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리

by 온지엽

나는 내가 애기씨인 줄로만 알았다. 10년을 누더기 옷을 입고서 기와지붕 아래 드러누워 수박을 먹었다. 너덜너덜한 짚신을 신고 정갈하게 정돈된 정원을 노닐었다.


나는 미처 몰랐다. 내가 무수리였음을. 나는 소매를 걷어붙이고 걸레를 빨고 마룻바닥을 벅벅 닦아야 한다. 변소의 똥오줌을 푸고 철퍼덕 처리해야 한다. 진짜 애기씨의 상을 올려드리고 부엌에서 보리밥을 씹어 삼켜야 한다.


나는 무수리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

다만, 뒤늦게 중인이 될 꿈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