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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is Aug 06. 2020

나의 면접일기 (3. 한 대사관 편)

그들은 전화해 정확한 피드백을 주었다. 감사!

별점: 5점


아마도 2013년~2014년?


한 주한 북유럽 국가 대사관 내 포지션에 지원했다. 

일단 그 쪽 학교를 다니기도 했고, 북유럽 국가들은 기업 문화가 좋아, 다니면서 큰 스트레스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ublic Service에 대한 사명과 동경이 많기 때문에 갈등이나 머뭇거림은 없었다. 

그래서 지원했고, 면접을 보러가게 됐다. 


대사관은 매우 작고 조용했다. 3등 서기관과 2등 서기관(둘 다 여성이었다!)이 나를 맞이했고, 나에게 대사관을 한바퀴 둘러보는 투어를 해주고, 사람들을 소개시켜줬다. 따뜻한 차를 권한 후, 나에게 포지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그들은 구체적인 계획이 있음과, 그에 따라 포지션이 열리게 됐음을 설명했다. 몇가지 빅 프로젝트가 있었고, 이에 따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그들은 정확히 어떠한 역량을 가지고 어떠한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매우 진지하면서도 내가 정확히 이해했는지를 확인하며 진도를 냈다. 나의 이력을 물었고, 아마도 커리어체인지가 될텐데 얼마나 준비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들이 진심으로 나에게 관심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관심이 있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돌아갈 때 그들은 나에게 본인들이 설명한 비전에 따른 실행기획안을 짜서 보내줄 수 있냐고 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꽤 간단한 일이었다. 그러나, 당시 나는 해당 업무와는 상관없는 콘텐츠 제작일만 하고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포지션이 하는 일에 대해 실행을 할 수 있었으나 이걸 어떤 식으로 기획안으로 만들어내야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것에 대해 내가 정확한 감을 잡은 건 불과 1여년 전 일이니, 다시 생각해도 그 당시로는 무리였을 것이다. 그들이 요구한 것은 전혀 무리가 아니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걸 시스템 적으로 기획안으로 만들어 낼 역량 또는 경험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줄글로 풀어서 소설 같이 써서 냈다. 내면서도, 이대로 하라면 할 수 있겠으나 뭔가 모자라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며칠 후 전화가 왔다. 그 외교관은 매우 조심스럽지만 예의바른 목소리로 채용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들은 내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다른 사람의 기획안이 좀 더 자신들에게 맞는다는 판단하에 다른 사람을 고용하게 됐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러면서, 이후에 더 좋은 기회로 다시 만나길 바란다는 상투적이지만 꽤 예의바른 이야기를 해주었다. 


전화를 끊고도 수긍했다. 나에게 무엇이 부족한지에 대해 돌아볼 수 있게 됐다: 문서화를 하는 것. 나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고, 이를 면접관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에 나는 대학원에서도 문서화에 대해 여러가지 고민을 하며 바라볼 수 있었다. 내가 하던 일은 기획안을 꾸미거나, 어떤 형식을 갖춰서 문서를 만드는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후에도 다양한 진통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나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해준 고마운 기회였다. 




이후 숱한 인터뷰를 했으나, 그렇게 나에게 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며 나에게 기대되는 역량과 포지션을 정확힌 설명해준 회사는 극소수였다. 

무엇보다도, 잘되지 않은 후보자에게 직접 전화해 합격하지 못해 유감이며, 이런 부분에서 자기들이 다른 후보자를 택하게 됐음을 알려주는 회사는.... 거의 없었다. (이메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다수다.)

고용주 입장에서도, 기존 인력의 업무를 인계해야하건, 정치적 이유로 자리가 생기게 됐건, 일단 인력을 늘려보자는 욕심에서 만들었건 간에 그 포지션에 대한 정확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면접자에게도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 그리고 탈락한 후보자에 대한 처우는,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잠재 고객을 만들어주는 소중한 기회다. 모든 탈락자는 아니더라도 최종후보자에 대해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귀찮더라도 이런 프로세스를 밟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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