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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Jul 28. 2019

길냥이들에게 쉬운 계절은 없다

고단한 계절, 여름

뒤늦게 찾아온 장마로 습하고 눅눅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탓인지

기분까지 축축 처지는 느낌이다.

혹독한 겨울 못지않게, 여름도 길에서 사는 아이들에게는 견디기 참 고단한 계절이다.


며칠 전에는 아침에 놓아둔 길냥이들 사료 일부에 곰팡이가 피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반나절만에 핀 곰팡이라니 -

매일 밤에 따로 챙겨주는 애들은 밥을 오자마자 주니까 괜찮지만

오다가다 먹는 애들은 담아놓은 밥을 먹기 때문에 좀 걱정이 됐다.

얼른 갖다 버리고 새로 밥과 물을 갈아주긴 했지만 혹시라도 그걸 먹었을까 봐 찝찝한 마음.

하루에 두어 번씩 그릇을 씻고 갈아줘도 날씨가 워낙 습하다 보니 이런 일이 다 생긴다.

밤새 비가 세차게 내리치는 날에는 차 밑에서 먹는 아이들 밥그릇에 빗물이 튀어서 물기가 흥건해지기도 한다.

여름에는 개미나 벌레가 많아서 그릇 밑에 물구덩이를 만들어 두는데

벌레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한동안은 사료와 물그릇을 지저분하게 쪼아대는 새들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

무엇보다 물 섭취가 중요한 계절인데 물그릇을 매번 새들이 더럽혀놓으니... 

애들도 집사도 참으로 곤란할 때가 많다.(걔들도 먹고살겠다고 오는 거겠지만ㅠㅠ)

거기다 이제 곰팡이 걱정까지 해야 한다니...


비가 와서 요 며칠간 낮에는 애들 보기도 힘들었는데

잠시 비가 그쳤을 때 토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쪼르르 뛰어왔다.

한 녀석이 나타나자 밤이, 토토까지 순식간에 한 자리에 다 모였다.

어디서 비는 잘들 피하고 있었는지.

반가운 마음에 두둑하게 챙겨간 특식을 대접했더니 게눈 감추듯이 먹어치운 녀석들.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무더위 시작이라는데 -

그래도 올여름은 작년에 비하면 아직까지는 양반인 것 같다.

든든하게 잘 먹고 한여름 잘 버텨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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