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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Jun 01. 2022

 해방일지가 끝났다


<나의 해방일지>가 끝났다.  

오랜만에 과몰입했던 드라마였는데.

출퇴근 시간 틈틈이 보고  보면서 여운을 달래는 중이다.


지난주에는 회사일정이 너무 빡세서 브런치 글을 (하나도) 발행하지 못했다.

회사 창립 30주년행사때문에 화, 목~금 사흘이나 자리를 비웠더니 산적한 업무때문에 눈코뜰새가 없었다.

영빈관 후정에서 / 30주년 기념행사가 있었다. 2022.05.24


홍천 소노펠리체에서 1박 2일 워크샵을 했다. 2022.05.26-27


가장 기대했던 평창한우/ 하이볼 말아주는 예쁜 누나덕에 하이볼 제조방법 마스터/ 소노펠리체 조식은 사랑입니다. 아침엔 생크림과 프렌치 토스트와 팬케익이죠! 나의 페이보릿 조식!


그와중에 어제는 퇴근 후 <범죄도시 2>를 보러 메가박스엘 갔다.  

눈코뜰새 없는 와중에~ 메가박스엘 갔다고 쓰니, 꽤 먼거리 모험을 감행한 것처럼 보이나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에 메가박스가 있다. 빠른 걸음으로 7분 내외 거리. 게다가 집으로 가는 9호선 길목에 있으니 그리 어려운 걸음은 아니었다는 얘기.


내가 생각했던 구씨가 아니었...

언젠가 줄리랑 동탄에서 잠실로 오는 길에 버스를 잘못내려서 전혀 낯선곳에 간적이 있었다. 낯선 곳에 내려진 기념(?)으로 영화나 한편 보고 가자고 극장엘 들어갔는데 그때 봤던 영화가 <범죄도시 1>편이었다. 2017년 개봉된 영화니까 버스에서 잘못내린 기념으로 낯선 동네에서 영화를 본 그날의 에피소드도 벌써 5년전 일이 되었다.


우연히 들어간 그곳에서 우리는 마블리와 윤계상의 무대인사까지 덤으로 볼 수 있었다. 기대한 바도 아니고, 계획한 일도 전혀 아니었지만 뜻하지 않게 영화속 주인공들을 볼 수 있어서 운이 좋다고 생각했던 날이었다.




액션영화를 찾아보는 스타일이 아니다.

때리고 부수고 피나고 하는 영화를 볼 바에야 차라리 지루해서 눈물이 나는 영화가 더 적성에 맞는데,

순전히 해방일지 여운때문에 범죄도시 2를 보러갔다가...

그냥 멋진 빌런쯤 되겠거니했는데 나의 구씨가 저렇게나 180도로 변해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칼로 찌르고 망치같은 무기로 내리찍고 오로지 목적이 돈에만 있는 짐승깽깽이 같은 남자라니. 영화는....좌우지간 난리도 아니었다. 그나마 중간중간 위트가 있었으니 망정이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지난 드라마를 봤다.

그런데 해방클럽을 외쳤던 그네들은 해방된건가?


누군가 내게 그들이 진정 해방된거냐 묻는다면 나는 애매모호한 답을 할 수 밖에 없다.


어느날은 잠시 해방된것 같았다가

또 어느날은 영원히 해방될 수 없을 것 같은 순간들이 반복되기도 한다고.

인생은? 원래 그런거라고, 말이다.


다만, 나의 힘겨움의 원인을 알았다는 거.

내 문제점을 짚었다는 것.

그게 전부라고 염미정은 말한다.


정말 그게 전부일까?

나는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었기에 이토록 연연하며 드라마에 과몰입 했었을까?


내가 해방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나의 '치사함'이었을까?

사소한 일에만 분개하는 '옹졸함'이었을수도 있다.

상대방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거에 나도 덩달아 이랬다저랬다했던 가벼운 마음.

끊임없이 기브 앤 테이크를 계산하면서 상대보다 더 마음 주지 않으려고 했던 건 아니었을까.


달라지고 싶었다.


상대방이 내 뜻대로 되지않고

내 기대와 같지 않더라도 쭉 좋아하고,

사랑을 주는 것. 이를테면 추앙같은 것.

추앙하고 추앙받으면 이 지루하고 지긋지긋한 삶이 완전히 달라져서 다른 사람이 되어있을거라는 주문같은 독백을 믿고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근데 대체, 그 사랑이 뭐길래.



퇴근길에 회장님으로부터 메일 한통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만 사랑하는 건 진짜 사랑이 아니라고.


30주년 행사에 축사로 말씀 주셨던 내용인데 회장님의 당부이니 한번 더 읽어달라는 내용이었다.

읽으면서 한번, 읽고나서 곱씹으며 또 한번 눈물이났다.

80세가 넘은 인생 선배로서, 회장님이 한번 더 당부주시고 싶은 메세지에 회장님의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려서 80세가 넘은 인생 선배로서 내가 살아온 인생의 감회와 아쉬운 마음을 고백하고자 합니다. 내 인생을 뒤돌아보며, 내 인생을 힘을 덜 들이고 재미있고 더 행복하게 살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운 마음에서 이 말씀을 드립니다.  회사 뒷면에 그려져 있는 “마라의 연못에 던져지는 나뭇가지 그림”이 우리회사의 가장 중요한 기업이념의 상징입니다.
이 세상은 마실 수 없는 쓴 물같이 각박한 환경이지만 우리가 고객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더 노력하여 탁월한 도움을 준다면 고객사와 친구같이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신념이었습니다. 그래서 고객사에게 탁월한 도움을 주려고 더 노력도 했고 성과도 있었지만 그 과정은 사실 힘겨웠습니다. 사랑은 남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것이라고 들어 알고 있었기에, 사랑으로 남을 돕는 노력이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사랑받을 자격을 가진 대상만 사랑하려고 했었습니다.  

