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어김없이 또 찾아왔다. 초등학생땐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은 또 오늘 같겠지라고 생각하며 지냈던 것 같다. 40살이 되고 나니, 세월이 쏜살같이 흐른다는 말이 점점 실감 나기 시작한다. 나의 일 년은 어디로 가버린 거지?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세월의 속도가 신기하다.
지난 일 년간, 재정 상담가 자격증을 위해 세 개의 과목을 공부하고 시험 봤다. 한 과목당 두 달에서 세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풀타임으로 일하며, 매일 아이들 도시락 두 개, 남편과 내 도시락 두 개 총 네 개의 도시락을 쌌다. 어느 땐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공부하겠다고 설쳐도 보고, 또 어느 달엔 저녁 먹고 30분 1시간이라도 공부하려 노력했다.
여행도 틈틈이 다녀왔다. 여름엔 토론토에 사는 가족들을 만나러 다녀왔고, 11월엔 열다섯 시간을 운전해서 미국 여행도 다녀왔다. 내년에도 비슷한 일정이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찾아오지 않은 2026년이 분명히 또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릴 거라는 것을 몸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다.
자격증을 위해 넘어야 할 산과 강이 세 과목이나 기다리고 있고, 굵직한 가족 여행도 두 개나 예약되어 있다. 회사는 이 와중에 내년 목표 세일즈 액수를 아주 많이 올릴 거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내년일은 우선 내년에 고민해 보려 한다. (이제 일주일 밖에 안 남긴 했다)
그래도 연말인데 시험 공부하는 와중에 회사 동료들에게 줄 책갈피를 수채화 물감으로 색칠하고, 코팅하여 선물했다. 한 명 한 명 붙잡고 가장 좋아하는 색이 뭔지 물어보고 맞춤 색으로 꽃을 칠했다. 너무 쉽게 사라져 버리는 시간을 천천히 흘려보내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은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올 한 해의 하이라이트를 고르자면, 공저로 참여한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책이 3쇄를 찍었다는 소식일 듯하다. 2024년 11월에 출간된 책으로 1년 사이에 3쇄나 찍어서 행복했다. 책의 작은 분량을 책임진 작가이지만, (책 나오기 전에도 매년 어김없이 하는 다짐 이지만) 출간 작가로서 내년에는 좀 더 읽고 좀 더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