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enna Joo · 제나 주 · 케이스 스터디
세포라 매대에 올라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 뷰티 브랜드가 많다. 그런데 입점한 브랜드 중 상당수가 2~3년 내에 조용히 사라진다. 세포라 커뮤니티에는 "이 브랜드가 없어졌나요?"라는 질문이 반복적으로 올라온다.
지금도 어렵게 입점한 브랜드들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무엇이 세포라 생존을 갈랐는가.
세포라 입점 소식이 한국 뷰티 업계에 전해지면 보도자료가 나온다. "미국 최대 뷰티 리테일러 진출 성공."
브랜드 대표는 인터뷰를 한다. "이제 미국 시장을 공략할 준비가 됐다"고 말한다.
그런데 실제로 세포라 선반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르다.
세포라는 매년 브랜드 퍼포먼스를 평가하고 판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브랜드를 퇴출한다. 퇴출은 조용하다. 어느 날 웹사이트에서 제품이 검색되지 않고, 매장 직원이 "그 브랜드는 더 이상 취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공식 발표는 없다. 브랜드는 그냥 사라진다.
여기서 핵심적인 질문이 생긴다. 세포라는 왜 이 브랜드는 살리고 저 브랜드는 내보내는가?
세포라의 브랜드 평가 기준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과 세포라 커뮤니티 포럼, 뷰티 미디어의 분석을 종합하면 세 가지 핵심 변수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첫째, 입점 전 수요가 존재했는가.
세포라는 유통 채널이지 마케팅 채널이 아니다. 이미 원하는 소비자가 있는 제품을 유통하는 곳이다. 그런데 많은 K뷰티 브랜드가 이 순서를 뒤집는다. "세포라에 들어가면 알려질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가장 큰 착각이다.
Glow Recipe의 공동창업자 Sarah Lee와 Christine Chang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K뷰티 큐레이션 이커머스를 운영하며 미국 소비자와의 접점을 먼저 만들었다. 2017년 첫 자체 제품 워터멜론 글로우 슬리핑 마스크가 세포라에 출시됐을 때 8,000명의 웨이팅 리스트가 있었다.¹ 세포라가 브랜드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이미 수요가 있는 브랜드가 세포라에 입점한 것이다.
둘째, 리뷰가 쌓이는 속도.
세포라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제품 노출 순위는 리뷰 수와 평점에 크게 의존한다. 입점 초기에 리뷰 모멘텀이 생겨야 검색에서 상위에 노출되고, 노출이 신규 소비자를 만든다. 진성 팬이 없는 상태로 입점하면 리뷰가 천천히 쌓이고, 리뷰가 없으면 검색에서 뒤로 밀리고, 뒤로 밀리면 신규 소비자를 만날 수 없다. 악순환이다.
반면 Beauty of Joseon은 세포라 입점 전에 아마존과 틱톡에서 이미 선스크린 팬베이스가 형성되어 있었다. 입점과 동시에 이미 알고 있던 소비자들이 리뷰를 달기 시작했다.
셋째, 히어로 제품의 유무.
세포라에서 살아남은 K뷰티 브랜드들은 예외 없이 하나의 제품으로 먼저 알려졌다. Laneige의 립 슬리핑 마스크, COSRX의 스네일 뮤신 에센스, Beauty of Joseon의 선스크린, Glow Recipe의 워터멜론 슬리핑 마스크. 이 제품들이 먼저 바이럴됐고, 그 파급력이 브랜드 전체로 퍼졌다.
사라진 브랜드들은 입점 당시 10~20개 SKU를 들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걸 사야 하지?"라는 결정 피로가 생긴다. 심리학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패턴이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아무것도 사지 않는 비율이 높아진다.²
JLo Beauty는 2021년 세포라에 런칭했다. 제니퍼 로페즈의 셀럽 파워를 앞세워 업계에서는 첫 해 북미 소매 매출 1억 5천만 달러를 기대했다. 그런데 2024년 초, 세포라 매장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레딧에는 "JLo Beauty가 먼지 쌓이고 있다"는 사진이 올라왔고, 소비자들은 "진짜로 저 제품을 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응했다.³이유는 세 가지가 겹친다.
첫째, 진정성의 부재였다. Rare Beauty의 Selena Gomez, Fenty Beauty의 Rihanna가 성공한 이유는 셀럽이 실제로 그 제품을 쓴다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로페즈 또한 자신의 피부 비결이 올리브 오일이라고 말했으나 안타깝게도 소비자들의 믿음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둘째, 히어로 제품이 없었다. That JLo Glow Serum, That Blockbuster Wonder Cream 등 13개 제품을 한꺼번에 들고 들어갔다. "JLo Beauty 하면 이것"이라는 하나의 제품이 없었다. 소비자가 브랜드로 유입되는 '정문'이 없었다는 것이다.
셋째, 틱톡 세대와 연결되지 않았다. 세포라의 핵심 소비자인 Z세대와 밀레니얼은 셀럽 이름이 아니라 틱톡 바이럴, 성분, 가격으로 제품을 선택한다. JLo Beauty의 마케팅 언어는 이 소비자층과 완전히 어긋나 있었다.⁴
이 케이스가 중요한 이유는 자원이 없어서 실패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포지셔닝과 순서가 맞지 않았다.
세포라에서 살아남은 K뷰티 브랜드들의 공통 경로를 정리하면 이렇다.
틱톡·인스타그램에서 히어로 제품 하나 오가닉 바이럴 → 레딧 r/SkincareAddiction 같은 커뮤니티에서 입소문 → 아마존 또는 자사몰에서 초기 판매와 리뷰 누적 → 데이터가 쌓이면 세포라 입점 협의 → 입점 시 이미 팬이 있는 상태라 초기 리뷰 속도 양호 → 알고리즘 노출 → 신규 소비자 유입.
세포라는 이 경로의 마지막이다.
이 순서를 뒤집으면, 입점 비용과 마케팅 비용이 동시에 나가면서 수요는 만들어지지 않는 구조가 된다.
좋은 제품이 좋은 선반에 놓이는 것만으로는 미국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없다.
다음 글에서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인스타그램을 운영할 때 반복하는 실수 세 가지를 분석한다.
소셜 미디어에서 소비자를 먼저 만들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왜 대부분의 K뷰티 브랜드 계정이 그 기회를 놓치고 있는지를 다룬다.
참고 자료
¹ CNBC Make It. (2022, May 27). "How Glow Recipe's co-CEOs turned $50,000 into a $100-million brand."
² Iyengar, S. S., & Lepper, M. R. (2000). When choice is demotivating: Can one desire too much of a good th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9(6), 995–1006.
³ Beauty Independent. (2024, March 8). "JLo Beauty Exits Sephora's US Stores."
⁴ Piper Jaffray, Beauty Independent 재인용. (2024). "The evolving Sephora demographic leans towards younger consumers who tend to be brand agnostic. Their buying behavior is driven more by a brand's virality on TikTok, efficacy, affordabil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