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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프터글로우 Nov 29. 2023

직장인 이야기 : 항저우 출장 기록

'23년 10월 중국 항저우 알리바바 출장 Part.2

출장 이튿날, 나는 아무리 피곤해도 호텔 조식은 꼭 꼭 먹는 사람으로서

야무지게 차장님과 조식을 먹었다.

나는 되도록 해외여행을 가서 호텔에 가더라도 꼭 호텔 조식을 먹는 편이다.

한국에서도 조식에 양식과 한식 아침 식사가 있듯이, 중국 호텔에서도 양식과 중국식 아침 요리들을 먹을 수 있었다.


다른 회사는 해외로 출장 갈 때 어떻게 하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는 임원을 제외하고는 반드시 2인 1실이기 때문에

상사와 같은 방에서 지내야 한다.

아, 나는 예전에 아모레퍼시픽에서 인턴 했던 시절에 대만으로 출장을 갔을 때는 1인 1실이었다.

역시, 돈이 많은 회사를 가야 하는 것인가…

그래도 나의 상사인 차장님께서는 나를 엄청 많이 배려해 주신다.

하루 일과를 마친 저녁에는 나에게 먼저 샤워할 수 있도록 해주시고,

아침에는 본인이 먼저 일어나셔서 준비하고 호텔 근처를 산책하다 오시면서

나한테는 천천히 준비하고 나오라고 하신다.

차장님의 이런 파트원을 배려해 주시는 모습을 보고, 아 나도 이런 부분은 잘 배워야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조식을 먹고 준비를 마친 뒤, 제휴사인 알리바바를 만나러 갔다.

알리바바는 항저우에서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약 1시간 정도 이동했다.

둘째 날은 거의 하루종일 알리바바와 실무진 미팅이 있는 날이기 때문에, 가는 길에 걱정이 안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번에도 하루종일 실무진 미팅한 날, 나의 혼을 빼갔기 때문에 바짝 긴장이 되었다.

오늘만큼의 나의 컨디션이 잘 뒷받침해주기를 바라면서 알리바바로 향했다.  

알리바바는 워낙 큰 단지여서, 알리바바로 들어갈 수 있는 문만 해도 엄청 여러 개다.

하지만, 외부 방문자가 들어갈 수 있는 구역들은 제한적이고, 회의를 열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위에 있는 저 방문자센터이다.

저 입구를 통해 들어가려면, 알리바바 사내에 있는 사람이 방문자 등록을 해줘야 하고, 저 입구 역에 있는 작은 대기 공간에서 방문증을 받아야 입장이 가능하다.

해외 방문자는 여권도 제시해야 하고, 생각보다 들어가기 까다로운 시스템이었다.

듣기로는, 알리바바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가족들을 위해 주기적으로 한 번씩 개방을 한다고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참 전세적인 큰 기업이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날도 지난번 출장과 어김없이 똑같이 하루종일 미팅을 해서 막판에는 정말 기진맥진이었다.

하지만, 출장의 수확은 컸다.

회사마다 스타일이라는 게 있는데, 우리 회사는 많이 보수적이고 올드한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화상 미팅이나, 메신저를 통해 소통하는 데에 있어서 알리바바는 많이 답답함을 느꼈을 것 같다.

명확하게 답변을 주기보다는 항상 돌려 말하는 스타일인 팀장님 때문에, 나도 그런 부분들을 옆에서 보면서 답답할 때도 간혹 있다.

그리고 이건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의 특징인 것 같기도 한데 (본의 아니게 팀장님을 여러 번 공격하는 것 같지만...),

본인이 한 번 말했다고 생각해서 다 그렇게 곧이곧대로 이해하고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이란, 그렇게 되지 않는다.

