래는 1막 마치고 극장의 불이 켜지면서 관객들이 직전까지 숨도 못 쉬고 있다가 다시 호흡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말들의 단체 등장 때문에라도 첫 관람자로서는 감탄할 수밖에 없는 장면. 극 전체에서 대사는 없지만 그 누구보다도 농밀한 연기를 보여주는 너제트와 말 앙상블.


알런과 질의 마구간 정사

이 장면 때문에 에쿠우스가 노출 등 키워드로 강하게 각인되기는 했다. 그래서 이 장면을 강조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극에서 중요한 전개인 건 사실이다.

시즌과 배우에 따라서는 해당 장면에서 전라를 감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2025년 50주년 공연에서는 전라가 아닌 속옷 차림으로 연기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편이 낫다고 생각함. 이 작품이 노출이라는 키워드로 소비되는 걸 원치 않기에.)


에쿠우스 2025 시즌 무대 사진 (제공 : 극단 실험극장)




트리거 있는 작품인가요?
트리거 :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에게 심리적 반응을 유발


제가 PTSD 소유자가 아니어서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트리거 여지가 있는 장면들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

다이사트의 심리 치료 장면. 나체 또는 유사한 수준의 노출 장면. 말의 육체미에 대한 숭배. 말의 눈을 찌르는 폭력적인 장면. 무대 위에서 수위 높은 노출 또는 성관계 장면.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부모의 종교적 억압 등이 무겁게 다가온다는 반응도 있더군요.


관객 연령 제한은 시즌과 연출에 따라 다릅니다. 주로 알런의 전라 여부 및 마구간 정사 장면의 묘사에 따라 결정되는 편. 2025년 시즌은 만 17세 이상 관람가.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어때요?
좌석은 어디로 잡아야 해요?


어, 일단 불편합니다.

좌석은 취향 따라 케바케.

무대 구성을 관전하고 싶으면 뒷줄도 OK.

알런에 집중하고 싶으면 A구역 1열 중앙.


예그린씨어터 치면 아마 좌석 불편하다는 얘기가 가장 많이 나올 겁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팩트이기 때문. 어디를 앉아도 좁고 불편해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극이 시작하고 나면 무대에 몰입하게 되어서 좌석은 의식하지 않게 된다는 것 정도.


50주년 기념 공연인 만큼 한국 연극의 산실인 대학로로 회귀한 건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무리 갖다 붙여도 극장 환경이 열악한 건 사실이에요.


매표소와 입구도 좁고, 캐스트 보드 앞 공간도 협소하고, 관객석도 다닥다닥 좁아서 체구가 크지 않은 사람도 어깨 접고(?) 앉아야 하는 형국. 1열에 앉으면 무대는 생동감 있게 보이는 대신에 거의 발과 무릎이 무대 앞단에 닿을 정도입니다. 무대에 방해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는 안내방송도 나오죠.


예전 시즌 서경대 예술공연센터나 충무아트홀 중극장은 정말 훌륭했지 싶네요. 서경대는 무대가 다소 높게 솟아 있어서 극적이긴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에쿠우스 구성에는 다소 아쉽고. 충무 중극장이 정말 딱이었는데.


예그린의 규모가 소극장인 건 되려 큰 방해는 안 됩니다. 극장이 너무 광활하지 않아서 오로지 무대에만 집중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에쿠우스라는 극의 구성과도 잘 맞기는 합니다. 별다른 무대 장치 없이 미니멀하게 진행되는 극이고 전체적으로 조명을 어둑하게 쓰는 편이라서.


그보다 문제는, 음향. 대부분의 장면에서는 음악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배우들도 마이크 없이 대사를 치기 때문에 괜찮아요. 오히려 소극장이어서 대사 전달은 더 잘 되죠. 하지만 하하의 들판, 그리고 마구간에서 말의 눈을 찌르는 장면들에서는 배경음악과 효과음이 과하게 크게 나옵니다. (그렇다고 음질이 좋은 것도 아님...)


그래서 주요 장면에서 배우의 대사가 잘 안 들리곤 해요. 경력직 관객이라면 어차피 대사를 다 알지만 초심자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격하게 돌아가는 장면인데 배우의 말이 정확하게 안 들린다는 건 단점이겠죠. 알런 배우들은 이걸 극복하려고 엄청나게 본인 성대를 갈아 넣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극장임에도 불구하고 앞줄과 뒷줄의 몰입도 차이가 있기도 합니다. 저도 어지간해서 장면과 대사들 다 아는 편인데 이건 8열에서 듣는 거랑 3열, 1열에서 듣는 차이가 몹시 크더군요. 이건 예그린 음향 시스템 자체의 문제도 있겠지만 연출 차원에서 볼륨을 조절하는 걸로도 어느 정도 보완이 가능할 텐데. 에휴.


