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내 집에서 대마초를 핀다. 그것도 상습적으로.
캐나다 이야기입니다.
*캐나다 이야기입니다*
이번이 도대체 몇 번째 컴플레인이지 모르겠다.
1층에 사는 세입자는 우리의 첫 세입자였다. 2018년 말, 회사를 좀 더 일찍 퇴사하리라 마음먹고 방법을 연구하던 중 인구 10만 명 사는 토론토 외각 지역에 집을 사 세를 놓아 보기로 했다. 그렇게 100년 도 넘은 첫 집을 사게 되었고, 대대적인 공사를 거쳐 누구나 이사 오고 싶은 집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렇게 이쁘게 새 단장한 집에 첫 세입자를 만나게 되었으니 우리에겐 매우 소중하고 특별한 손님이었다. 50대 후반이었던가 60대 초반 이었던가, 여자 친구 둘이 함께 살겠다고 신청서를 보내왔다.
캐나다 월세는 한국 월세와 여러 가지 큰 차이점이 있는데 그중 가장 큰 차이점은 보증금이다. 캐나다 집 계약은 보통 일 년 단위로 이뤄지고 보증금은 월세 마지막달 한 달 치만 요구할 수 있게 돼있다. 물론 경쟁이 심한 도시와 신용이 부족한 유학생이나 이민자의 경우 반년 치나 일 년 치 월세를 한꺼번에 요구받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나라가 정해놓은 계약서에는 마지막달 한 달 치 보증금 외에 더 이상 요구하는 건 안된다고 적혀있다.
그렇게 첫달치와 마지막달 월세를 받고 계약을 하게 되는데, 1년 계약기간 동안 이 세입자가 월세를 잘 낼 것인지, 집을 잘 사용해 줄 것인지, 이웃이랑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인지 등등을 파악하려면 자세한 인터뷰 과정은 필수다. 이 과정은 흡사 잡 인터뷰와 비슷한 과정이기도 하다. 서로 질문하긴 하지만 보통 집주인이 더 질문을 많이 한다.
한국에 와서 우리가 월세계약을 해보니 동네마다 시세차이가 있겠지만, 2년 월세계약을 한다면 보증금으로 2년 월세 이상을 요구하는 것이 보통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세입자가 월세를 내지 못한다고 해도 집주인 입장에서는 보증금에서 까고 나중에 남은 돈을 월세 기간 만료 시 돌려주면 되기 때문에 금전적인 리스크가 적다. 물론 보통의 한국 집주인들은 목돈으로 들어온 보증금을 그냥 가만히 예금통장에 두고 있진 않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집주인은 우리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돈만 있다면 더 이상 궁금한 건 없다는 뉘앙스로 부동산 사무실에서 잠깐 만나 서류에 도장 찍고 휘리릭 헤어졌다. 직업은 뭔지 통장에 돈은 얼마나 있는지 앞으로 월세는 꼬박꼬박 잘 낼건지 등에 질문은 없었다. 아, 흡연을 하는지 안 하는지도 물어보지 않았다. 다만 애완동물은 키울 수 없다고 했고, 벽걸이 티브이는 달 수 없다고 했다. 할 수 없다는 것은 그 두 가지뿐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까다롭게 골라서 선택한 우리의 첫 세입자는 친구 두 명이 함께 살겠다고 한 여자 두 명이었다. 둘 다 싱글이었고 오래된 친구라고 했다. 그러다 예상대로 둘 중 한 명이 나가게 되었고, 남은 세입자는 본인의 아들을 데리고 살게 되었다. 가족단위가 아닌 친구들이 함께 신청을 할 경우, 그룹이 깨지게 되더라도 남은 사람이 월세를 다 감당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남은 세입자가 아들을 데리고 왔을 때, 우리에게 허락을 구하거나 하진 않았다. 캐나다에서는 월세 계약당시 같이 신청했던 사람들만 살 수 있고, 멤버가 바뀐다면 집주인에게 알려줘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집주인이 거절할 수도 있다. 월세는 엄마인 본인이 다 낼 거 기 때문에 우리에게 알릴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건지 아니면 다 큰 성인아들의 방문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던 건지 어쨌든 우리가 아들의 존재를 알게 된 건 윗집에서 보내온 컴플레인 덕분이었다.
