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요정

by 온지엽

'눈의 요정이 있다면 꼭 너 같은 모습일까?'

그 연해주 출신의 서슬 퍼런 눈을 한 거구의 조선인 남자는 사랑 고백을 이런 식으로 했다. 아담한 체구의 조선인 여자가 알아듣지 못하는 러시아 말로 말이다. 그 남자의 이름은 해수였다. 여자의 이름은 수아였다. 수아는 해수가 강제로 먹인 조달로 인해 목소리를 잃었다. 해수는 독립운동가인데 자신들의 꿍꿍이가 흘려나갈 것을 우려해 친일파의 몸종인 수아를 해친다.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찾아온 수아 앞에서 해수는 '대한 독립 만세.' 하며 표정 하나 변치 않고 똑같이 조달을 마시려 한다. 그걸 수아가 막아 버린다.

해수가 이해가 가는가? 나는 저 썩을 놈의 인간! 하고 분노했다. 하지만 그가 이해가 갔다. 나는 웹툰 <고래별>의 인물들 중에서 그 미친놈을 제일로 사랑한다. 지금으로 치면 그는 정보기관의 사람인 거다. 미칠 듯이 나라를 사랑하여 나라를 위해 죽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무고한 자국민을 희생시킬 수도 있는 사람.

그의 가슴팍에는 커다란 흉터가 있다. 그걸 수아가 보자 해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의 가족들은 모두 연해주에서 죽었다. 긴 머리를 한 그는 어머니를 쏙 빼닮았는데, 그는 총 다루는 법을 어머니에게서 배웠다. 그의 어머니는 미인인 데다 카리스마 넘치는 여장부였다. 그의 어린 남동생은 '조선은 여름에 공기에서 비내음이 난다더라'며 조선의 여름을 궁금해했다. 하지만 그 어린 남동생도 왜군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 당시에 해수는 10대 소년이었는데 그보다 더더더 어린 계집아이 녹주 손을 잡고 경성의 다방 <고래별>로 온다. <고래별>은 독립운동가들의 아지트다.

녹주는 똑단발을 하고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다. 하지만 머리가 좋아서 경성의학전문학교 재학생이고 조선어, 일본어, 영어,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해수를 끔찍하게 따른다. 하지만 아이는 계단에서 떨어져 머리부터 부딪히는 바람에 즉사를 해버렸다.

해수는 총상을 입고서 수아에게 자신을 버리고 가버리라고 한다. 눈 쌓인 겨울날 절에서 수아는 고통스러워하는 해수에게 조달을 먹여 진정시켰다. 깨어난 해수는 자신을 왜 살렸냐며 약한 소리를 한다. 수아가 그의 가슴을 탕탕 치며 무음의 분노를 내뱉자 그는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며 아주 오열을 한다.

해수는 그다음 날부터 나무를 하고 수아의 손에 총을 쥐어준다. 그리고 달 밝은 어느 날 밤에 수아가 울자 그녀의 눈을 손으로 가려준다. 수아는 친일파의 아들이자 독립유공자인 의현을 사랑한다. 의현은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가 동일본대지진의 여파로 조선인들이 대학살 당하는 걸 속수무책으로 지켜봤다. 그는 말 못 하는 수아에게 한글을 알려주었다. 의현은 조선을 사랑한다. 물속에서 자신을 구해준 수아 아가씨가 꼭 인어공주 같았다던 그 곱게 자란 도련님은 조선을 사랑한다.

그를 두고 해수는 아랫도리가 썩어 문드러질 놈이라고 했다. 의현은 행방불명이 되었고, 해수는 총에 맞아 죽었고, 수아는 폭탄을 들고 거사를 치르러 떠난다.

작가의 이전글비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