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너무 오래 함께 살았나?
19년이라니...
난 9년 연애를 하고 결혼 19년 차
한 남자와 28년을 함께 지내왔다.
스무 살도 채 되기 전에 만난 구남친(남편)은
참 멋지고 좋은 사람이었으나
나의 아까운 청춘을 한 남자랑만 지내왔다는 사실이 조금 억울하다.
하지만 이제는 엄마랑 지내 온 세월보다 남편이랑 지내 온 세월이 더 많아져서일까?
엄마보다 남편이 더 편한 것도 사실이다.
처음 만날 때는 5살 차이가 크게 느껴지더니
(그 시절에 남편은 도둑놈이란 소릴 많이 들었다)
지금은 같이 늙어가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9년 동안 연애를 하면서 단 한 번도 헤어진적이
없었고
19년의 결혼 생활 중에 싸운 건 손에 꼽힌다.
이건 아마도 둘 다 서로의 성격을
너무 잘 알기에
싸울 일을 아예 만들지 않는 탓도 있으리라.
연애초 치열한 싸움을 한 뒤로는
우리는 싸우지 않았다.
이렇게 싸우다가는 헤어질 거 같았기에
또 "헤어지자"라는 말을 내뱉는 순간 정말 뒤도
안 돌아보고 헤어질 거 같아서
그 말을 뱉지 않았다.
그렇게 연애를 하고 결혼은 그냥 자연스러웠다.
당연히 결혼을 한다면 이 사람이랑 해야 할 것 같은
그 느낌적인 느낌
둘이 함께 어학연수를 왔다가
호주의 파란 하늘 하얀 구름에 발목 잡혀
맨땅에 헤딩하듯
정착해 버린 호주에서 이렇게 오래 살 줄 몰랐다.
남들은 그냥 편안하게 유학 생활하며 온실 속 화초처럼 곱게 자란 부잣집 도련님인 줄 알지만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열심히 산 남편
'우리의 선택이 과연 잘한 일일까' 수없이 고민하며
힘들었던 호주에서의 초반 생활
지금은 다 추억이 되어 웃으며 얘기한다.
'우리 그때 그랬었지' '참 힘들었었는데....'
완벽하게 영어를 하지 못하면서 들어간 치과대학을 남편은 너무나 힘들어했고,
모든 수업을 리코딩하여 집에 와서 다시 듣고 공부하며 밤에는 아르바이트까지 했다.
아르바이트라고는 과외밖에 안 해본 사람이
호주에서는 야간에 오피스 청소를 하였다.
다른 아르바이트는 시간 맞추기가 너무 힘들었으므로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오피스 청소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시댁에서는 생활비를 지원해주지 않았다.
호주에 가는 것 자체를 반대했으므로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한국으로 돌아올 줄 알았다고 하셨다.
하지만 의지력 강한 남편은 끝까지 버텼다.
밤에 오피스 청소를 하고 낮에는 강의를 들으며
또 집에 와서는 다시 강의 시간에 녹음한 걸 공부하며 그렇게 1년을 보내더니
더 이상 강의 내용을 리코딩하지 않아도 완벽하게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하루에 3시간밖에 자지 않으면서 공부한 결과
유급 없이 졸업할 수 있었고 치과 의사가 되었다.
이런 과정을 다 지켜봐서 그럴까?
남편이 너무 대단한 사람이란 걸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존경한다.
하지만 남편한테 항상 이렇게 얘기한다.
"내가 다 치과의사 만들어준 거잖아"
"나 없었으면 어쩔뻔했어?"
"못 버텼을걸"
우린 이렇게 천생연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