내가 말한 대로 똑같이 상대방이 이해하리란 보장도 없고, 여러 번의 소통과 확인을 통해 인지했음을 확인해야 하고,

그리고 좀 직설적이라더라도, 하고 싶은 말은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래서 대면으로 미팅했을 때는 그나마 상대방의 말투와 표정을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기존에 화상 미팅을 통해서 느끼지 못했던 팀장님의 감정과 생각들이 알리바바에 잘 전달되었던 것 같고,

팀장님도 마찬가지로 내가 통역으로 수차례 해드렸을 때는 와닿지 않았던 알리바바의 생각들이 잘 전달이 되었던 시간들이었다.



하루종일 진행이 되었던 긴긴 실무미팅이 끝나고,

우리는 인타이银泰 백화점(항저우 시내에 있는 가장 큰 몰)에 있는 딤섬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마지막으로는 서호 근처에 있는 맥주집에 갔는데, 상사들과 가는 분위기의 맥주집 (약간 호프집스러운)이 아니라 너무 모던하고 약간 성수동에 있는 와인바 같은 곳을 가버려서... 약간 어색하고 민망한 느낌이 들었다.


맥주를 마시면서 이 날도 많은 얘기들을 들었고, 나는 또다시 아주 많은 것들을 느꼈다. 

가치관에 정답이라는 것은 없지만, 나와는 다소 다른 가치관을 갖은 분들이라는 점을 느꼈기 때문이다. 

상무님은 성공이라는 기준이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마지막에 술값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한 삶을 산 것이라고 생각하신다고 했다. 

그리고 본인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회사 생활을 하게 될 줄 몰랐는데, 어중간하게 사업이나 공부나, 하다가 이도저도 안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회사를 나가서 크게 성공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회사를 다니는 게 안전하면서도 좋은 선택이라고 믿는다고 하셨다.


나는 이런 얘기들을 들으면서, 아예 공감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뭔가 마음 한편이 되게 답답했다.

그리고 나는 상대방이 "내가 생각한 게 맞아", "이게 정답이야"라고 단정 지어 버리는 순간, 약간 거부감이 든다. 

사람마다 그리고 상황마다 다른 건데, 왜 꼭 그렇게 생각해야만 하는지 잘 모르겠다. 


물론 나에게 그렇게 생각하라고 강요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소속해 있는 집단에 있는 사람들과 대개 비슷한 생각을 가지게 되기 쉽다고 생각하는데, 

나와 성공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다 보니 왠지 동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이와 세대에서 오는 차이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뿐만 아니라 가치관에 대한 부분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지금 이런 순간들을 통해 나는 무얼 원하는 사람인가 더 고민을 많이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마지막 날은 오전에 짧게 임원진 간의 미팅을 통해 전날 진행했던 실무진 미팅 내용을 정리하고,

이로써 2박 3일 알리바바 출장 일정은 끝이 났다. 

알리바바 직원들이 이 날 미팅 때 특별한 커피를 준비해 주었다. 

중국 커피 체인점인 luckin coffee와 마오타이(중국 고량주 회사)가 콜라보한 마오타이 커피를 주었다. 

요즘 중국에서 굉장히 핫한 커피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커피에 바이주(술)를 탄 것이었다.

미팅 때 목이 말라서 몇 모금 마셨는데,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진짜 술을 마신 듯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마실 때는 맛있었는데, 되게 위험한 음료다...


이렇게 짧고 굵었던 2박 3일 출장 일정이 끝이 났다. 

지난번 3박 4일 출장을 다녀왔기 때문에 그래도 비교적 수월한 부분들이 있었다.

회사에서 곧 조직 개편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나는 아마 이 회사에서 이 사업을 계속하는 한, 아마도 이 일을 쭉 하게 될 것 같다. 

사실 이 일을 하면서 힘들지만 한 편으로는 나 스스로 '효용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기에 뿌듯함을 느낄 때도 많다. 

그래서 마치 마약처럼 내가 힘들고 스트레스받지만, 끝까지 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한다. 

굳이 그 한계까지 가봐야 하는가가 의문이긴 하지만, 일단은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는 마음이라,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중국 음식을 좋아하긴 하지만, 역시 한국 음식이 최고다.

마지막은 출장 다녀온 날 저녁에 먹은 삼겹살로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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