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5일 북 캘리포니아 로드 트립
떠나기 며칠 전까지 갈지 말지 고민했던 여행을 다녀왔다. 고민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우선 거리가 너무 멀고 (한 번도 안 쉬고 운전해도 15시간 걸림), 우기가 시작돼서 여행기간 동안 비가 계속 올지도 모른다는 걱정, 미국 국경을 넘어가야 하는 부담감, 무엇보다 아이들이 장거리 운전을 매우 싫어한다는 점 때문에 결심을 하기까지 아주 오래 걸렸다.
휴가는 미리 받아놨고, 남편이 호텔 동선과 액티비티 리스트도 뽑아뒀다. 날짜가 가까워 올수록 비가 안 올 거라는 일기예보를 확인하자 결국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레드우드 숲은 8년 전 큰 아이와 셋이서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는 2주간의 미국 서부 로드트립을 했는데, 처음으로 시애틀, 포틀랜드, 요세미티 국립공원도 가고, 샌프란시스코도 갔다. 많은 곳을 방문했지만, 우리 기억 속에 가장 강력하게 남은 곳은 이 레드우드 숲이었다.
레드우드 숲은 거대한 나무들이 천년도 넘는 시간 동안 자라고 있는 곳이다. 나무의 크기도 어마어마 하지만, 그곳에 들어가자마자 느낀 나무들의 기운은 신비롭기도 하고, 으스스하기도 하면서, 아주 비밀스러운 느낌이었다. 한자리에 뿌리내려 천년이 넘는 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무를 만져 볼 때는 몇 백 년 전 과거가 나와 아주 멀리 있는 일들이 아닌 것 같기도 했고, 한편으론 지금 내 현실의 일들이 찰나에 불과한 것 같기도 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여행을 잘 즐겨 주었다. 남편이 준비해 간 차 안 액티비티 중 하나다 빙고 게임이었는데, 빙고 내용들이 참신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창문밖에 머리 내밀고 있는 강아지’라던가, ‘가족 자전거들을 뒤에 매달고 가는 차’라던가, ‘오래된 동네 모텔 간판’등이 있었다. 덕분에 나까지 장거리 운전을 지루해하지 않고 즐겼던 것 같다. 또 다른 히트 상품은, 빨간 머리 앤 오디오 북이었다. 캐나다에서 만든 드라마도 몇 년 전 아주 재밌게 봤는데, 둘째까지 오디오 북에 푹 빠져서 듣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이번 여행 중 하이라이트는 온 가족 마운틴 바이크 타보기였다. 미리 예약한 투어 가이드를 산 중턱에서 만났다. 가이드는 자전거 총 5대를 트럭에 싣고 와주었다. 우리는 한 번도 산에서 자전거를 타보지 않았는데 가이드의 안내를 믿고 도전해 봤다. 중간중간 오르막은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서 밀어 올라가야 했고, 너무 가파른 내리막도 걸어서 끌고 내려와야 했지만, 그런 경험마저 재밌다며 웃어댔다. 다행히 마지막 코스는 안정적인 내리막 코스여서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자전거를 타고 내려와 결국 마운틴 바이크 최고라고 또 타보고 싶다는 아이들의 환호성을 들으며 총 두 시간의 산악자전거 투어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와 다음날 바로 아이들은 학교 가고, 우리는 출근해서 피곤한 일주일을 보냈지만, 험볼트 Humboldt Redwood State Park visitor center에서 사 온 레드우드 포스터를 식탁 옆에 걸어두었으니 두고두고 여행을 추억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