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by 온지엽

난 문학 시간이 제일로 재밌었다. 문학시간이 연달아 두 시간이 있는 날이면 그 전날 종례시간부터 쏘 럭키해서 쏘 해피, 해피, 해피-했다. 근데 당연히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이건 교과서 집필한 아저씨 생각인데 왜 내가 이걸 외워야 하느냐고 속으로 고성을 질렀다.


내 생각은 따로 있는데 이놈의 주입식 교육은 단 한번도 에세이를 써서 제출하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Not even once. 난 그게 정말 불만이었는데 한 달이 지나자 누구보다도 열심히 선생님의 말씀을 받아쓰며 "선생님, 다시 한번만 말해주세요!" 하고 외쳤다. 재밌게 공부했는데 딱 한번 90점을 넘긴 때 말고는 다 형편없는 성적이었다. 수능 등급은 현역 때나 재수 때나 5등급이었다. 국평오의 그 무섭고 징글징글한, 평범하고 비참한 5.등.급 말이다.


난 수학시간에도 꽤 문제 학생이었다. 왜 이런 공식을 외워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었다. 내가 4차 그래프의 기울기를 계산해서 뭐해. 아니 그전에, 이 공식이 만들어진 원.리.를 알기라도 해야 외우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닌교? 근데 교무실에서의 선생님은 '그게 궁금해서 수학자가 이미 200년 전에 연구해서 도출해낸 결과가 이 공식인데 왜 원리를 궁금해 하느냐'며 한심해 했다. 난 그 선생님을 선생이라고 부르기를 거절한다. 정말로.


난 논밭이 아니란 말이다. 누군가가 200년 전에 궁금해서 (그게 왜. 도대체 왜. 궁금한지도 난 모르겠지만. 아무튼. 사과가 떨어졌는데 만유인력의 법칙을 떠올린 건 내 생각에 뉴턴이 또라이라서 그런 것 같다. 그건 그냥 요상한 거다.) 이미 도출해낸 공식을 내 머리에 옮겨 심어도 되는 게 아니다. 내 머리는 내 거라서 내가 데굴데굴 굴려야 하는 거지 누군가의 생각을 마구마구 쑤셔 넣고 외워! 하고 할 게 아니란 말이다.


어떤 아저씨가 옛날에 공식을 만들었으면 그걸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려줘야 할 것 아냐! 아니면, 그 공식이 현실에서 도대체 어디에 써먹이는지는 일러줘야지. 그거 외워서 알지도 모르겠는 문제를 풀어서 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는 거냐는 말이다. 시간 낭비다. 수열이나 확통, 인테그랄 기호까지는 이해해도 내가 왜 적분을 공부해야 했는지를 난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곱셈을 배웠으면 나눗셈도 배우라는 말인 건가.


말이 중언부언 길어졌는데 봄이라서 푸념 좀 해봤다. 데이트할 남자친구는 없고 모내기 시즌은 다가오는데 심술이 좀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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