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nny May 03. 2022

고양이가 없는 삶은 좀 쓸쓸해

Grief is just love with no place to go

호주 브리즈번에 있을 때 친하게 지냈던 현지 친구가 있다.

제시는 동물이 너무 좋아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만큼 동물을 정말 사랑하는 친구이고,

보호소에서 입양한 고양이와 강아지, 닭, 햄스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을 키우고 있다.

특히 고양이, 제시는 고양이를 정말 좋아한다.


작년 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딱 일 년 전.

오랜만에 제시에게서 디엠이 왔다.

그때 그녀의 반려묘인 커스터드와 쿠키가 신부전 말기라는 소식을 듣게 됐다.

자신의 반려동물이 많이 아프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반려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반려동물을 오랫동안 키워 온 그녀 역시 고양이와의 이별을 앞두게 된 것은 처음이라 적잖이 충격을 받은 듯했다.


우리 은비가 안정을 찾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기도 했고,

고양이 말기 신부전이 얼마나 힘든 병인지 알기에 소식을 듣고 나도 마음이 많이 아팠다.

무엇보다 이 병은 나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적인 말을 할 수 없는 병이라 속상한 부분이 더 컸다.


안타깝게도 쿠키는 신부전 판정을 받고 불과 한 달 만에 고양이 별로 떠났고

지난달에는 커스터드마저 약 1년간의 투병 끝에 쿠키의 곁으로 가버렸다고 한다.

하나도 힘든데 둘을 연달아 보낸 제시의 상실감이 얼마나 컸을까...


쿠키와 커스터드의 빈자리를 채워주려 늘 제시 곁에는 강아지 스티븐이 머물러 주었다고 한다,

그 사랑스러운 녀석은 제시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었고, 그렇게 조금씩 마음이 치유되어가는 듯 보였지만 -

얼마 전 제시가 이런 말을 했다.


"난 여전히 슬프고, 이건 어떻게 해도 나아지지가 않아.

스티븐은 내가 슬픔에 빠져 있는 동안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줬어. 너무 고맙고 소중한 존재야.

하지만 스티븐은 강아지고, 난 캣 레이디야. 역시 고양이가 없는 삶은 좀 쓸쓸해..."


누군가의 말처럼 역시나 고양이를 알고 나면 키우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걸까.

생각해 보니 분명 나도 그럴 것 같아서, 그녀의 말에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렇게 한동안 깊은 슬픔 속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어 보였던 제시는 며칠 전 기쁜 소식을 들려주었다.

보호소에서 두 마리의 새끼 고양이(스퀴드와 보바)를 새 가족으로 맞이했다는 것. :)

한 녀석은 쿠키를 닮은 그레이 컬러에 또 다른 녀석은 턱시도 냥이였다.

다른 강아지들과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어린 고양이를 데려오게 되었단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슬픔이 너무 커서 다신 키우지 않겠다는 사람도 많지만

그 아픈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도 결국은 반려동물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새로운 가족과 함께 쿠키와 커스터드의 빈자리가 따스함으로 다시 채워지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토토야 훨훨 날아가렴, 나비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