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애자

by 온지엽

이 세상에는 별별 사람이 다 있다. 피자를 좋아하는 남자가 피자랑 결혼하는 세상이고, 애니를 좋아하는 남자가 캐릭터 베개랑 결혼하는 세상이다.

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혼이 좋아하는 사람과 평생을 약속하는 거라면, 그 대상이 꼭 인간이 아니어도 된다는 마인드다. 그 사람이 피자가 좋다는데 뭐 어쩔 거야-! 아, 피자가 너무 좋다잖아-! 다른 사람한테 폐 끼치지 않으면서 행복하면 그만인 거다. 근데 그렇게 좋아한다는 피자와 결혼해 놓고 아내의 동족을 먹는 건 좀 사이코패스 같다.

그리고 아내가 부패하면 다른 피자, 또 다른 피자로 부인 자리를 수만 번을 대체할 걸 생각하면 진짜 그 피자 와이프가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 피자 신부는 남편이 자신의 일가친척을 다 먹어치우고, 자신마저 죽으면 다른 피자에게 넘어갈 것을 이미 알면서도 그와 결혼을 하는 것이다. 솔직히 처음엔 답답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알면서도 선택한 것 같아서 별로 답답하지도 않고 그냥 좀 안 됐다. 왜 스스로 그런 호구가 되어버릴까.

이 세상에는 국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국기만 봐도, 애국가만 들어도, 그 나라 이름만 들어도 가슴 뭉클하고 뜨거운 감정이 일어서 눈물이 자동으로 줄줄이 흐르는 사람들 말이다. 군이나 정보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좀 있는 편이다.

그런 사람들은 현실에서만이 아니고 애니에서도 등장한다. <코난>의 아무로 토오루라는 사람은 자기 나라가 너무 좋아서 일본이랑 연애를 해버린다. 잘생기고, 키 크고, 똑똑하고, 싸움 잘하고, 총 잘 쏘고, 커피 잘 내리는데 여자는 없고 국가가 애인이다. 형은 애인 있어요? 하고 묻는 코난의 말에 내 애인은 바로 이 나라야! 하는 중2병 걸린 이불킥 각 선언을 한다.

웹툰 <고래별: 경성의 인어공주>의 의현은 조선을 너무 사랑해서 사랑의 열병마저 앓는다. 근데 그 나라는 타국의 식민지라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사랑이다. 그래서 그 부잣집 도련님은 지독한 상사병에 걸려버린다. 자기보다 어린 '인어공주님' 수아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그마저도 내가 사랑하는 조선에 비하면 아니다 싶었는지 조선을 위해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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