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에게 필요한 역량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질문을 잘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업무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다. 인재채용을 원하는 '기업(고객사)'과 이직을 희망하는 '후보자'들은 명확하게 자신들의 동기를 말하지 않을 때가 많다. 따라서 상황 추론을 통해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대다수의 경우 필요하다. 예를 들어, 채용차별법 때문에 원하는 성별 혹은 요구사항을 직접 말하지 않는 고객사의 진짜 의도를 찾아가는 과정이나, A후보자가 이직하고자 하는 진짜 이유가 '돈'이나 '상사와의 마찰'임에도 불구하고 ‘커리어 개발' 혹은 '부모님의 병구완' 등의 표면적인 사유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과정을 파악하는 것은 연차가 낮은 헤드헌터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후보자와의 연봉협상 과정에서도 심리학적 관점이 필요하다.
기업과 후보자가 각각 협상이 타결되기 위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명확히 말해주면 좋은데 역시나 연봉협상 장면에서도 기업과 후보자는 헤드헌터에게 진짜 속마음을 말해주지 않는다(사람의 유형에 따라 투명하게 공유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대할때가 더 많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본인들이 협상 가능한 max 금액을 먼저 제시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헤드헌터들은 협상을 이끌어내야한다. (대부분의 기업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기업입장에서는 후보자의 연봉을 낮춰 입사시키는 방향이 ‘성공한 협상'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대다수 후보자들은 '다다익선'이라는 입장을 취하며 현재 연봉보다 월등하게 높은 연봉상승을 원한다. 후보자 입장에서는 기업의 기준선을 모르는 상태로 섣불리 희망연봉을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협상테이블에서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헤드헌터는 후보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고(기업이 생각하고 있는 연봉테이블), 후보자가 이직을 결심할 만한 연봉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파악해서 협상을 돕는 역할을 한다.
극적으로 연봉협상이 타결됐다고 하더라도 헤드헌터는 또다른 변수에 대비해야 한다. 후보자가 희망했던 연봉 수준에 맞춰 기업이 입사제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보자가 그 오퍼를 거절하고 현재 회사에서 '카운터 오퍼'를 수락하는 경우가 생긴다. 후보자가 채용마켓에서 자신의 가치(연봉 수준)가 궁금해서 비교적 가볍게 job interview를 시작한 경우, 재직 회사에서 후보자가 꼭 필요한 인재라 판단하고 연봉을 올려주거나 평소 후보자가 옮기고 싶은 부서로 전배를 시켜주거나, 원했던 직무로 전환을 해주면 현 직장에서 카운터 오퍼를 받고 그대로 재직하는 경향성이 있다. 새로운 일이나 기업에 도전하는 것보다, 현재 상황에서 안정성을 느끼는 성향의 후보자들일수록 카운터 오퍼를 더 잘 수락하는 경향도 보인다(이에 대한 통계바탕의 논문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14년간의 경험에 비추어보자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타기업의 오퍼레터를 협상 카드로 사용하면서 현재 회사의 인사담당자에게 연봉 인상을 요구하고, 결국 재직 중인 회사에 잔류하겠다고 통보하는 후보자들도 더러 있다.
(더 자세하고 구체적인 사례가 있었는데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다양한 채용 장면에서 헤드헌터는 심리학적 관점을 적용해야 할때가 많다. 이제 막 헤드헌팅 업무를 시작했거나, 주니어로서 타인의 경력컨설팅 과정이 쉽지 않은 저연차 헤드헌터들에게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심리학적 관점에 대해 정리해보았다.
1. 동기 이론
후보자의 이직 동기를 이해하는 것은 채용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후보자의 이직 동기가 연봉 상승인지, 아니면 커리어 개발, 워라밸 등의 다른 요소인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헤드헌터는 후보자의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후보자가 커리어 개발을 원한다면, 기업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성장 기회와 교육 프로그램 등이
후보자의 관심사인 한편 후보자의 목적이 연봉인상이라면 연봉인상, 인센티브의 구조, 직위상승에 대한 부분이 후보자에게 보다 직접적인 도움이 될것이다.
