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은이는 최근에 만 7살이 되었고, 1학년에 다니고 있다. 춤추고, 노래하고, 이야기하기 좋아하고, 패션을 좋아하고, 친구들도 좋아하고, 이쁜 것도 좋아하고, 그리고 티브이 보는 것도 엄청 좋아한다.
이중 패션을 좋아하는 부분에서 종종 우리를 당황스럽게 한다. 아침에 치마를 골라 입고 안에 반바지도 입고 학교를 갔다. 그런데 학교 끝나고 데리러 가서 보면, 치마를 목에 걸치고 한쪽 팔은 꺼내어 겨드랑이 밑에 치마를 비스듬히 망토처럼 걸쳐서 윗도리로 만들어 입고 나온다. 선생님이 우리를 보더니 한마디 건넨다.
'서은이는 아침에 옷 입고 온 거랑, 집에 갈 때 옷 입고 있는 거랑 매번 달라요 ㅎㅎㅎ'
그게 뭐냐고 하니, 자기는 이게 더 이쁜 거 같아서 이렇게 입는 게 좋다고 한다.
며칠 후, 이번엔 반바지를 상체에 걸치기 시도를 한다. 한쪽 다리 구멍을 목에 집에 넣고 다른 다리 구멍에 한쪽 팔을 끼어 넣었다. 잘 늘어나는 바지 소재라 가능한 것 같다. 그러더니, 내일 이렇게 입고 학교에 가면 안 되냐고 조르기 시작한다. 한 10번 물어봤을 땐 매번 안된다고 했다. 그건 바지니깐 바지로 입어야지 윗도리로 입는 게 아니다가 내 이유였다. 'why not?' 왜 안되냐고 계속 반문하면서 11번째쯤 내일 입고 가도 되겠냐고 물어볼 땐, 오케이 엄마는 괜찮은데 아빠가 안된다고 하면 못 입고 간다고 남편에게 떠넘겼다. 사실 처음부터 난 괜찮기도 했다. 본인이 그렇게 입고 싶다는데, 스스로 이건 아닌 것 같다고 깨달으면 그렇게 안 입겠지 싶기도 하고, 모든 사람들이 다 이상하다고 생각한데도 본인이 좋다면 바지를 윗도리로 입어 행복하다는데 말려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랬다.
그렇지만, 남편은 이 상황을 굉장히 불편해할 거란 걸 잘 알고 있다. 남편 스스로도 뭐 그렇게 특이하지 않은 사람도 아니면서 간혹 서은이가 좀 튀는 행동을 했을 땐 누구도 뭐라 하는 사람 하나 없어도 스스로 괴로워한다. 아무래도 혹시 다른 사람의 불편한 시선을 받게 될까 걱정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결국 반바지를 반팔 위에 걸치고 학교에 가는 시도는 무산됐다. 오늘 아침 평범하게 티셔츠는 위에, 반바지는 아래에 입고 나갔다.
서은이는 때때로 양말도 짝짝이로 신고 가고, 심지어 운동화도 서로 짝이 다른 걸 신기도 한다. 어디서 본 것도 아닌 거 같은데 스스로 그런 걸 시도해 보고 싶어 한다. 나는 웬만하면 그냥 둔다.
본인은 나중에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한다. 꿈은 자주 바뀌지만, 꿈이 패션 디자이너라는데 옷을 저렇게 새롭게 입는 시도를 해 보는 걸 말리고 싶지가 않다.
요즘 간혹 고민되는 다른 이슈는 본인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다. 내가 비디오를 찍어주면, 'Hello rainbow fans~' 이러면서 시작한다. 가끔 만들어 줘야 되나 싶다가도, 물론 편집도 배우고 시간 투자를 해야 하니 귀찮아서도 있지만, 혹시라도 만에 하나 유튜브로 유명해 지기라도 하면 행복한 인생을 사는데 도움이 안 될 것을 알기에 선뜻 시작하기 어렵다. 그래도 서은이는 매번 진지하다. 자신의 비디오를 봐주고 좋아해 주는 팬들이 이미 있는 것처럼 녹화를 한다.
앞으로도 나는 종종 이런 곤란한 상황과 마주하게 될 것을 안다. 그리고 서은이의 마지막 무기는 '엄마, 아빠도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잖아?'라고 말하는 날이 올 거란 것도 안다.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가 라는 고민이 드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