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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개꽃 Sep 25. 2023

단어 수 1,000개와 글자 1,000자의 차이

내가 평상시 좋아하던 정지우 작가가 글쓰기 수업을 한다는 소식을 접한 후, 정신 차려보니 신청서를 써 내려가는 나를 발견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신청할지 또 얼마나 많은 수강생을 뽑는다는 건지 정보는 없었지만 우선 신청하고 봤다.


그런데 덜컥 내가 뽑히고 말았다. 14명 뽑는데 300명 정도가 신청했다고 했으니, 아니 어쩜 나는 운이 이리도 좋을까 싶다. 앞으로 14주간 매주 한 편의 글을 써내야 하는 글쓰기 수업은 격주에 한 번씩 줌미팅으로 만나기로 했다.


써내야 하는 글의 길이는 1,000자이다. 천자.. 나는 천자를 당연히 단어 천 개로 이해해 버렸다. 캐나다에서 22년 살다 보니 학교에다 글을 써낼 땐 항상 단어 수를 정해주었기 때문에 무심결에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영어는 알파벳 개수를 세는 건 의미가 없는데 한글은 글자 하나마다 개별적인 뜻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일까 싶다.


열심히 썼다. 아니 그런데 이제 겨우 단어 300개라고? 정지우 작가가 올린 천자의 샘플글은 내가 300 단어를 쓴 글보다 짧은 것 같았다. 아,, 샘플이라 간결하게 썼나 보다고 생각하고 또 열심히 적어나갔다. 다시 단어 수 카운트를 해보니 이제 겨우 500 단어라고 한다.


그렇게 겨우겨우 900 단어를 채우고 네이버 카페에 글을 올렸다. 한숨 돌리고 다른 사람들 글을 보니 역시나 짧다. 아이고, 그제야 번뜩 뭔가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부랴부랴 올린 글을 지우고 내가 쓴 글의 글자수를 카운트해 보니 3,000자가 넘는다. 하하하 (남편이 옆에서 혼자 소설을 썼냐고 놀린다.)


이젠 3,000자가 넘는 글을 1,000자로 줄이는 작업을 해야 했다. 길게 쓰는 것보다 열심히 쓴 글을 쳐내는 게 더 어렵게 느껴졌다. 왠지 다 중요한 문장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처음엔 글자수 줄여 나가는 게 더뎠다. 글을 올려야 하는 데드라인은 다가오고 집에 손님도 방문할 계획 이기 때문에 결국 난 시간에 쫓겨 부랴부랴 글을 다듬었고 1,200자 정도 되는 글을 올렸다.


정지우 작가는 글쓰기 수업을 꽤 오랫동안 아주 여러 번 해 왔다고 했다. 그리고 장담컨대 열심히 하면 글 쓰는 실력이 좋아질 거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난 이제 겨우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있으면서도 나도 글 쓰는 실력이 좋아질 거라는 믿음을 가지게 됐다.


앞으로 14주 동안 글쓰기 카페에 써낸 글을 여기에도 올려보려고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고 피드백해 주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기대해 보면서 말이다.


*참고로 위에 글의 글자 수가 1,211 이다.

*이건 정지우 작가의 브런치이다.

https://brunch.co.kr/@jiwoo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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