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마음 풍경(1)
-상처가 상처에게

- 그땐 몰랐어. 너도 나만큼 아팠다는 걸

by 조현숙Jenny



상처가 상처에게


부서지고 깨진 건 나만이 아니었구나

내 마음 모서리 깎이는 동안

너도 내게 부딪혀 아팠었구나

푸른 멍 품고 바다로 흘러 깊어졌구나

_조현숙



간밤 비로 몸이 불어난 개울을 지나다 작은 폭포를 이루며 떨어지는 세찬 물살을 보았다.

개울의 돌들은 저렇게 흘러오는 물길에 차이고 부딪히며 조금씩 모서리가 깎여나갔을 것이다.

얼마 전 개울 정비공사 때 갖다 놓은 모난 바위도 오랜 세월 그렇게 풍상을 견디며 둥글게 둥글게 변해가겠지.

돌이나 바위가 깎이고 파여 나간다는 건 그들도 상처를 입었다는 말이 아닐까.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이 있지만 단단한 돌이 조금씩 깎여나갈 때 바위도 분명 아파하며 신음했을 것이다. 그렇게 아프고 아파야만 비로소 모난 돌은 부드럽고 매끈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바위만 아팠을까.

단단하고 날카로운 돌의 모서리에 떨어져 부딪히고 뒹구는 물은 또 얼마나 아팠을까.

온몸에 멍이 든 채 굽이굽이 돌들과 모래에 엉기고 부딪히며 떠내려간 물은 넓은 강을 거쳐 바다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멍이 풀려나간다. 바다가 한없이 깊고 푸른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오랫동안 내 상처만 보면서 아파한 적이 있다. 폭력처럼 느껴지는 그의 말과 행동이, 상황들이, 억울하고 속상했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도 아팠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깎여나간 만큼, 내게 부딪힌 그도 아팠겠지. 그땐 그걸 몰랐다. 나만 지독하게 아픈 줄 알았다. 그때 내가 그의 아픔을 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우린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까.


상처 없는 삶은 없다. 그러니 부지불식간에 나도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볼 일이다. 나만의 아픔에서 타인의 아픔으로 시선을 확장해 갈 때, 세상은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