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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ifer Mar 06. 2024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사뿐히.. 깊게.. 아프게

연애라는 것에 있어

좋은 이별이란 게

존재할 리가 없다.

사람이란 응당

만날 땐 상대에게 좋은 모습을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려

무단히 나를 노력하고

포장하며 가꾼다.


상대방 또한

좋은 사람이거나

좋은 사람이고 싶거나

좋은 사람인 척을 하거나


어쩌면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

쉽지 않음은

모두 익히 알지만


관계가 형성되고 시작될 즈음

가장 빛나 보이고

아름다운 건

사실은 우리가 그 관계가

서서히 종료됨을 알릴 때

처음과는 달라진

서로의 태도와 모습을 보며


첨 시작의 무던히 서로에게

애쓰고 노력하던

그 모습과는 새삼 다르게

상처 내고 상처받고

어그러진 둘의 모습에

너무도 달랐던

과거의 우리가

예뻐 보였기 때문일 거다.


어떤 새로운 누군가의 관계도

영원히 새로운 관계일 수 없듯이

또 비슷한 시작점

또 비슷한 종료

이런 형태이겠지만


참 예의도 없고 무례한

만남의 정리는

씁쓸함을 남기기만 한다


좀 더 나은 우리가

될 수 없었음이

슬픔과 동시에

개선해 보려 노력했던

나의 수고까지

모두 엉망이 돼 버린 지금


나와의 관계를 끝내기 전

새롭게 누군가와의 연애를

시작하고

내가 이 사람과 시작했을 때도

미쳐 볼 수도 없었던

새로운 모습의 그는

놀라움과 경이로움을 안겨준다


환승이별 당한 나의 입장으로는

끝맺음이 깔끔하지 못했던

그의 어리석음에

경의를 표하며

무엇보다도

새로운 그녀는

나와 같은 상처와

전처를 밟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면

행복해지길 바란다

 

나에게 그는 악마였으나

새로운 그녀에겐

천사일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하지만 늘 있는 그 말처럼

사람은

돕는 자를 돕고

악행에는 반드시

불행과 책임도 따른다는 것을

잊지 말고 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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