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는 '가성비'를 모른다

by Jenna Joo · 제나 주 · 미국 시장 분석

by 제나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마케팅 언어 중 하나가 미국에서는 독이 된다. '가성비'라는 개념 자체가 미국 프리미엄 뷰티 시장에서는 다르게 작동한다. 이걸 모르고 들어가면 아무리 좋은 제품도 잘못된 선반에 놓인다.


'가성비'는 번역이 안 된다

한국 뷰티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는 가성비다. "이 가격에 이 성분이라니"라는 문장이 소비자를 움직인다. 실제로 한국 소비자는 성분표를 읽고 가격 대비 효능을 계산하는 능력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이 무기를 들고 미국 시장에 들어가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 반응이 없다. 혹은 더 나쁜 경우, 싸구려라는 인식이 생긴다.

영어에 'value for money'라는 표현이 있다. 한국어 가성비와 비슷해 보이지만 쓰이는 맥락이 완전히 다르다. 미 뷰티 시장에서 'value for money'는 드럭스토어 제품에 붙는 언어다. 세포라 프리미엄 존에서 이 표현을 쓰는 브랜드는 없다.


가격이 품질을 만든다는 역설

행동경제학자 Dan Ariely는 Predictably Irrational(2008)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한다. 동일한 진통제를 두 그룹에게 줬다. 한 그룹에게는 정가로, 다른 그룹에게는 할인가로. 결과는 정가를 받은 그룹이 통증 완화 효과를 더 높게 보고했다.¹

가격이 실제 경험에 영향을 준다. 뷰티 제품도 다르지 않다.

Plassmann 등의 연구(2008)에 따르면 동일한 와인을 다른 가격표와 함께 제시했을 때, 더 비싼 가격표가 붙은 와인이 맛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fMRI 측정 결과 가격이 높을수록 쾌락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더 활성화됐다.²

이것은 기만이 아니라 인간의 인식 구조다.

La Mer 크림이 $350이고 핵심 성분이 해초 추출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는 소비자들이 있다. 가격 자체가 경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K뷰티가 이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K뷰티가 가성비를 강조할 때 일어나는 일

많은 K뷰티 브랜드가 미국 시장에 진입하면서 이런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국에서 $15인데 미국 브랜드 같은 효과예요." "세포라 제품의 절반 가격으로 더 좋은 성분."

이 메시지가 전달하는 것은 의도와 반대다.

첫째, 스스로를 저가 포지션에 집어넣는다. "절반 가격"이라는 순간 뇌는 그 제품을 하위 티어로 분류한다.

둘째, 비교 대상을 직접 소환한다. "세포라 제품보다 좋다"고 하는 순간 소비자는 세포라 제품을 기준점으로 삼는다. 그 기준점을 넘는 것이 아니라 저렴한 대안으로 읽힌다.

셋째, 브랜드 스토리가 사라진다. 가격이 메인 메시지가 되는 순간, 이 브랜드가 왜 존재하는지가 지워진다.

Laneige, Beauty of Joseon, COSRX — 미국에서 자리를 잡은 K뷰티 브랜드들은 공통적으로 가성비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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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RX가 한 것

COSRX는 흥미로운 반례처럼 보인다. 실제로 가격이 낮다. $25 안팎의 스네일 에센스가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런데 COSRX의 포지셔닝을 자세히 보면 가성비 마케팅이 아니었다. "최소한의 효과적인 성분만"이라는 철학이 전면에 있었다. 가격이 낮은 이유가 "성분에 집중하고 마케팅 비용을 줄였기 때문"이라는 서사였다.

이것은 The Ordinary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방식과 같다. The Ordinary도 가격이 낮다. 하지만 포지셔닝은 "투명성과 성분 중심주의"다. 저렴함이 목적이 아니라 철학의 결과다.³

가성비와 철학의 차이. 이것이 미국 소비자가 읽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뭐라고 말해야 하는가

가격을 정당화하는 미국식 언어는 세 가지 구조에서 나온다.

① 희귀성과 기원: "한국 전통 발효 공법에서 시작된." "제주도에서만 자라는."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가격의 근거가 된다.

② 리추얼과 경험: "3분의 마사지 루틴." "도포 후 60초 기다리는 이유." 사용 방식 자체를 경험으로 만들면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이 된다.

③ 전문가 검증: "한국 피부과에서 처방하는 성분." "서울 피부과학 연구 기반." 누가 만들었는지, 누가 쓰는지가 가격을 정당화한다.

세 가지 모두 가격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 가격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전체가 증명하는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세포라에서 성공하는 K뷰티의 특징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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