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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un 03. 2024

사랑해, 할머니

나 할머니 없으면 안 돼 진짜

최근에 그동안 엄청 보고 싶었던 할머니를 보고 왔다.


오랜만에 할머니랑 산책하고, 밥 먹고, TV도 보고, 얘기도 많이 하고, 할머니 얼굴도 2박 3일 동안 실컷 보고 왔다. 할머니랑 했던 그 모든 순간이 너무 소중했고, 좋았다. 나는 어릴 때, 외할머니한테서 자랐다. 할머니 집 근처에 있는 유치원도 다니고, 외할아버지가 사업을 해서 집 마당에서 뛰어놀고, 세발자전거도 타고, 삼촌들이랑 집 근처 하천에서 불꽃놀이도 했다. 나에겐 할머니라는 존재는 진짜 없어서 안 되는 사람이다. 살면서 마음이 힘들 때, 할머니 얼굴을 보면 그냥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그래서 그런가. 내적 안정이 쉽게 되지 않고, 어딘가 모르게 불안하거나 가끔 허한 느낌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때면 어릴 때 키워주셨던 할머니가 너무 많이 생각이 나고 보고 싶어 진다.





할머니는 나에게 약간 불안과 우울, 흔들 다리에 출렁거리는 예민함을 아주 쉽게 잠재워주는 유일한 안식처 같은 느낌이랄까. 사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느라 외할머니 손에 키워졌고, 주말마다 부모님이 나를 데리러 오시면 그렇게 안 간다고 울고 불고 때를 썼다고 할머니가 자주 말씀하신다.  어버이날에 할머니한테 전화를 안 한 게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마침 할머니 보고 싶은 시기랑 겹쳐서 그냥 아무 생각 안 하고 우리 집이랑 조금은 떨어져 있는 할머니 집에 다녀왔다.  그동안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었다. 가자 마자 할머니 얼굴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아이구, 지은이 왔나?' 라고 하시며, 너무  환한 미소로 나를 반겨주셨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할머니를 보고 '할머니, 내 왔다'라고 했고 바로  거실에 놓여 있는 책상에 앉아 그동안 풀지 못했던 수다를 3-4시간 동안 미주알 고주알 마음 속에 있는 얘기를 다했다.


할머니는 내 말을 잘 듣고,  '공감'을 잘해주신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고, 내가 말하는 것에 있어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인지하고 파악하신다. 그렇게 대화를 하다 보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을 항상 느낀다. 그동안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서 할머니 보러 갔는데, 너무 좋았다. 뭔가 가슴 안에 큰 원형의 빈 공간에 잡히지 않는 흐린 안개가  있는데, 그 빈 공간을 2박 3일 동안 할머니랑 지내면서 90% 정도는 채워진 느낌이랄까. 할머니랑 산책하고, 얘기하고, 같이 밥 먹고 TV를 보았던 시간이 나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내 빈 공간을 점점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할머니, 내가 100살 될 때까지 오래오래 살아야 돼!! 나랑 같이 많이 놀고, 많이 드시고 !!


할머니 진짜 진짜 사랑해 !!

엄청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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