그러니까 상황만 허락한다면 가급적 앞줄에서 관람해 보시기를 권장합니다. 대사가 잘 들리는 건 물론이고, 에쿠우스 극의 시그니처 매력인 말 앙상블을 가장 생동감 있게 접할 수 있거든요. 바로 코 앞에서 말들의 발굴림, 갈기와 콧바람, 늑골의 움직임, 심지어 바디오일 향까지(...) 느낄 수 있다는 점. 에쿠우스에서 말들의 매력이란, 직접 보기 전에는 아마도 납득이 안 될 겁니다.


다만, B구역 1열은 구석으로 갈수록 시야 방해가 다소 있습니다. 특히 하하의 들판 등 주요 장면에서 무대 우측에 앉아있는 내레이터 다이사트. 그 때문에 무대 중앙의 알런이 가로막힐 수가 있죠. 다이사트의 표정 연기를 보기에는 최적의 자리입니다만. 결국 본인의 관람 포인트에 따라서 달라지겠죠?





예매는 어디에서?
티켓 가격은? 할인은요?


가끔 이벤트성으로 포토카드나 미니 포스터를 주기도 하고, 주요 배우 싸인 프로그램북 패키지 등도 판매하긴 합니다만. 관람 초심자 입장에서 구미가 당길 법한 그런 MD는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극단 프로그램북 정도? 그런데 카드 결제도 안 되어서 현금 또는 계좌이체로만 구입해야 하는? 판매 데스크 공간이 좁아서 사람들에 치이고 정신없는데 그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사야 하는?? (그래도 살 사람은 삽니다만... 저처럼...)


할인 권종도 많기는 많은데 복잡하고 일관성이 없습니다. 일찍이 티켓팅 완료해 둔 팬들이 늘 뒷목 잡는 이유이기도 하죠. 할 말이 많지만 여기에서는 하지 않겠습니다... 가격은 다음과 같음. 예매처는 NOL, 예스24, 네이버.


기본 정가 - 66,000원

직장인 할인 20% - 52,800원

재관람 할인 30% - 46,200원

스탬프 실물 할인권 40% - 39,600원

실물 포토카드 할인 50% - 33,000원

각종 타임세일 주로 50% - 33,000원


타임세일 소식은 에쿠우스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공지를 하곤 합니다만. 그런데 이걸 팔로우할 정도의 사람이면 에쿠우스 팬일 것이며 이미 티켓팅 다 해놓고 회전문 돌고 있지 않을까요?!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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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L 티켓

mobileticket.interpark.com


연극 〈에쿠우스 ´EQUUS´〉: 한국 초연 50주년 기념공연

연극 〈에쿠우스 ´EQUUS´〉: 한국 초연 50주년 기념공연 상세정보 장르: 연극 일시: 2025.10.03 ~ 2026.02.01 등급: 17세 이상 관람가 관람시간: 110분 장소: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ticket.yes24.com


네이버 예약 :: 연극 <에쿠우스 'EQUUS'>: 한국 초연 50주년 기념공연

줄 서지 않는 편리한 생활의 시작

booking.naver.com






그래서 왜 봐야 하는데요,
연극 에쿠우스.


다회차 에쿠우스 애호가로서 의견 드리자면 -

이 연극을 보기 전과 후, 삶을 감각하는 정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각자 작품에서 가져오는 핵심 키워드는 다르기에 이걸 규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건 너무 주입식 교육의 폐해 같잖아요. 다음 중 이 작품이 의미하는 바를 고르시오, 같은.


하지만 이 작품을 관람하고 나면 스스로 느끼게 되는 감각들, 품게 되는 질문들이 생기기 마련이지요. 예를 들자면 :


에로티시즘

이 극은 분명 야합니다. 그런데 그 야하다는 감각, 에로티시즘은 어디에서 왜 오는가. 소년과 소녀의 마구간 정사 장면보다도 소년이 말을 쓰다듬는 장면이 훨씬 더 에로틱하게 느껴질 겁니다. 왜 그럴까. 간절하게 갈망하는 마음, 이 마음을 담은 진득한 손길, 지극하게 올려다보는 눈빛, 상대를 동경하는 동시에 정복하고 싶은 모순된 욕망... 각자의 해석은 다르겠지만 이를 곱씹게 되죠.


종교

작가는 분명 인간의 종교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었으나 이를 직접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희곡 속에서 은유적으로 나타냅니다. 그리고 이게 훨씬 더 강력하죠. 종교를 가진 이든, 무신론자든 간에, 인간이 생각하고 그리는 종교란 무엇일까. 그 핵심은 무엇일까. 우리는 그 안에서 무엇을 바라고 바라보는 걸까. 이에 대해서도 자세한 코멘트는 줄이겠습니다. 감상과 평가는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바.


