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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Aug 15. 2019

길고양이와 인연을 맺는다는 것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그 녀석

‘동물을 만나고 좋은 사람이 되었다’ 이분의 글을 좋아해서 자주 읽고 공감한다.

얼마 전에 책을 읽다가 이 글귀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길고양이와 인연을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만난 못난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이름도 없이, 그렇게 불러준 것이 아직도 못내 마음에 걸린다.

2년 전 그 어느 때보다 매서웠던 겨울날,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내던 못난이가 갑자기 차 밑에서 심하게 기침을 했다.

그날따라 밥도 간식도 거부하고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것처럼

곁을 주지 않던 평소와 다르게 아파트 입구까지 따라와서 의아했었지.

녀석을 뒤로한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오면서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정말 이상한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영 마음이 찜찜해서 다시 내려가 봤지만, 녀석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고...

그게 녀석과의 마지막이었다.

직접 살을 비비고 집에서 키우지 않았어도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을 그때 처음 느껴봤다.

못난이와의 인연은 3개월 남짓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직도 그해 겨울, 낙엽을 담아 쌓아 놓은 마대자루 위에

녀석이 홀로 앉아 볕을 쬐던 모습이 생각나서 가슴이 아리다.
이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지나 겨울이 찾아오면 또 녀석이 생각나겠지.

앞으로 그런 비슷한 슬픔을 또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당장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 마음고생의 시작을 아직까지는 후회한 적이 없으니까.

앞으로도 후회하지 않도록 -

우리 냥비와 길냥이들과의 인연을 더 소중히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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