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이야기
은행에서 70대가 넘은 손님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평생 열심히 일하며 투자 자산을 일궈왔고, 직장도 탄탄한 곳에서 40년 일하고 은퇴했다면 은퇴 연금도 넉넉하게 나오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다. 투자 경력이 나보다 길어 웬만한 시장의 업엔 다운을 모두 경험해 본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말이 있다.
여행을 떠나라. 아끼는 것도 중요하고 투자를 불려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 한번 가지 않고 일만 하면 절대로 안된다고 말한다. 투자 금액이 몇억 이상 있는 그런 자산가는 아니지만, 최근에 만난 할머니가 있다. 교도관으로 몇십 년 일하다 은퇴했다고 했다. 교도관은 나에게 낯선 직업이다. 전혀 무서워 보이지 않는 분이 어떻게 그런 곳에서 일했을까 싶어 물어봤다. 할머니는 back off, 해야 할 때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수감자와 텐션이 생겼을 때, 교도관으로서 언제 물러나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것이 본인의 안전을 지키고 서로 선을 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일해왔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6개월에 걸쳐 두 번 정도 만났는데, 첫 만남부터 여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행을 떠나면 배우는 것이 많다고 했다.
6개월 만에 다시 만났을 때, 나에게 한 첫 질문이, 여행을 예약했냐는 것이었다. 다행히 내년 초에 예약해둔 여행이 있어서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분은 투자나 시장 돌아가는 이야기보다 여행이 왜 중요한지 한참 나를 설득하고 헤어졌다.
나는 집에 와서 남편에게 말했다. 우리도 더 열심히 여행 다니면서 살아야겠어라고 했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인생 마지막 챕터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니 맞는 말이 아닐까 싶은 거다. 그냥 동물적인 감각으로 설득된 것 같다. 70대가 넘은 손님들에게 공통적으로 듣는 말이 지금보다 더 젊었을 때, 건강이 더 허락되었을 때, 그때 더 적극적으로 여행 다니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고 했다. 나도 그 나이가 되면 그런 생각이 들게 될까 봐 벌써 걱정된다.
그래서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의 계획에 무조건 ‘예스’라고 대답하고 보기로 했다. 떠나보면 그들이 왜 하나같이 그렇게 말했는지 알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