윗집 세입자는 화장실 환풍기나 히터 구멍을 통해 대마초 냄새가 올라온다고 했다.
맙소사 대. 마. 초 라니!!!
캐나다는 대마초 피우는 것이 합법인 나라다. 그러니 세입자가 불법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집 계약당시 비 흡연자를 구한다고 광고해서 비흡연자를 구했고, 계약서에도 절대 집 안에서는 그 어떤 것의 흡연도 하면 안 된다고 명시해 뒀다. 그러니 이건 불법은 아니지만 명백한 계약위반이다.
당장 세입자 (엄마)에게 연락했다. 이런 컴플레인이 들어왔으니 조치를 취해달라고 하면서 집안에서 흡연은 계약서에 나와있듯이 절대 안 된다고 고지했다. 곧바로 세입자에게 답장이 날아왔다.
뭐라 말할 수 없게 죄송하다. 앞으로 절대 그런 일이 없도록 아들에게 단단히 일러두겠다라고 답장이 왔다.
그랬는데, 윗집의 세입자가 두 번 바뀔 동안 같은 종류의 이메일과 문자를 5번이나 더 주고받게 되었다.
3번째와 4번째 문자에선 이번이 마지막 경고라고 일러두기도 했다. 그럼 또 엄청 미안하다고 답장이 왔다.
60대의 세입자니 아들은 아마도 성인일 것이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엄마말 안 들어 처먹는 아들을 둔 엄마에게 동정심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고 계속 경고만 날릴 순 없었다.
결국 우린 계약위반으로 월세 계약 해지라는 최후통첩을 날리게 되었다. 우리의 첫 세입자와의 인연은 이렇게 끝나나 싶었다. 이럴 땐 보통 2달 후에 나가라고 정식 서류를 보내는데, 세입자에게 답장이 왔다.
이런 연락을 받게 되어 굉장히 가슴 아프다고 했다. 아마 이 세입자는 살 던 집에서 쫓겨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을 사람일 거다. 회사에서 일 똑 부러지게 잘할 것이고, 월세를 밀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월세 내는 날 일주일 전에 돈을 미리 보내오는 경우가 많았다.
세입자는 우리가 나가라고 통보한 날짜로부터 두 달 뒤에 은퇴를 하고 본인의 고향으로 갈 거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준 두 달의 말미보다 긴 4달의 말미를 달라고 했다. 그 사이에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우린 결국 다시 한번 믿어 주기로 하고 이번에는 계약해지 날짜 서류에 사인까지 받아뒀다.
드디어 이삿날이 다가왔다. 2019년 1월에 이사 들어와 쭉 살아으니 가장 오래 산 세입자다. 아들의 대마초 문제로 여러 차례 불편한 문자와 이메일이 오고 갔지만 그래도 세입자와 집주인으로서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이번일을 처리하면서 새로 고용한 주택 관리 매니저에게 연락이 왔다. 이 세입자가 비행기 타고 먼 곳으로 이사 가면서 정신이 없어서 몇 가지 물건들을 찬장에 두고 갔다고 해서 가봤더니 두고 간 쓰레기가 산더미였다고 한다.
아니, 그런 줄도 모르고 잘 가라고 그동안 고마웠다고 앞으로도 잘 살길 바란다는 훈훈한 이메일을 서로 주고받았는데 이런 뒤통수를 맞다니..
이사 나가는데 점검을 가지 않았던 우리가 고용한 매니저 탓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에 따로 더 연락하진 않았다. 아니지 그전에 이사 나가는데 가서 확인하라고 다시 한번 지시하지 못한 나를 탓해야지 누굴 탓하나 싶기도 하다.
결국 우리 매니저가 뒷북으로 따져서 $200을 받아냈다고 했지만 실제 들어간 청소 비용보단 한참 부족했다.
이 시점에 드는 궁금증은, 그 아들은 어디로 갔을까? 엄마와 함께 엄마 고향으로 갔을까?
뒤통수를 맞긴 했지만 우리의 첫 세입자였던 그 사람이 고향에서 행복한 은퇴생활을 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