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

by 온지엽

내가 미천해서 좋은 걸 알아보는 눈이 없다. 어릴 때는 꽤 여기저기 다니며 이런저런 음식도 먹어보고, 이런저런 음악도 들어보고, 또 이런저런 그림도 봤는데 이런저런 가방은 보지는 않았다. 또 이런저런 시계를 보거나 이런저런 향수를 맡아본 적은 없다. 그리고 난 아무 버스나 덜컹덜컹 타고 다녔다. 지옥철을 알기 전에 난 지옥버스를 먼저 배웠다.

그래서 나한테는 이 가방이 저 가방이고 또 저 가방이 이 가방이다. 저 자동차가 왜 1억 원이 넘게 나가는지 내 우동사리 머리로는 이해를 못 한단 말이다. 그렇지만 유튜브에서 본 낡아서 허름해진 명품가방을 새 지갑으로 리폼하는 20분짜리 장인의 퍼포먼스를 보면서는 눈이 반짝였다. 저게 예술이지 싶었다.


근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를 저렇게 개인이 아무렇게나 리폼해도 되나? 하는 초조한 조바심은 났다. 저 할아버지가 저작권 침해로 국제소송을 당할까 봐 조금 걱정됐다. 그래도 난 핸드폰 화면을 사이로 두고 저 할아버지의 반대편에 있었다. 또 장인 할아버지는 과거에 있었고 나는 현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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