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2014년부터 매일 밤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첫째가 태어난 2014년부터 아이에게 매일 책 읽어주기이다. 아마 신생아 때인 0-3개월 까지는 책 읽어 주기라는 생각을 못하고 부모로서 살아남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둘만 지내다 멤버가 한 명 늘어난 상황에 3명이서 파트너십을 새로이 맞춰 나가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부족한 잠과, 모유수유 만으로도 오늘 하루도 잘 버텼다고 우리를 (그리고 나를) 다독이기에 바빴다.
그러다 영유아 책이 생기면서 낮에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그때는 뭐 그림책 이거나, 누르면 소리가 나는 촉감책이었던 것 같다. 아이가 점점 크면서 책에 글씨도 늘어가고 또 작아져 갔다. 최근에 해리포터 시리즈를 일 년이 조금 넘은 시간에 걸쳐 끝마쳤다. 남편이 밤마다 큰애에게 한 챕터씩 읽어 주는데 30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처음엔 아이가 잘 이해하고 따라와 줄까 싶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스토리 안에 푹 빠져들어 조금만 더 읽어달라고 조르기 일쑤였다. 어떨 땐 책을 읽다 토론도 하고, 또 어떨 땐 내가 만약 해리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상상해 보기도 한다. 나는 영화로만 봐 왔었는데, 남편과 큰애가 시리즈를 거의 다 끝낼 때쯤 1권을 집어 들었다. 작년에 나도 굉장히 재밌게 마지막 책까지 끝냈고, 그렇게 해서 둘째 빼고 온 가족이 해리포터를 다 읽게 되었다. 남편은 둘째가 크면 또다시 이 책을 정 주행할 생각에 들떠있다.
지금은 초등학교 2학년인데, 1학년 당시 아직 글을 잘 못 읽었었다. 학교에서도 1학년은 처음엔 알파벳을 가르치고, 나중에 선생님 글을 알림장에 따라 쓰고, 쉬운 단어 외워서 받아쓰기하고 정도로 가르친다. 2학년이 되자 어느 순간 아이가 책을 술술 읽기 시작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아직도 철자를 외워서 쓰는 능력은 부족하지만, 글을 봤을 때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매우 높다. 하지만 아직도 학교에서는 굉장히 느린 속도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 같다. 어느 날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너무 쉬워 재미가 없다고도 했다. 같은 반 친구들 부모들이 그 집에 놀러 갔다 올 경우, 큰애는 말도 잘하고 똑똑한 것 같다고 비결이 뭐냐고 물어본다. 그럼 난 주저 없이 책 읽어 주기라고 대답하고, 무엇보다 '해리포터'시리즈를 추천한다. 밤마다 읽어주는 게 습관이 되지 않으면 힘들겠지만, 정말 큰 보상이 있다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2018년 둘째가 태어난 후로는, 나는 둘째 전담, 첫째는 남편이 전담으로 팀이 나뉘게 되었다. 큰애가 많이 서운해했지만, 너도 애기 땐 엄마랑 계속 한 팀이었으니, 동생이 좀 클 때까진 동생도 엄마가 많이 필요하다고 달랬다. 그 둘째가 이제 곧 만 4살이 된다. 매일 밤 자기가 읽고 싶은 책 2-3권을 골라오면, 내가 소리 내어 읽어준다. 하도 읽고 또 읽고 한 책은 이제 그림을 보면 내용을 외워 자기가 읽어주겠다며 책을 보면서 읽는 척하며 말하기도 한다. 또 어떨 때는 다 외우진 못하지만 줄거리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림을 보면서 그냥 말해보라고 시키기도 한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책을 소리 내어 읽어 줄 때 나타나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연구는 이미 너무나도 많다. 어떤 연구는 아빠가 읽어줬을 때 특히 아이에게 좋다고도 한다. 또 어떤 연구는, 가정의 경제적 상황이나, 부모의 인종, 문화 백그라운드와 상관없이,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어준 집에서 자란 아이에게 나타나는 긍정 효과는 동일하게 나타난다고도 한다. 우선 언어 발달이 그렇지 않았던 아이와 비교했을 때 월등히 높게 나타나고, 인지 발달도 높아지고, 학교 생활을 잘 할 확률도 높아진다고 한다. 그럼 나중에 커서 더 높은 교육을 받을 확률도 높아지고, 그럼 또 더 나은 직장에 취직할 확률, 또는 더 높은 연봉을 받을 확률, 이렇게 결국 아이 인생 전반에 걸쳐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 되는 밑거름이 마련되는 것이다.
뭐 우리가 이런 연구 결과를 너무나도 진지하게 받아들인 나머지 아이들에게 매일 책을 읽어주기 시작한 건 아니다. 시작은 남편이 개인적으로 멘토라고 생각하는 인터넷상으로 팔로우하고 있는 아이 6명의 어떤 아빠가 쓴 글을 보고 난 후였다. 그 사람은 아이들이 클 때마다 새로 해리포터를 읽어주고 있고 그렇게 해서 거의 6번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경험을 어찌나 사랑스럽게 잘 표현했는지 남편이 그 글을 읽고 '나도 첫째가 좀 크면 꼭 해리포터를 같이 읽어야지'라고 결심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제는 첫째가 둘째를 앉혀놓고 책을 읽어줄 때도 종종 있다. 이런 흐뭇한 광경을 마주하리 라곤 상상하지 못했는데, 앞으로 온 가족이 즐겁게 독서할 날도 찾아올 거라 생각하니 벌써 행복하다. 집안에서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는 시절을 지나 평온하게 티 한잔과 쿠키를 먹으면서 다 같이 조. 용. 히. 독서하는 그림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