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네 살 반이 넘어가면서, 한두살 어렸을 때의 기억을 (드디어!) 서서히 잊어가는 것 같다. 예전 이야기를 하면 기억이 안난다고 하는 일이 점점 더 잦아지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두살 갓 넘은 꼬마아이가 "엄마, 어릴 때 우리 같이 안살았잖아?" 이런 말을 할때면,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어린아이의 정말 그 무시무시한 기억력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는데.. '혹시 얘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를 다 기억하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의 디테일한 기억력이었었다.
아이는 낳으면 알아서 큰다는 우스갯소리를 진짜로 받아들이고 했던 결정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깨닫는데는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발달장애, 불안장애... 다른 아이들과는 달라보이는 내 아이의 특이한 행동들... 타고난 것인지, 환경의 영향인지... 이유를 찾아낼 겨를도 없이 아이의 행동이상은 부모에게 엄청난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하루하루 내 잘못을 탓하며 살다가도, 같은 환경에서 아무 문제없이 크는 아이들을 보면 또 타고난 것인가 싶다가도.. 우왕좌왕하며 도움의 손길을 찾아 전문기관에 이리저리 발길을 들여놓을 때면 정말 엄마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어차피 정확한 진단이란 어렵다. 그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카테고리에 들어가는지, 아닌지로 분류만 될 뿐. 모든 아이는 각자 나름의 고유성과 독특함을 가지고 태어나니깐. 그것이 소위 "장애"이든, 아니든.
우선순위를 재정비하고 산지 수년의 시간이 다시 흘렀고, 이제, 조금씩 그래도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아직 다른 아이들보다 부족한 점이 많지만, 괜찮다.. 머릿속에 슬픈기억, 불안한 기억이 아닌, 구급차, 소방차, 공주 같은 것으로 가득찰 수 있다면, 많이 안정된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 아침에 시력장애와 자폐를 가진 한 아이가 가족의 사랑과 서포트로 잘 성장하여 America’s Got Talent 에서 좌중을 압도하며 노래와 피아노 실력을 뽐냈다는 영상을 보고 가슴이 뭉클해졌다. 세상 모든 장애와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과 그 부모님을 응원한다. 남들의 두세배의 에너지를 아이에게 쏟으며 사는 대단한 부모들이다.
2019년 5월 30일,
America's Got Talent 에 출연한 Kodi Lee 의 퍼포먼스를 보고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