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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an 28. 2021

안느 예찬론을 만든 <안정환>

'축알못'도 축구 공부하게 하는 남자, 안정환


2002년도에도 집에 티비가 없었다.


월드컵 중계를 라디오로 들었지만 -가난하다고해서 사랑을 모르는게 아닌것처럼- 그때 그 붉은악마 열기를 모르는것은 아니다. 옆집과 동네전체에서 들리는 환호성으로, 골이 들어간 순간도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02년은 아빠가 폐암말기를 선고받았던 해이기도 하다. 월드컵이 끝날 즈음 그 사실을 알았던 것도 같고, 그보다 몇달전 통보받은 것도 같고, 시기는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빠는 그 이듬해 바로 돌아가셨다. 그의 나이 향년 59세. 아까운 사람들은 보통 단명하는 건지, 적어도 내 인생의 경험치에서는 늘 아까운 사람들이 먼저 하늘나라로 가버렸다.


안느 때문에 2002년이 생각났고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집에 티비가 없는 사소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하려고했는데 둘째 문장에서 불쑥 투병하던 아빠 생각이 났다,   밖에 없었다. 온전히 월드컵 4 신화를 즐기지 못했던 우리 부녀. 사실 ,  아빠가 아니더라도 축구나 야구나 스포츠에 관심있는 편이 아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도 관심 밖.


유일하게 좋아서 관람까지 했던 스포츠가 있다면 농구였다. 기아의 허동택 트리오 중에서 허재를 사랑했다. 요즘 <뭉쳐야 산다>에서 허재를 보면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내가 사랑했던 그때의  허재는 오데로 갔단 말인가. 어느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쿨가이 다운 면모도 그립고. 그 기자회견이라 함은, 중국 취재진들 사이에서 통역사를 두고 기자회견중인 우리의 허재 아재가 욕하면서 그자리를 박차고 나간 사건을 말하는데


팩트는 중국기자의 황당한 질문에 우리의 다혈질 아이콘 허재옹이 화가 난 것. 우리나라 선수들이 중국 '국가' 나오는 동안 중국 국기를 향해 돌아서지 않았냐는 에 대한 질책이 담긴 질문이었다는데 황당한 노릇이가. 지네는 애국가 나오면 가슴에 손 모을껀가?  어이없는 질문을 받은 우리의 허재는 예의  쿨가이 다운면모로 시원하게 욕을 하고 " 소리야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그래, X 짜증나게!"  기자회견장을 나왔던 것이었던 것이었다ㅋㅋㅋㅋ  영상은 아직도 레전드급으로 유튜브를 통해 회자된다. 선수시절에 욕하고, 테크니컬 파울 자주 받고, 퇴장까지 당해서 소녀가슴 멍들게 하더니 감독이 되어서도 다르지가 않구나. 한결같이  멋있는(;) 사람이다 ㅋㅋ 허한결씨.

https://www.youtube.com/watch?v=pfUDHJcdYVQ


종종 있는 일이지만 오늘은 퇴근 후에도 중국인 고객사 인사 담당자에게 Chasing 당했다. 운동장에서 최선을 다하면 경기에 졌다고 해도 할말이 있겠지만, 나는 할말이 없었다. 왜? 열심히 볼을 차지 않았으니까. 고객사가 의뢰한 채용건에 대해 마켓에 인재 풀이 적다는 이유로 열심히 서치를 하지 않았더랬다... 그렇지만 쪼였으니, 자극을 받고 급 서치를 시작했다. 역시나, 적합한 후보자 한분을 찾았다.


기쁘게 하루 일과를 마감하고 진짜 리얼 내 시간이 주어지자, 바로 갓효신 음악을 틀었다.

역시 힘든 날은 우리 바쿄신이지! 묘하게 위안을 주는 쿄의 목소리로 심신을 감싸안으려는 찰나, 유트브가 요즘의 내 덕질근황을 아는 터라 자연스레 박효 노래가 끝나고 안느 영상으로 나를 인도했다. 음. 그래 유튜브 알고리즘. 열일한다. 그 덕에 오늘도 자기는 틀렸구나.


정말아름답다, 안느는 아름다운 플레이어다.


이 남자를 보면 알수없는 이유로 꽤,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리즈시절 안느를 보면 당연히 설레다가('개'를 사용한 접두어 싫어하는데 오늘은 써야겠다. 진짜 안느는 정말이지...개.잘.생.겼.다!!!!!!!!!!!!)그러다 또, 예능을 보면 툭툭 내뱉는 까칠함과 욱함 속에서도 숨길 수 없는 그의 따뜻함과 마주하다보면 눈물이 쏟아진다. 이제는 전 국민이 알다시피한 그의 힘들었던 개인사, 가난함때문에 빵과 우유를 먹기위해 시작했다는 축구인생의 서막. 이탈리아 상대로 골을 넣었다는 이유로 이탈리아 팀에서 제적당하고 35억원 위약금을 물어줘야했던 그의 전성기 이야기-생각하면 진짜 화가 치민다. 그때 그의 나이 겨우 스물일곱이었는데 이탈리아놈들!!!!!!!!!!!!!


그럼에도 국민들이 그렇게나 좋아했으면 됐다싶다고,

국민들에게 35억을 쓴거라고 생각해야 그나마 미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이제는 제법 담담히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존경스럽기도 하다.

아들 리환이를 걱정하고 사랑하지만 그 시대 아버지들처럼 다정하게 다가가는 방법을 모르는 듯한 그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고, 배정남과의 브로맨스를 보면 내내 므흣하기도 하고. 뭐, 당연히.....2002년 투병하던 우리 아빠 생각도 나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천재였음에도 결코 나서서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 안느를 보며 <자신의 성과에 대해서는 결코 스스로 말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걸 배우기도 한다. 2002년 반지키스라는 세기의 세레모니를 보여준 그의 화려한 과거가 또 무척이나 부럽지만, 어쩌면 그는 과거의 영광보다 지금 현역으로 뛰고있는 선수가 너무도 부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과거의 영광에 멈추어있기보다 현재를 더 열심히 살고 싶게 만들기도 하고. 이 남자는 참.... 그러니까 나의 덕질은 매번 교훈을 남긴다. #덕질해도 괜찮아, 라는 책한권 써야하나.


축구에 축자도 모르고, 월드컵을 한번도 본방사수한적도 없는 내가 안느 덕에 최고에이스에게 준다는 번호 10번에 메시가 있음을, 9번 공격수는 호나우드고 1번과 21번 번호는 주로 골키퍼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메모하며 축구를 공부하고 있다. 월드컵도 아닌데 축구를 보기도 하고. 뭐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렇다는 얘기다. 축구, 거 참 재밌네. 안느가 있거나 이동국이 있거나 좋아하는 플레이어가 뛴다면 그 축구 그거 볼만하겠단 생각이 든다. 이. 제. 와. 서.















괜히 생각난, #나의애송시

#가난한사랑노래


와, 신경림 시인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았기에 이렇게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었던거지


아름다운 시는 아름다운 사람이 쓰는 거 같다.

아름다운 사람이  축구를  하는건 아니지만 아름다운 안느는 축구도 잘했다.

희대의 인물이 아닐 수없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ㅋ

안느 오늘밤도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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