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오브 카프카

by 온지엽

중1 때인가 프란츠 카프카의 생가에 간 적이 있어요. 꽤 작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전 카프카의 작품은 딱 하나만 읽어봤어요. <변신>이라고... 어느 날 눈 떠봤더니 주인공이 거대한 벌레로 바뀌어져 있는 내용이었어요. 그는 가족의 멸시를 받고 등짝에 사과가 끼어서 괴로워하다가 결국은 죽어요.

나는 이게 도대체 왜 명작인가 싶었어요. 그래도 꽤 재밌게 읽었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명작이라고 안 했으면 그런 책이 있는지도 몰랐을, 어느 낡은 헌책방 구석에 먼지 쌓여있을 책이 막상 읽어보니 재밌는 거요. 저는 <노인과 바다>가 왜 명작인지도 모르겠어요. 노인이 한창 씨름하다가 거대한 물고기인지 고래인지를 잡는 내용 말이에요.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라이프 오브 파이>를 봤어요. 조금 무섭기도 하고 심오한 듯도 하고 그랬지만 결국 그래서 그 영화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끝내 이해하지 못했어요. 제가 그래요. 알고 보니 그 동물들이 사실은 사람들이고, 동물들이 서로 싸운 건 사람들이 서로 치고받고 싸우고는 살인을 해서 인육을 먹은 거였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주인공이랑 호랑이는 모두 주인공 자신이라나요. 호랑이가 그니까... 주인공의 자아?라고 했던 것 같아요. 스스로와 대화를 하며 그 시간을 이겨낸 거라고 저는 이해했어요.

아무튼 그렇다면 저도 10년간 호랑이랑 대화를 한 건가요. 저는 돛단배가 아니라 침대 위에 누워있기는 했어요. 꿈을 꾸다가 깨어난 것 같아요.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별들의 반짝임을 보지는 못했어요. 제 주위에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는 기자와 의사와 인권운동가가 있어요. 저는 말을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덕혜옹주와 사도세자 이야기를 해요. <변신>과 <라이프 오브 파이>를 이야기해요. 그대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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