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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Apr 27. 2024

별거 없는 오사카 여행기


일본에 다녀왔을 좋았던 점은 일본 자체의 풍경이기도 했으나, 일본에 있다는 이유로 내가 느꼈던 자유로움이었다. 내가 일본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느낄 있었다.


그 시간 동안은 언제 취업을 해야 하나 스스로에게 묻지 않았다. 일 메신저를 확인하지도, 스스로 일을 하라 재촉하지도 않았다. 어디를 가야 하고 어느 것을 먹어야 한다고 규정하지 않았다. 그 길이 잘못된 길이 아닌 새로운 길이라는 전제로 여행을 했다. 그래서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잘못이 아니었다. 시간이 더 걸린다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다른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해 여기에 시간을 더 투자했을 뿐이었다.


3박 4일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간이 멈춘듯했다. 내 인생의 시간이랄까, 잠깐 휴식기를 가진 느낌. 그래서 앞으로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과 내가 이제 이런 기분을 느끼려면 해외로 나와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친구는 도톤보리의 밤이 너무 시끄러워 기가 빨린다 하였지만 나는 그 도톤보리의 밤이 좋았다. 밖에서 술을 마시고 가운데 있는 강에서 보트를 타고, 신기한 옷을 입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글리코상 앞에서 다 똑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나는 글리코상을 보는 것보다 글리코상 앞에선 사람들을 보는 게 더 좋았다.


나라 공원에 갔을 때는 친구와 나와 각자 2시간 정도 자유시간을 보냈다. 가만히 사색에 빠지는 것을 즐기는 나와 달리 친구는 맛있는 것을 먹을 때 더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나라공원에는 사슴들이 풀어져 있었다.  나는 나라공원 주변 사슴들과 사람들을 보며 그냥 걸었다. 계속 걷다 보니 눈앞에는 산과 사슴으로 가득하고 새소리가 짹짹거리는 그런 풍경에 도달했는데 아름다웠다. 그 시간에 친구는 스벅에 앉아 여유를 즐기고 줄 서고 있던 돈카츠 집을 줄 없이 먹고, 근처에 있는 당고와 유명한 떡을 먹었다. 친구는 내가 아름답다고 느꼈던 그 풍경을 보지 못했다. 이 아름다운 풍경과 여유를 즐기지 못했다니, 내가 다 아쉬웠다. 처음엔 안타까웠는데 생각해 보니 그 친구도 나를 안타까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그 친구를 안타까워하는 것은 내 관점에서 그 친구를 바라봤기 때문이었다.


나는 자연을 좋아하고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본 풍경에 더 벅찬 감동을 느꼈겠지만 내 친구는 나만큼의 감동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나 역시 그 친구가 느꼈던 돈카츠의 감동을 그 친구만큼 느끼지 못할 것이다. 난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니까. 그걸 바꿔서 생각해 보면 그 친구 또한 내가 본 풍경을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반대로 생각하니까 이해된다. 서로가 서로의 것을 즐기지 못했더라도 만족할 수밖에 없는 이유, 서로의 것을 느끼지 못했다 해서 그 친구가 아쉽겠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숙소에서 재정비를 하고 다시 나갔다. 이렇게 보면 친구와 나는 일본의 아침보다는 밤과 새벽을 즐겼다. 2일 차 밤엔 야끼니꾸를 먹었다. 맛잘알 친구라 그 친구가 검색한 찐 현지인 맛집을 찾아갔다. 주변에 한국인이 한 명도 없는 걸 보니 정말 현지인 맛집이구나라는 걸 느꼈다. 각 테이블에 술병이 여러 병 있는 걸 보니 뭔가 정감 간다고 해야 하나, 그 사람들의 테이블 위에 있는 술병이 일상의 수다 같아서 좋았다.

한 직원분이 우리의 주문을 받으러 오셨다. 우리가 한코쿠 메뉴판을 요청해서 갖다주셨다. 한국어 메뉴를 보면서 막 주문을 했다. 다 주문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직원분이 뭔가 하실 말이 남아있었나 보다. 안 가시고 번역기를 계속 치셨다. 우리가 주문한 양이 아마 배가 안 찰 거라고 생각하셨나 보다. 밥은 괜찮냐, 김치는 괜찮냐 여쭤보셨다. 나는 그때는 생맥주가 목적이었어서 식사메뉴는 많이 안 시켰다. 잠시 망설이시더니 알겠다 하셨다. 일단 가져오겠다는 번역기로 주문이 마무리 됐다. 그 직원분, 담담한데 정말 친절하셨다. 또 오사카를 가게 된다면 그 직원분이 그리워서 갈 수도 있겠다.




일본에 다녀온 이야기를 다 하자면 너무 길어질 것 같다. 돈키호테를 다녀온 것, 교토에서 느꼈던 감정, 일본 학생들을 보고 느꼈던 신기함, 일본이 가지고 있는 귀여운 아날로그 감성, 그곳에서 먹었던 각종 간식들까지, 오밀조밀 귀여운 감정들이었다. 그 감정들을 또 느끼고 싶다.


앞으로 해외여행 또 가고 싶다. 이렇게 맑은 물처럼 깨끗하게 머리가 비워졌던 적이 있었나, 이렇게 온전하게 쉼을 느낀다니, 이 기분이 너무 좋고 행복해서 한국에 가기 싫었다. 한국에 가면 해야 할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한국을 가는 게 죽도록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만족스럽게 여행을 하고 나니, 이제는 다시 시작해야 할 때라는 것을 스스로 알았던 것 같다.




(다음엔 어디를 갈까,, 어디를 원동력으로 삼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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