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새벽 5시 15분에 일어났다. 최근 새로 취업한 남편이 일주일에 한 번 밴쿠버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오늘이 두 번째 사무실 출근인데, 지난주 첫 출근날 무려 40분이나 지각했다. 새벽 7시에 출발했는데 오전 9시 40분에 도착했다. 그래서 오늘은 새벽 6시에 출발해 보기로 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핸드폰을 확인하니 남편이 보낸 문자가 있었다. 다행히 8시 5분에 사무실에 도착했다는 내용이었다. 400명이 조금 넘는 회사인데, 그 시간에 남편 팀 두 명만 그 큰 사무실을 차지하고 있었다고 했다. 전부 재택근무를 하던지 회사 시작 시간 8시 반에 맞춰 출근하던지 하나보다.
나도 곧 새 일을 시작하게 됐다. ‘투자 상담가'로 일했던 경력을 살려 비슷한 일을 하게 됐다. 앞으로는 주식시장이 열리는 동부시간에 맞춰 새벽 6시 또는 7시부터 일을 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100% 재택근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일찍 일을 시작하니 오후 2시 또는 3시면 퇴근이다.
그렇게 강제 새벽형 인간이 되어 살아보게 됐다. 오늘 스케줄이 앞으로 내가 익숙해져야 할 기상 시간이다.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일을 하게 되는 것보다 기상시간이 더 걱정이다. 일 시작 전에 아이들 도시락 싸놓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 아침마다 조용한 전쟁을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새벽형 인간이 되어 보는 것도, 새로운 금융자격증들을 따야 하는 상황도, 아이들 도시락을 매일 싸야 하는 상황도 결국엔 감사함으로 귀결되는 요즘이다. 한국에서 도시락 전쟁 없이 2년 살다 온 것도 감사하고, 4년 만에 재취업에 성공한 것도 감사하고, 내 인생에 자발적으론 절대 없을 것 같은 새벽형 인간이 되어보기를 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