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왜 생겼는지 아이가 물을 때

과학 질문의 웬만한 답은 다 여기! 『과학이 빛나는 밤에』

by 미라지


"엄마, 우주는 왜 생겼어?"


엄마를 시험에 들게 하는 질문입니다. 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냐고 물을 땐 "빅뱅이 있었대"라며 슬쩍 넘어갔지만, 왜 생겼냐고 물으니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냥" 혹은 "신 만이 아시겠지"라고 하고 싶지 않아 찾아 읽은 책이 『과학이 빛나는 밤에』(추수밭) 였습니다. 빅뱅과 우주의 탄생으로 시작해 문명의 시작을 지나 근현대 과학과 첨단 과학까지 아우르는, 과학사를 소개하는 책입니다.


정상 우주론과 빅뱅 이론의 대립으로 첫머리를 시작합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수학적으로 풀어낸 과학자들은 우주 공간이 팽창하거나 수축한다는 결과를 얻습니다. 하지만 정작 아인슈타인은 이 결과를 부정하며 우주는 무한한 과거부터 지금까지 별다른 변화 없이 존재했을 것이라는 '정상우주론'을 주장했다 합니다. 나중에 자신의 오류를 인정했다 전해지죠.


이후 허블이 은하들을 관찰하다가 공간이 팽창하고 있음을 발견했고, 우주 공간이 팽창하면서 열기가 식어 관측되는 '우주배경복사'가 빅뱅의 직접적인 증거가 되면서 새로운 우주 역사가 드러나게 됩니다. 빅뱅이란 점 속에 가득 차 있던 '에너지'에 의해 점이 갑자기 '팽창'하면서 막대한 우주 공간이 만들어지고, 공간을 팽창시키던 에너지가 '물질'로 변환된 사건을 말해요. 약 1초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군요.


이제 빅뱅이 '왜' 생겼는지 답을 찾아야 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기가 막힌 우연이었다'고 말하기로 했습니다. "소수점 이하의 초 단위로 수많은 일이 일어났고, 그 일은 하나같이 중요한 일들이에요. 그 일들이 조금만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면 우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됐을 겁니다.(p.25)" 라 쓰여 있었거든요.


"우주 공간에 1세제곱미터 당 수소 원자가 다섯 개 이상 존재하면, 원자들 중력 때문에 우주는 오그라든대. 그럼 다시 점이 되어 버리는 거야. 그리고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가 조금만 빨랐더라면 물질들이 서로 끝없이 멀어져 버렸을 거래."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우주 전체가 고르게 퍼진 상태에서 암흑 물질들이 다른 물질들을 끌어들여 별과 은하를 만든 거야. 그것도 그냥 생긴 게 아니야. 양성자와 전자가 전자기력으로 끌어당기고, 양성자와 양성자가 중성자 도움을 받아 강력으로 결합한대. 그리고 쿼크랑 약력도 작용하고. 그게 뭔지 정확히 몰라도, 이거 하나만은 분명해. 이 우주는 이유가 있어서 생겨난 게 아니라, 그야말로 엄청난 우연과 우연을 거듭해 생긴 거야." 아이가 대답에 만족한 걸까요. 휴, 더 묻지 않았습니다.


과학책은 되도록 신간을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2014년 출간된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잘 읽히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벽돌 책도 많지만 읽는 이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 책장 위 장식품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다른 책보다 읽기 쉬웠던 건 아무래도 번역서가 아니라는 점, 저자 이준호 님께서 초등학교 교사라는 점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내용이 쉽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 대학 시절 교양 과학 과목 못지 않은 수준, 고등학교 통합 과학 정도의 개념을 다루고 있습니다. 잘 읽어 두면 아이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가질 만한 웬만한 질문에 답할 수 있습니다. 더 깊이 알고자 한다면 부록의 추천 과학도서 43권을 살펴봐도 좋겠습니다. "최초의 생명체는 뭐였어요?", "미적분은 왜 배워요?", "양자물리학이 이해가 안 가요"라고 물어올 때면 다시 들춰 보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