지난달 입사한 I 임원 채용건은, 헤드헌터가 후보자의 동기를 잘 파악하여 채용이 성사된 대표적 사례다. 이 후보자는 개발자로 커리어를 쌓다가 MBA를 마친 후 개발자와 영업포지션 그 중간에서 본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포지션으로 전직을 하고자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었다. 여타 헤드헌터들은 그에게 지속적으로 개발자 포지션만 제안하면서, 그의 니즈에 대해 ‘통상적이지 않은 커리어 전환’이라 난색을 표했다. 이로 인해 후보자는 목표와 방향을 정립하지 못한상태로, 본인이 생각했던 이직방향과 현실이 너무도 달라 어느정도 회사를 옮기는 일을 포기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즈음에 우리는 그와 컨택이 되었고, 고객사 추천전에 항상 진행하는 사전인터뷰를 통해 그가 개발자와 영업이 역할이 잘 조합된 PM이라는 포지션에 적합할 거라 판단했다. 후보자가 원했던 방향이었고 역량도 갖춘 상태였기에, 그는 그 기업에 바로 합격할 수 있었고 그동안 접어두었던 ‘지사장’의 꿈도 다시 꺼내볼 수 있게 되었다며 설레어 했다. 이 후보자가 재직했던 직장을 떠날 때 반환한다는 조건으로 받은 signing bonus 에 대해서도 흔쾌히지금의 고객사에서 대신 지불해주었다. 현재연봉대비 상승된 연봉조건과 차량을 제공해주는 베니핏 외에도 이전 회사에서 받은 보너스에 대한 반환금도 지불해줄 정도로, 기업의 인사담당자와 결정권자(hiring mgr)는 후보자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2. 귀인이론
헤드헌터는 채용과정 전반에서 귀인이론을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기에 이 이론에 대해 보다 심도있게 공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1) 후보자를 기업에 추천하기 전에 후보자 역량파악을 위해 후보자와 사전인터뷰 하는 장면: 후보자가 본인의 성과에 대해 어필할 때 헤드헌터는 후보자의 성공에 대한 내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내부요인(후보자 능력과 노력)과 외부요인 (업무환경, 팀장 혹은 팀원들의 기여, 고객사의 배려)을 함께 고려하여 평가하는 것이 좋다. 후보자가 자신의 성공을 내부요인으로 귀인하는 경우 자신감과 자기효능감이 높다고 볼 수 있으며, 성공을 외부요인으로 귀인하는 경우 후보자의 배려적인 측면을 예측해볼 수도 있다. 실패를 외부요인으로 귀인하는 경우에는 책임회피 경향이 있는지에 대한 후속질문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후보자입장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서 본인의 성공사례에 대해 헤드헌터에게 내부&외부 요인에 대해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어필해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2) 후보자의 이직 동기 분석: 이 과정에서 귀인이론을 적용해볼 수 있다. 내부요인 (개인적 목표, 커리어 개발)과 외부요인 (현재 직장의 문제, 마켓의 변화)에 대한 분석을 통해 후보자의 진짜 동기를 파악하고 이에 맞춰 적절한 이직 제안을 하게 되는 경우 후보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후보자들도 본인이 이직하고자 하는 동기에 대해서 다각도로 고민해본다면 기업의 인터뷰에서 '이직사유'질문을 받을때 상당히 도움받으리라 생각한다.
(3) 오퍼레터를 받고 고민하는 후보자 혹은 인터뷰 일정을 번복하는 후보자: 후보자가 이직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직무에 대한 불안과,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내부적 갈등과, 현재 직장에서 인수인계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이직 타이밍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질때, 외부적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이럴 때 헤드헌터는 후보자 상황을 분석하고 그에 적합한 해결책을 제시해줄 수 있다. 기업과 정해진 인터뷰 일정을 여러 번 변경하고, 미루고자 했던 A후보자의 경우 우리는 충분히 후보자의 현재 회사일정을 배려하여 비대면 인터뷰와 퇴근 후 안전한 시간대를 확보했으나 후보자는 결국 인터뷰를 철회했다. 후보자 자신도 바쁜 업무 중에 이직을 준비하면서 본인의 내면의 소리에 제대로 귀기울일 시간이 없었는데 주말사이 차분히 고민해보니 여러가지 상황들로 인해 지금은 이직할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에 인터뷰를 차일피일 미루게되었다고 상황설명을 해주었다.
