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 픽션

2021년 10월 어느날 쓴 글

by 안개꽃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겨울 산장을 예약했다. 에어 비엔비에서 찾은 작고 아담한 산장이다. 그녀의 집에서 두 시간 더 시골로 들어가면, 작은 산골짜기 마을 안에 있는 집이다.


나무를 많이 사용한 세모난 집 정면엔 엄청 큰 통유리로 되어 있어, 집 앞에 펼쳐진 산 풍경을 그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해 놨다. 집 앞에는 작은 포치가 있고, 흔들의자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집 안으로 들어가니 거실 한 구석에는 장작을 땔 수 있는 벽난로가 있다. 벽난로도 작은 네모 모양이다. 밖은 추우니 우린 집주인이 준비해둔 장작을 몇 개 집어넣고 불 먼저 지핀다.


https://www.reddit.com/r/CabinPorn/comments/40gpkn/snow_falls_on_an_aframe_cabin_in_the_woods/


집 안을 찬찬히 둘러보니, 벽난로와 통창을 중심으로 짙은 초록색 벨벳으로 된 소파가 있고, 그 옆으로는 편안한 일인용 의자가 있다. 파 뒤로는 부엌이 있고, 부엌과 거실 사이에 꽤 큰 아일랜드가 있다. 메인 욕실은 일층에 있었는데, 뜨거운 욕조에서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게, 역시나 욕조에 누웠을 때 편안한 눈높이에 창이 나 있다. 프라이버시와 풍경 모두 잡은 인테리어다.


침실은 복층으로 된 공간인 이층에 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집은 작지만 킹 사이즈 침대가 들어있는 침실 공간이 나온다. 이곳은 커플 또는 커플 플러스 어린 자녀 최대 두 명까지 가능한 숙소이다. 킹 베드에는 포근한 구스 이불이 놓여있고, 따듯한 노란색 이불 커버로 되어 있다. 이층에는 작은 파우더 룸과 샤워장이 마련돼 있다. 침대에 누우면 천창이 있어, 밤하늘에 별을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나는 이곳에서 프러포즈를 하기로 계획했다. 그녀가 오랜 시간 꿈꿔오던 여행 장소에서 말이다. 꿈꾸던 곳으로 여행을 와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는 그녀에게, 맛있는 디너를 준비할 동안 거실에서 벽난로와 풍경을 바라보며 쉬라고 했다.


그녀는 최근 힘든 일이 많았다. 회사에서 꽤 큰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하느라 밤을 새우는 일이 잦았다. 그 일이 어느 정도 잘 마무리되어 한시름 놓았을 때, 그녀의 어머님이 유방암 초기를 진단받으셨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다행히 좋은 의사를 만나 치료를 잘 진행하고 계신 듯하다.


그녀와 만난 지 3년이 되는 오늘 이곳으로 함께 여행 와 멋진 프러포즈를 하려고 몇 주 전부터 준비했다. 작지만 그녀와 어울리는 디자인의 다이아 반지도 준비했다. 그녀가 마음에 들어 하면 좋겠다. 요리가 완성되어 간다. 그때 그녀가 잠깐 찬바람 좀 쐬고 들어오겠다고 나섰다. 곧 요리가 완성되니 금방 들어와야 한다고 알려줬다.


벌써 30분이 지났다. 그녀가 보이지 않는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전화를 걸어보지만, 그녀는 핸드폰을 커피 테이블 위에 두고 나갔다. 나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한 시간이 지났다. 119에 전화를 걸었다. '여기 치암산 근처 산장인데, 같이 왔던 여자 친구가 잠깐 나갔다 온다고 하고 나가서 안 들어온 지 한 시간이 넘었어요'. 곧 소방차와 산악구조대가 함께 왔다. 주변은 벌써 깜깜해져 손전등이 없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곧 울음이 터져버릴 것 같은 얼굴로 소방대원과 구조대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제발 제 여자 친구를 찾아주세요.....'


결국 새벽이 밝아오고 있다. 여자 친구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날이 밝아오니 구조대가 한층 바삐 움직인다. 저 멀리서 구조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기 사람의 흔적이 있어요! 이쪽으로 와 보세요!'. 모두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곳엔 사람의 흔적만 있지 않았다. 그녀의 머플러, 큰 동물의 발자국 그리고 그 옆에 선명한 핏자국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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