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1

by 젠젠

미국에 산지 이제 햇수로 23년.

한국문화랑은 연결이 끊어지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가깝지도 않은 그런 사이가 되었다.


지대넓얕 이라는 팟캐스트가 있다는 말은

오래전에 들었으나 접해보진 못했다.

그러다 작년에 우연히 <열한 계단> 이라는 책을 선물 받고

채사장이란 인물을 처음 접했다.

적잖은 충격.

자신의 (어린시절) 인문학적 탐구여정을

이렇게나 재미있게 풀다니!


그래서 이번엔 이 책을 골랐다. <지대넓얕 1>

와우. 정말 놀라운 사람이다. 채사장 팬 되어버림.

이 사람이 한국인이라는게 자랑스러울 정도.

어떻게 이런 사람이 한국에서 나왔지?

인문학이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던 시절에 자란 그가

이렇게 일편단심 자신의 관심을 파고 들어 이런 책을 저술했다는건

정말 놀랍고 박수 받을 일이다.


책의 내용이 깊으면서도 대중이 질리지 않을 정도로 얕다. (산뜻하다)

글을 풀어가는 스타일이 매우 논리적이면서도

지나치게 촘촘한 논리로 상대가 숨막히지 않도록

완급조절을 했다.

기가막히게 정교한 레벨조정으로 정말 재미있는 글을 뽑아낸다.


한 때 엄청난 글쟁이로 급부상했던 <아웃라이어> 저자

말콤 글래드웰이 생각났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스토리에 빠져들 수 있도록

편안하게 서사를 풀어내는 필력이 압권이다.

물론 말콤 글래드웰은 결국 너무 떠버린 댓가로

그의 통찰의 근원, 전문성에 대한 도전을 받았으나,

그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채사장은 물론 결이 좀 다르다.

말콤 글래드웰이 글 전반에 걸쳐 농담과 위트가 한껏 묻은

경쾌한 스타일과 유려한 스토리텔링을 자랑한다면,

채사장은 건조하고 진지하지만, 대중이 딱 좋아할 만큼

알맞게 그 진지함을 잘 풀어냈다.

독자의 입장에서 글이 거부감 없이 술술 읽히고

다음 내용이 궁금해 책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가게 만드는

그 필력에 문득 두 사람이 동시에 떠올랐다.


이 책을 이제야 접한게 속상할 지경.

진정 대유잼. 핵존잼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