헤드헌팅 일을 이제 막 시작하여 경험이 적은 헤드헌터 팀원들에게 내가 자주 강조하는 것은 후보자의 상황을 추측하지 말고 직접 질문해보라는 것이다. 후보자가 현재 겪고있는 내외부적 갈등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후보자와 솔직한 대화가 필요하다. 후보자도 아직 정립되지 않을 수 있는 이직에 대한 동기를 스스로 파악할 수 있게 질문을 통해 도와주고 그 과정에서 불안하거나 걱정되는 요소가 있다면 후보자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컨설팅 하는 것이 바로 헤드헌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후보자는 업무상 바쁘기 때문에 헤드헌터의 콜보다는 문자나 카톡으로 대신 답을 주는 일들이 있는데, 정말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이직 컨설팅을 받고 싶다면 후보자들에게 "전화하는 헤드헌터, 사전인터뷰 하는 헤드헌터, 커리어 컨설팅을 도와주는 헤드헌터"와 파트너십을 구축하라, 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전화보다 문자를 선호하는 즈음의 세대에게 콜포비아, 라는 용어를 더러 쓰지만 나 역시 콜포비아가 아니더라도 직장인들은 업무시간내 통화가 힘들다. 개인적인 일도 그런데 하물며 헤드헌터의 이직 콜이라니! 적합한 시간에 전화한다거나, 미리 문자로 통화약속을 정하는 등 헤드헌터의 센스가 필요하다)
3. 사회적 비교 이론:
후보자는 자신의 연봉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연봉 협상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 하기에 헤드헌터는 후보자가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사람들은 두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절대적 손익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룹과 상대적 손익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룹. 상대적 손익에 가치를 두는 후보자들은 동일한 업계와 동일한 연차의 다른 후보자에 비해 본인의 연봉이 얼마나 높고 낮은지가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헤드헌터는 후보자가 재직하고 있는 인더스트리와 포지션에 적합한 마켓 데이타(연봉 정보)를 제공하고, 후보자가 합리적인 기대를 가질 수 있도록 안내해주어야 한다. 후보자의 기대치가 마켓대비 너무 높다면 적절한 근거를 제시하여 기업에 어필해주고 그것이 어렵다면 후보자와 협의하여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면 된다. 반면에 후보자 연봉이 현재 너무 저평가되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업에 후보자의 능력대비 저평가된 연봉에 대해 언급하면서 후보자가 갖춘 역량에 대해 적절히 보상이 이루어졌을때 이 후보자의 이직이 원활할 것이고 또한 재직기간이 길어질 확률이 높다는 걸 알려주어야 한다.
심리학적 관점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이 헤드헌터에게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이론들이 실제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심리적 상황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빙산의 일부에 대해서만 논했지만 이정도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헤드헌터가 심리학적 관점을 가져야하는 이유들이. 우리팀에는 나를 포함하여 3명의 심리학도가 있다. 우리의 지향점은 심리학적 관점을 갖춘 유니크한 헤드헌터 그룹이 되는 것이다. 아직 모두 공부중이라 그 열매의 성과가 부족하지만 우리의 방향성이 그곳에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그곳에 도달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새롭게 시작한, 헤드헌팅 관련 연재가 순탄하게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
정중하고 존중이 담긴 여러분들의 질문, 이견,의견 감사히 받겠습니다.
지극히 소심한 성향이라 이견이 있다면 따뜻하게, 논의했으면 좋겠습니다.
_책읽는 헤드헌터 제니퍼씨 드림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