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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젠 Oct 18. 2020

아이의 불안증세 - 주시불안



태어날 때부터 딸아이에게 주시불안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히 한살 언저리 까지는 괜찮았었는데 두살 즈음에 해서 극심한 불안증세가 찾아왔다. (아이는 세살까지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불문율을 어겨서일까? 아직도 그 부분은 미스테리다. 내가 영원히 지고 가야 할 마음의 짐이겠지. 내가 생각해도 너무 매몰차게 두고 떠났었다.)


육아는 처음이라, 영유아의 발달단계에 대해서도 무지했지만, 더 심각한건, 내 아이가 보여주는 기질적, 환경적 특성이 반영된, '보통 아이와는 달라 보이는' 행동들에 대해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는 거다.


세 돌이 채 되기 전 프리스쿨에 보냈었는데, 마침 들어가자마자 마더스데이 행사라고 2주 뒤에 전체 학생들이 엄마들 앞에서 노래를 하는 공연을 준비중이었다. 새로운 환경에의 적응이 기본적으로 느리고 어려운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다.) 우리 딸이, 난생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것도 힘든 마당에,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무대위에 올라가 노래를 준비하는 그 과정자체가 고역이었었나보다. 마더스데이 행사 당일날, 50 명의 학생들이 한 무대에 올라 초대된 엄마들을 향해 노래 하는데, 딱 한 사람, 내 딸만이 공연 내내 무대에 등을 돌리고 미동도 않은 채 목석 같이 뒤를 보고 서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육아가 처음이라, 그 모습에 진심 당황했다.

(차라리 하기 싫다고 무대 위에서 난동을 피웠더라면 내 마음이 그렇게까지 타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연 후, 집으로 가는 차 속.

약간의 정적이 흐른다..

아까 본 모습에 대해 말을 꺼내야 할까 그냥 넘어가야 할까. 고민 중이다.

(놀라지 마시라, 만 두돌 넘은 아이였지만, 당시 우리딸과의 대화는 정말 복잡다단하고 어려웠다.)

"오늘 공연 너무 재미있더라~ 너무 잘했어!"

아뿔싸. 나도 모르게 진심에도 없는 말이 튀어나온다.

"나 노래 안불렀는데? 뒤돌아보고 있었어."

날 것 그대로의 대화를 하는 두돌 갓 넘은 우리 딸의 날카로운 대꾸가 날아와 가슴에 꽂힌다.

그렇지.. 노래 부르기를 거부하고 공연 내내 뒤돌아 보고 있던 딸에게

내가 너무나 진실하지 않은 말을 했지.. 나의 실수였다.

(선택적함구증이 있던 딸아이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지만, 언어발달은 사실 꽤나 빠른 편이었다.)

나중에 조금더 크면서 대화를 차근차근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몇십명의 부모들이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게 싫었다고 한다. (다들 자기 새끼들 보고 있는건데, 그것을 알리 만무한 당시 두 살의 내 딸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수십개의 눈들이 몸서리치게 불편했나보다. 그때는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도 서툴러서 그녀의 마음을 정확히 알수가 없었다. 요즘은 "불편하다"고 정확하게 이야기 한다.)


이때의 사건과 대화들이 너무 가슴에 남아,

아이를 데리고 상담을 다닐때 의사선생님께 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말하다 정말 펑펑 운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정말이지 딸에게 여러가지 불안장애, 발달장애 증상들이 두드러져서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그때 의사 선생님이 그랬다.

아이도 천천히 도움을 받아야 겠지만,

엄마가 너무 죄책감과 상처에 시달리는 것 같다고.

아이들은 과거의 일을 기억하지만 (당시 아이는 "엄마, 우리 옛날에 같이 안살았지."라는 말을 하곤 했다.),

또 놀랍게도 회복탄력성이 좋아서

앞으로 또 금방 좋아질 수 있다고.

(실제로 우리 딸은 많이 좋아졌고, 이제는 이 이야기를 편안하게 꺼낼 수 있다.)

그러면서 덧붙여 주셨다. 그럴 땐

"아까 왜 뒤돌아 보고 있었어?" 라고 딸아이의 생각을 물어봤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돌아보니 너무나 당연한 건데

그땐 정말 진심 너무 당황해서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 가야할지 머리가 하얘졌었다.


딸아이가 여섯 살이 넘은 이제서야 과거에 이해할 수 없었던 행동들이 퍼즐조각처럼 맞춰지는데,

그 중 하나가, 당시에 사진 찍는 것을 몹시도 싫어했다는 거다.

초보엄마로서, 아이의 일상을 기록해 두고 싶은 마음에

카메라를 여러번 들이댔지만,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고 (그나마도 내가 잘 몰랐다.)

특히나 가족사진 찍는다고, 단체로 우르르 한곳에 자리 잡고 앉아

하나, 둘, 셋! 하며 꽤나 진지하게 사진을 찍을라 치면

완강하게 거부했다.

이제와서 보면 그것 역시 주시불안의 일환으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카메라의 렌즈는 마치 사람의 눈과 같다.

그래서 당시 가족사진이 거의 없다.

한번은 큰 맘 먹고 디즈니랜드에 갔었는데

낯선 환경에 아이는 입구부터 자지러지며 입장을 거부했고 디즈니랜드 유명한 랜드마크 앞에서 단란한 가족사진 한 장을 꿈꾸었던 엄마의 소박한 바램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아이는 가족사진 찍기를 온몸으로 거부했다  



당시의 일화가 하나 더 있는데,

딸아이 생일이라고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사촌오빠들, 가족 모두 모여

생일케잌에 초를 준비하고, 아이를 가운데 앉혀놓고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아이가 경기를 일으키며 싫다고 울고불고 하였다.

누군가 자신을 쳐다보거나 자신이 주목받는 모든 상황이 다 싫은 듯 했다.

온 가족이 당황하여 어찌할 줄 몰랐다. 생일인데 한번만 부르자 얼르고 달래 보아도 소용없었다.

아직도 아이의 그 공포스럽게 목놓아 울어대던 얼굴이 눈에 선하다. 당황하던 다른 가족들의 얼굴들도..

결국 그날, 할머니를 가운데로 모시고 할머니 생신축하한다고 노래를 개사하고 나서야

딸아이는 안정을 찾았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



육아예능 <금쪽같은 내 새끼> 에 선택적 함구증 (selective mutism) 으로 힘들어 하는 7살 아이 진이가 나왔는데, 진이도 역시 주시불안이 있었다. 나는 진이의 주시불안을 오은영 박사님이 멘션하기 전에 이미 눈치챘다. 친구가 빤히 쳐다보면 불편해서 눈을 피해버리는 아이.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는 후속편이 나온 것을 보니 마음이 많이 놓였다.

우리 딸도 이제 많이 좋아졌다.


과거이야기처럼 할 수 되어 다행이다.

더이상 눈물이 나지 않는다.


오늘 딸의 여섯번 째 생일 파티를 조촐하게 했다.

생일축하 노래도 부르고, 촛불도 껐다.




















 
















 


























육아예능 <금쪽같은 내 새끼> 6화에서 선택적 함구증 (selective mutism) 으로 힘들어 하는 7살 아이 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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