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에이전시를 운영하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계 대기업 중심의 디지털 마케팅 프로젝트를 주로 수행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국내외 스타트업의 마케팅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비교적 체계적이고 예산이 충분한 환경 속에서 진행되는 대기업 프로젝트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경험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2,500억 원 규모 SaaS 스타트업부터
국내 기관 투자를 받은 극초기 단계의 팀까지,
각기 다른 성장 단계의 스타트업을 직접 컨설팅하고 실행하며 느낀 점은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일수록, 외주보다는 인하우스로 직접 움직이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외주사를 운영하는 입장으로서 이렇게 말하는 게 모순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시장 검증과 고객 이해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외주를 쓰는 것은
방향 없이 예산을 흘려보내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동안의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이 언제 인하우스로 직접 마케팅을 해야 하고,
언제 외주를 활용하는 게 효과적인가에 대한 실전 기준을 정리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보통 MVP(최소기능제품) 혹은 Beta 버전 정도가 완성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시점의 핵심 목표는 “매출 확대”가 아니라 시장 검증(Market Validation)입니다.
즉,
우리의 제품이 정말 시장이 원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우리가 설정한 고객 페르소나가 실제 구매자·사용자와 일치하는가?
만약 반응이 기대보다 낮다면, 고객 정의를 다시 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답해야 하는 단계입니다.
이 시기에는 대규모 광고비를 무작정 투입하거나 외주사에 마케팅을 맡기기보다,
직접 시장의 반응을 관찰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구조를 세우는 게 우선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제품과 시장의 궁합(Product-Market Fit, PMF)을 확인하고,
실제 반응을 기반으로 “우리와 맞는 핵심 고객군(High-LTV Persona)”을 찾아내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내부에 마케터를 채용하거나 팀을 확장하고
검증된 메시지와 페르소나를 중심으로
마케팅 외주나 광고 예산을 효율적으로 투입할 수 있습니다.
결국, 초기 스타트업의 마케팅은 ‘광고’가 아니라 ‘탐색’의 과정입니다.
이 단계를 직접 겪지 않고 외주에 맡기면,
결국 고객을 모르는 채로 예산만 소모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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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 시장 검증을 위한 일반적인 마케팅 방법
스타트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따라 세부 전략은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시장 반응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일반적인 3가지 검증 방법을 소개해드릴게요.
1) 랜딩 페이지 테스트 (+ 소규모 광고 실험 ₩30~50만 원 수준)
제품이나 서비스를 간단히 설명하는 임시 랜딩 페이지(노션, Webflow, 워드프레스 등)를 만들어 MVP를 테스트합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Google, LinkedIn 등에서 페르소나별로 다른 메시지를 노출해 반응을 비교합니다.
매출보다는 클릭률·전환률·문의 비율을 중심으로, 관심도가 높은 고객군을 좁혀갈 수 있습니다.
→ 이 단계는 누가 반응하는가를 찾는 실험입니다.
2) 커뮤니티 리서치 및 인터뷰(시장조사)
실제 고객군이 활동하는 커뮤니티, 카페, 오픈채팅방, 슬랙/디스코드 그룹을 탐색합니다.
직접 질문하거나 경쟁 제품에 대한 후기·피드백을 관찰해 고객의 언어로 페인포인트를 수집합니다.
시장 조사방법론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조금 복잡하긴 하지만, 가능하다면 5~10명의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간단한 인터뷰나 서베이를 진행해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탐색합니다.
→ 이 과정에서 얻은 고객이 직접 사용하는 단어가 이후 마케팅 메시지의 핵심이 됩니다.
3) 간단한 리드 수집 캠페인
제품이 완전히 출시되지 않았더라도 대기 리스트(Waitlist) 형태로 관심 고객을 모을 수 있습니다.
예: “출시되면 알려주겠다” 식의 페이지를 만들어 실제 관심이 얼마나 있는지를 수치로 확인합니다.
국내 스타트업 뤼튼 역시 초기 시장 검증 단계에서 이 방식을 활용해
고객군의 반응을 데이터로 확인한 뒤 본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습니다.
→ 이 방식은 제품 완성 전에도 타겟 고객을 파악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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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저희 팀이 진행했던 여러 스타트업 마케팅 프로젝트 중에는
상당한 투자를 유치하고 높은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지만,
정확한 고객 정의나 제품의 셀링 포인트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외주를 진행했던 팀도 있었습니다. (저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프로젝트였어요)
워낙 제품이 혁신적이었기 때문에 그 팀은 4년이 지난 지금 데스벨리를 극복하고 꽤 큰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즉, 초기에 방향이 완벽히 잡히지 않아도 제품 자체로 성장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시행착오가 많은 여정이 됩니다.
반대로, 협업했던 또 다른 실리콘 밸리 스타트업은
외주를 맡기기 전 이미 자신들의 핵심 셀링 포인트와 타깃 고객 페르소나를 명확히 알고 있었고,
이 팀은 프로젝트 초기부터 목표와 방향이 명확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시장 반응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마케팅 외주사가 초기 스타트업을 경험하지 못했거나, 일반적인 자영업자 대상 포트폴리오가 많다면
시장 검증과 고객 발굴 프로세스에 익숙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때문에 스타트업 고객사와 외주사 모두 우왕좌왕 길을 잃기 쉽습니다.
