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젖보다 맛있고 건강한!
채식 지향을 하기 시작할 때 사람들이 많이 시도해보는게 페스코 베지테리언 혹은 락토/오보 베지테리언이다. 고기를 많이 먹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어느정도 통용되는 사실이고, 해산물이나 달걀, 우유를 통해서도 필요한 영양분을 얻는 것이 충분하다(?)라고 흔히들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특히 달걀이나 우유같은 경우에는 직접적으로 먹지 않더라도 너무 다양한 가공품에 사용되기 때문에(디저트류, 베이커리류,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 커피 등) 일일히 성분표를 확인하는 것이 꽤 번거롭고 무엇보다도 동물을 '죽여서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낫다'라고 인지하게 된다.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었던 때가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비건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그 대안책을 찾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하며 고기는 최소한으로 먹되, 달걀과 우유는 동물복지 농장을 열심히 찾아봐 내 성에 차는 농장을 찾고, 그 곳의 정보를 공유하고, 거기에서만 구매를 해서 그런 축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을 지지하는 식으로 선순환을 시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였다. 우선 '동물복지'가 마크가 달려 있다고 해서 브랜드들이 마케팅 수법으로 흔히 쓰는 푸른 초원을 뛰다니는 젖소와 지푸라기 사이에 아름답게 낳아져 있는 닭알을 생각해서는 안된다. 동물복지는 말도 안되게 끔찍한 공장형 축산업을 적당히 끔찍한 축산업 정도로 바꾼 수준이다. 동물복지가 시행되는 농장에서 여전히 마취 없는 거세와 강제임신이 일어난다. 경기도에서 가축'행복'농장 인증을 받으려면 닭 1마리당 0.05m제곱 이상을 확보해줘야한다. 0.05m제곱이라.. 라면봉지보다는 크고 A4 사이즈보다는 작은 것이 0.05m 제곱이다. 평생을 그 정도 공간안에서 살면 그 가축은 '행복한 농장'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일반적인 축산업이 얼마나 끔찍한지 감이 오는 지점이다.
이런 실정을 알고 나서 나에게는 되려 고기보다 산란계와 유업계가 가장 끔찍한 축산업으로 느껴지게 됐는데 왜냐하면 고기로 태어나 끔찍하지만 짧은 삶을 살다 죽어 우리의 식탁에 올라서 최소한 그 시체라도 우리에게 먹히며 '약간이라도 동정심'을 일으킬 수 있는 고기에 비해 젖소와 산란계의 닭들은 한평생 우유와 알을 최대한으로 죽기 직전까지 착취당하면서도 오히려 고기보다는 '낫다', 라는 인식을 받을 뿐더러 그들의 끔찍한 삶의 종점은 결국 고기가 되는 마찬가지의 엔딩이기 때문이다.
채식지향을 시작 하고 나는 우유와 달걀을 제일 먼저 끊었다. 오히려 해산물과 고기는 먹고 싶을 때 아주 가끔은 먹었다. 마치 패스트 패션과 모피의 관계 같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모피를 입는 사람한테는 너무 쉽게 손가락질하지만 자신이 소비하는 패스트 패션이 환경과 동물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은 쉽가 망각한다. 내 눈에 바로 보이지 않는 것은 우리는 쉽게 망각한다.
한국인은 특히나 유당불내증이 많다는데, 우유를 많이 먹으면 키가 큰다는 미신 때문에 나도 어렸을 때 하루 3컵씩 우유를 마시면서 자랐다. 크고 나서야 나도 우유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식물성 우유를 먹기 시작하면서 두유밖에 초이스가 없던 것이 최근 들어서는 너도나도 다양한 식물성 우유를 내놓으면서 우유를 마실 때보다 오히려 더 다양하고 맛있는 옵션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장 기본인 두유부터, 다양항 종류의 넛밀크, 그리고 귀리우유, 완두콩우유까지. 오늘은 우리 주변에서 구하기 쉽고 맛있는 식물성 우유 9가지를 가져와봤다. 이 밖에도 훨씬 더 많은 초이스가 있으니 모두 취향껏 고통 없고 알레르기 없는 식물성 우유를 가끔씩 우유대신 즐겨보는건 어떨까?
1. 보급형 삼자매 / 3000원대 이하
:매일두유, 아몬드브리즈, 오트밸리
식물성 우유의 터줏대감인 아몬드브리즈와 매일두유, 그리고 요새 다양한 식물성 우유를 선보이고 있는 서강유업의 오트밸리를 보급형 식물성 우유로 꼽아봤다. 어느 순간부터 식물성 우유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프리미엄 식물성 우유는 반올림해서 만원 수준에 가격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런 식물성 우유들이 부담스럽다면 여기 세 가지 보급형 식물성 우유부터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 매일두유
매일두유는 단맛이 없는 고소한 두유다. 콩 함량이 높아서 요거트를 만들 때 이 우유를 사용하면 잘된다. 그 외에 요리를 할 때 생크림 대용으로 쓰기 괜찮다. 비건 로제파스타, 비건 크림파스타를 만들 때 추천!