연극 무대의 가능성

무대 구성은 지극히 단순합니다. 이 공간 안에서 극본과 배우의 힘으로 얼마큼 다양한 공기의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이에 대한 극단적인 실험에 가깝지요. 말 한마디, 시선 방향 하나, 찰나의 눈빛만으로도 배우는 정신병원의 병동에 있었다가, 안개가 자욱한 야밤의 들판을 내달렸다가, 6세 아이가 되기도 합니다. 말 앙상블 또한 과장된 분장 없이 그저 말 갈기가 달린 가면과 자신의 몸뚱이 만으로도 완벽하게 말을 표현해 냅니다. 작위적으로 말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분명 사람인데 또 너무 분명하게 말인 존재들. 아, 연극이라는 장르가 이렇게까지 표현해 낼 수 있구나. 심지어 50년 전의 작품인데. 이 예술 형태에 대한 순수한 탄복을 자아내는 작품.


그러니 아직 안 본 사람이라면 '어, 나 그거 취향 아니야'라고 선을 긋기보다는 이 놀라운 세계를 한 번쯤은 직접 경험해 보기를.




에쿠우스 2025 시즌
한국 초연 50주년 기념 공연


여태까지는 '에쿠우스라는 연극' 전반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참고로 현재 대학로에서 진행되는 에쿠우스 2025 시즌은 국내 초연 50주년 기념 공연입니다. 나름 기념비적인 의미를 담았지요. (운영 홍보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지만 여기에서는 넘어가도록 하죠...)


이번 시즌의 특징 몇 가지 :


4명의 알런

쿼드 캐스트로 역대급으로 다양한 알런. 물론 이건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말이에요. 극단 측에서 이 매력을 더 잘 살리고 각 배우의 개성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무튼 기본적으로는 이 복잡다단한 알런이라는 캐릭터를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한다는 지점은 마음에 듭니다. 4알런 모두 보고 온 입장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이번 시즌, 알런들은 모두 훌륭합니다. 김시유, 이충곤, 정용주, 도은우, 네 배우 모두에게 박수를.


경력직 다이사트

너무나 오래전부터 다이사트 1진(?)을 맡아온 장두이를 필두로, 최종환한윤춘. 다이사트 라인업은 너무 쟁쟁해서 뭐 말을 보탤 게 없습니다. 취향의 차이일 뿐, 다들 관록이 엄청나니까요. 극의 서술자이자 관찰자, 알런의 가장 큰 카운터파트로서 역할인데 믿음직합니다.


역할의 진화

에쿠우스 세계관(?)에는 오래 있었으나 세월이 지남에 따라 역할이 변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9 시즌까지는 젊은 기수 역할을 해왔던 노상원 배우는 2022 시즌부터는 알런의 아빠 프랑크 역할을 맡았죠. 그걸 또 참 잘 어울리게 소화를 해서 아주 성공적인 세대/역할 교체로 보입니다. 또 2022 시즌에서는 말 앙상블의 일원이었던 김명준 배우가 2025 시즌에는 원캐스트 너제트 역할을 맡아서 모든 무대마다 열연을 펼치고 있지요. 시즌을 오래 지켜본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런 요소들이 있답니다. 초심자들도 '아하, 그렇구나' 알고 보면 재밌을 포인트들.


주목할 새 얼굴들

2025 시즌에 새로이 합류한 배우들도 있지요. 알런의 엄마 도라 역의 송희정 배우. 질 메이슨 역의 김성진 배우. 헤스터 역의 김보나 배우는 제가 알기로는 예전부터 에쿠우스 팀의 일원이긴 했는데 아마 헤스터로서의 정식 무대는 이번이 처음인가 싶네요. 작품 이력에는 에쿠우스가 이번이 처음으로 뜨네요. (이건 좀 헷갈립니다만) 그런데 이 세 명이 공교롭게 이번 시즌 해당 역할에서 저의 원픽들이었습니다.


에쿠우스가 앞으로도 롱런하면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피를 수혈하는 것이 관건일 텐데. 부디 이번 50주년 기념 시즌이 그 계기가 되어주길. (제 최애 본진 김시유 배우가 알런을 졸업하는 건 아직도 마음이 아리고 아쉽지만, 그 또한 받아들여야 할지니.)


에쿠우스 2022년 시즌 컨셉사진 (제공 : 극단 실험극장)




연극 에쿠우스, 말은 들어봤는데 이걸 볼까 말까 고민하던 이들에게 부디 도움이 되었기를. (그리고 나의 근본작 영업 효과가 있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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