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와의 통화는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by 안개꽃

나아주고 길러주신 은혜를 생각하면 좀 더 친절하게 전화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가끔 후회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걱정이 너무 너~무 많으시다. 20살에 내가 대학에 입학할 때쯤 부모님은 한국으로 역 이민을 가셨다. 외동아들인 우리 아빠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걱정되어 이곳에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언니와 나, 그리고 내 아래 여동생은 (지금은 다 결혼했음), 셋이 알바를 열심히 해서 월세도 내고, 생활비도 하고, 용돈도 쓰고 그랬다. 나이가 어려도 최저 알바비는 어른과 동일했으므로, 셋이 학교 끝나고 일하고, 주말에 일하면 충분히 생활할 수 있었다.


카톡이라는 어메이징 한 기술이 생기기 전에는, 국제 전화카드를 사서 2주에 한번 또는 한 달에 한번 안부전화를 하는 게 다였다. 최근 몇 년은 3일에 한번 전화를 해도, 그동안 별일 없었냐, 오랜만이다 하신다. 국제 전화가 공짜가 되고 영상통화까지 가능해져서 좋은 점도 있지만, 반대로 공짜이다 보니 통화 빈도수가 너무 잦아졌다는 점은 단점이기도 하다.


나는 둘째이고, 첫째 언니는 여기서 대학 졸업하고 직장 생활 몇 년 하다 한국에 가서 결혼해서 엄마 집 근처에 살고 있다. 기댈 자식이 언니밖에 없으니 언니가 우리 대신 달달 볶일 때가 많음을 안 봐도 안다. 그 대신 언니는 아들 둘 키우면서 엄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우리 부부는 시부모님과도 고속도로 30-40분 거리에 살았어서 정말 가족들의 도움 없이 모든 것을 직접 했다. 언니는 급하면 엄마가 언니 아들을 데리고 자기도 하고, 밑반찬도 좀 해서 주고 그렇게 서로 의지하면서 지내는 것 같다. 그래도 요즘 유행어처럼 'K-장녀'라는 게 딱 우리 언니를 설명하는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


오늘 브런치에 글을 써야지 하고 앉아서, 뭐에 대해 써볼까 하는데 이래저래 오후에 한 엄마와의 통화가 자꾸만 생각났다. 마음의 평화를 찾고자 글로 적어봤다. 다음번에 통화한다면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해 줘야지..라고 다짐하는 마음 반. 그리고 다음번에 전화가 또 온다면 세 번 중에 한 번만 받아야지..라고 다짐하는 마음 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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