사랑받을 대상만을 사랑하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닙니다. 누구나 무조건 사랑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만 비로서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 나이가 돼 서야 뒤늦게 깨닫았습니다. 보상을 위하여 하는 노력은 자기자신을 임대해 주는 노동이기에 당연히 힘들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부모가 자식을 위해 어떠한 수고도 조금도 힘들지 않듯이, 고객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돕는 노력은 훨씬 힘도 덜 들고, 성과가 탁월 할 뿐 아니라 Give & Take 가 아닌 서로를 아끼는 고객관계가 만들어지는 “일거 삼득”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 친척, 친구, 동료, 고객, 누구든지 사랑받을 자격을 따지지 말고 무조건 사랑하겠다는 마음을 가져보십시오. 마음에 사랑이 있으면 항상 기쁩니다. 일이 힘들지 않고 아주 쉬워집니다. 물론, 아무나 무조건 사랑하는 삶을 살겠다는 결심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매일 한걸음씩 가다 보면 발걸음이 어느새 가벼워집니다.

사랑은 전염병입니다. 내가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나를 대하는 모든 사람들의 태도와 관계가 달라집니다. 내 인생이 신나고 즐겁고 행복해집니다.  내가 먼저 변하면 옆에 동료가 변하고, 회사가 사랑이 넘치는 회사로 변하고, 회사의 하루가 즐겁고 개인의 실적도, 회사의 매출도 도약에 도약을 거듭할 것입니다.

세상이 우리가 사랑을 주는 회사라는 것을 알게 되면, 일하려고 입사지원자들이 몰려들고, 고객사도 꼭 우리와 일하고 싶어 하는 자랑스러운 회사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여러분의 성공과 행복, 그리고 **회사의 지속적인 도약적 발전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지금의 회사가 있기까지 직원들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수백번의 인터뷰를 하셨을텐데 감개무량하게도 회장님은 내게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5분 만에 뽑아야겠다고 결정한 두번째 사람입니다.



왜 5분만에 뽑고 싶으셨을까, 그렇게 생각해주셨다니 감사하다, 라는 생각보다

그럼 5분만에 뽑고 싶었던 첫번째 사람은 누굴까에 더 관심이 많던 시절이었다.

어쨌거나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새 입사한지 8년이 되었는데


회장님이 나를 남다르다 여겨주신 마음에,

그 기대에 부응했는지,

남다른 헤드헌터가 되겠다고하면서 남다른 헤드헌터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자신있게 답변할 수가 없다.


인터뷰 당시, 제니퍼는 어떤 헤드헌터가 되고싶냐, 고 물으셨을때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헤드헌터가 되고싶다>고 답변했었다.


지금 나는 그때의 초심을 유지하고 있을까?

회장님 말씀처럼 고객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돕고 있나?


열심히 달려왔다고 자부하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며'였는지는 자신이 없다.


고백하자면, 사랑받을 대상만을 사랑했고 사랑받을 자격을 가진 대상만 사랑했던 것 같다.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일까.

이 드라마 한편이

회장님의 축사말씀이

매너리즘아닌 매너리즘에 빠져 정체된 나에게 깊은 울림이 될 수 있을까.


나는 내가 바라는 내모습으로 죽을 수 있을까.



해방일지, 15회. 이것만은 알아둬라.


(다시 해방일지)

내가 몇번이고 돌려본 장면이다.


난 사람이 너무싫어.
눈 앞에 왔다갔다 움직이는 것도 싫어.
내가 갑자기 욱해서 너한테
어떤 눈빛을 보일지 어떤 행동을 할지
어떤말을 할지 나도 몰라.
겁…나.
근데 이것만은 꼭 기억해줘라.
나중에 내가 완전 개개개개개새끼가 돼도  나 너 진짜 좋아했다”




제일 좋아하는 마지막회 구씨 대사다.


집은 보일러가 고장나서 춥고, 술병은 아무데나 너저분하게 쓰러져있고 매일 술을 마시는 남자. 술꾼에게는 술잔만 깨끗하면 된다는 알콜중독에 알콜성치매도 있는 저 남자를

미정이는 어떻게 저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었을까. 기정이처럼 미정이도 연민이 먼저였을까.

미정이에게 상처를 줄까, 벌써부터 겁나, 하는 구자경의 모습에 나까지 연민이 휘몰아친다.

휘몰아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염미정처럼 구씨같은 남자를 사랑해낼 (구원할) 용기는 없다.


그게 내 한계다.

그 한계를 극복해야 ‘아무나’사랑할 수 있을텐데.


이번생에는..틀린걸까..



회장님이 종종 좋은 소식있냐고 안부를 물으시는데 그때마다 “이번 생애는 틀렸나봐요” 라고 말했었다. 두번 혹은 세번정도 회장님은 그런 나를 나무라지 않고 조용히 웃으며 똑같이 말씀하셨다.


“제니퍼! 인생은 말하는대로 된다”


다음엔 이렇게 말씀드려야겠다.

“올 겨울엔 좋은 소식 들려드리고 싶네요” 라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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