결국 프로젝트는 방향을 잃고, 시간과 예산만 소모된 채 흐지부지 어색하게 마무리되곤 합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마케팅 외주를 시작의 수단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외주는 시작이 아니라 확장의 수단입니다.
스타트업 초기에는 제품이나 고객 정의가 계속 바뀌기 때문에
외주사가 방향을 잡기 어렵고,
결국 결과물은 실망스럽습니다.
외주를 써야 하는 타이밍은 이미 내부에서 일의 패턴이 만들어졌을 때,
즉,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한데 리소스가 부족한 시점”입니다.
이때 외주는 내부 마케팅 실행 구조에 속도를 더해줍니다.
즉, 마케팅 외주의 효율은 PMF(Product-Market Fit) 이후부터 급격히 달라집니다.
제품이 시장에서 사랑받기 시작하고,
“이 고객군이 우리에게 맞는다”는 감이 잡힌 시점부터
외주는 강력한 가속 장치가 됩니다.
이 단계에서의 외주는 단순히 광고를 집행하는 역할이 아니라,
이미 돌아가는 내부 구조를 확장·자동화·정교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즉, 방향이 정해진 뒤 속도를 내는 단계에서 가장 큰 효과를 냅니다.
외주는 방향을 정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정해진 방향을 빠르게 밀어주는 파트너라고 생각하는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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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를 쓰면 좋은 3가지 상황]
1️⃣ 리소스 병목이 생길 때
콘텐츠 제작, 광고 세팅, 디자인 등 반복 업무가 포화 상태일 때입니다.
내부 팀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대강 아는데
누가 그것을 할 시간이 없다면, 외주가 효율적입니다.
2️⃣ 단기 전문성이 필요한 프로젝트일 때
예를 들어, SEO 구조 개선, 리브랜딩, CRM 시스템 세팅 등
짧은 기간에 고도의 기술과 경험이 필요한 프로젝트는
외주가 빠르고 비용 효율적입니다.
3️⃣ 마케팅 구조를 시스템화하고 싶을 때
외주를 단순 대행으로 쓰기보다
‘우리 팀의 구조를 세팅해주는 파트너’로 활용하는 접근입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 리포트 자동화나 콘텐츠 캘린더 구축은
외주를 통해 빠르게 체계를 잡을 수 있는 영역입니다.
[외주를 쓰면 안 되는 타이밍]
1️⃣ 아직 브랜드 포지션, 핵심 메시지, 고객 정의가 불명확할 때
2️⃣ 내부에서 성과를 측정하거나 피드백을 줄 구조가 없는 경우
이런 상태에서 외주를 쓰면,
외주사도 방향을 잃고 결국 성과없이 흐지부지 계약이 끝나기 쉽습니다.
특히 2️⃣ 두 번째 경우, 성과를 관리하고 피드백을 줄 인력이나 구조가 전혀 없는 팀이라면 더 위험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만약 나쁜 외주사와 계약한 경우, 고객사를 만만하게 보고
마케팅 강도를 다르게 적용하는 등의 꼼수를 부릴 수도 있고
결국 비용은 쓰지만, 무엇이 잘 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로 프로젝트가 끝나버리는 일이 많습니다.
외주는 시작이 아니라 확장이다
스타트업의 마케팅은 결국 ‘제품과 고객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누구를 설득할 것인가, 무엇을 말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반복할 것인가.
외주는 그 답을 대신 찾아주는 존재가 아니라,
이미 찾은 답을 더 멀리 전달해주는 도구일 뿐입니다.
물론 정말 좋은 마케팅 외주사라면 이 과정을 일정 부분 대신해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 외주가 장기적으로는 한계를 갖듯, 마케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누구도 대표만큼, 팀만큼 사업을 진지하게 다룰 수는 없습니다.
특히 시드 단계의 스타트업이라면,
대표나 팀이 직접 시장과 부딪히며 고객의 언어를 배우고 세분 고객별 초기 데이터를 확인하고
검증해 나가는 과정이 가장 강력한 마케팅입니다.
그때 만들어진 메시지와 통찰이 이후 인하우스팀이나 외주 파트너가 일하는 모든 기반이 됩니다.
Jenna Jang
(現) 마케팅 에이전시 & 소프트웨어 개발사 운영
(前) 다수 글로벌 IT 기업 마케팅팀 재직
(現) 경영지도사
한국과 캐나다에서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및 소프트웨어 개발사를 운영하며
Dell, Shopify, Hanwha, Gartner, Ford, Autodesk, Cathay Pacific, Shiseido, Swatch 등
40여 개 글로벌 브랜드의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이후 여러 실리콘밸리 및 국내 스타트업의 마케팅 프로젝트 및 개발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마케팅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걸 현장에서 체감했습니다.
현재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최대한 외주 없이도
스스로 마케팅을 운영할 수 있는 실행 인사이트를 나누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