- 아몬드브리즈
특유의 밍밍한 맛이 있지만, 그래서 또 깔끔하다. 오리지널도 많이 달지 않고 언스위트는 단 맛이 전혀 없는 버전이다. 그리고 라떼로 만들었을 때 다른 비싼 식물성 우유 못지않게 고소하고 맛있는 라떼가 완성된다! 집에서 라떼를 만들어 먹을 때 우유대신 쓰는 용도로 추천!
- 오트밸리
오트밸리는 요즘 가장 핫한 귀리우유이다. 거의 물같은 밍밍함이 있는데 안 달고 향 없는 아침햇살 같은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깔끔해서 단독으로 마시거나 스무디/쉐이크 등에 타 먹는걸 좋아한다. 처음 먹을 때는 왜 이렇게 밍밍해 할 수 있지만 계속 마셔도 부담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식물성 우유이다.
2. 직구형 삼자매 / 5000원대 이하
: 패시픽푸드 오트밀크, 밀카다미아(마카다미아 넛밀크), 캘리피아 오트 바리스타 블랜드
해외에는 정말 다양한 넛밀크와 식물성 우유들이 저렴한 가격에 존재한다. 이제는 직구가 편해진 시대라 아이허브나 쿠팡직구를 이용해서 다소 쉽게 구할 수 있는 몇 가지 식물성 우유를 가져와봤다.
- 패시픽 푸드
패시픽 푸드의 귀리 우유는 달고 진하다. 좀 느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베지밀보다는 덜 느끼하고 매일두유보다는 진한 느낌이랄까? 라떼를 만들거나 요리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조금 달달한게 땡기는데 초코우유를 먹기에는 죄책감이 들 때 대용으로 마시기 좋은 식물성 우유!
- 밀카다미아
밀카다미아는 넛밀크 답게 진하고 리치한 농도가 있다. 단독으로 마시는건 어려울 것 같고 베이킹이나 비건버터, 비건크림치즈 등 유제품을 대용해서 비건 요리를 할 때 쓰면 풍부한 맛이 나올 것 같다. 비건버터를 만들어보려고 벼루고 있는 중이다.
-캘리비아 팜즈 오트 바리스타 블랜드
식물성 우유 브랜드에서는 바리스타 버전이 따로 나올 때가 많다. 바리스타 버전은 라떼같은 커피 음료에 우유 대용으로 쓰기 위한 전용 음료인데, 보통 바리스타 버전은 더 고소하고 우유(?)스러운 맛이 난다. 캘리피아 팜스도 농도다 당도도 모두 적당하고 라떼로 만들었을 때 잘 어울린다.
3. 최전방 삼자매 / 7000원대 이하
: 스프라우드, 마이너피겨스, 오틀리
아마도 가장 힙하고 트렌디한 식물성 우유 라인업인듯하다. 오틀리가 가장 먼저 들어왔고 마이너피겨스도 비교적 최근, 스프라우드는 국내에 상륙한지 정말 얼마 안됐다. 오틀리와 마이너 피겨스는 귀리음료, 스프라우드는 특이하게도 완두콩 음료이다.
- 오틀리는 모든게 적당한 귀리우유다. 단독으로 마셔도 맛있고 라떼로도 맛있다. 오리지널은 단 느낌보다는 고소한 느낌이고 전반적인 밸런스가 모두 좋다.
- 마이너피겨스는 오트밸리처럼 밍밍한 맛이지만 뒷맛이 살짝 달큰하고 고소한게 어딘가 고급 호텔버전 아침햇살 느낌이 있다. 먹을 수록 매력이 있는데 단독으로도 부담없고 라떼로도 정말 매력있다!
- 스프라우드는 개성이 강한 두유 느낌이다. 농도도 꽤 진하고 끝맛에 완두콩 두유 특유의 향이 있어 살짝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그치만 매운 음식 먹을 때는 우유보다도 더!! 매운맛을 중화시켜준다. 채수로 변경한 마라탕/마라샹궈에 같이 먹으면 진짜 완벽하다.
이렇게나 다양한 식물성 우유가 있는데, 과연 우리에게 우유가 더 필요할까? 식물성 우유는 맛도 깔끔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언제든지 마실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집에서 만들기도 꽤나 쉬운 편인데, 그건 또 다른 글에서 소개해보기로 하고, 오늘 하루는 취향껏 고른 식물성 우유로 라떼를 한 잔 타먹어 보는건 어떨까?
맛있고, 건강하고, 무엇보다도 젖소가 고통받지 않아도 된다!
Go Vegan!
@imjinaaa
@wildsisters.offic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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