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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May 11. 2016

혼자 여행하며 친구 사귀기

뉴질랜드 여행, 먼저 다가가면 ‘소통’이 된다.

혼자 뉴질랜드로 여행을 떠났다.   


"왜 혼자 여행을 가? 빨리 결혼을 해. 혼자 여행 그만다니고."  

별 이야기를 다 들어가며 혼자 여행을 다녔지만, 이번 여행을 달랐다.

오직 혼자 있는 순간, 세속에서 벗어나 나를 변화시키고 좀 더 성장하기 위해 떠나 온 여행. 오롯이 내게만 집중하며 나를 찾고 싶었다.


이상하게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외로웠다. 큰 맘먹고 모은 돈으로 기껏 여행을 와서는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뉴질랜드의 12월은 하루에 4계절이 왔다 갔다 할 정도로 일교차가 컸다. 여름옷만 가져간 탓에 추워서 벌벌 떨고 있었다. 호스텔 앞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했다.   

강한 바람 속에 커피향이 진하게 퍼져 잠시 나마 행복을 느낀다.   

주변사람들에게 그토록 '삶의 의미'와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물어보고 다녔어도, 절대 답이 나오지 않아서 떠났다. 결국 그 행복은 나 자신이 찾아야 하는 만큼 이번 여행에서온전히 내게 몰입해 '삶의 의미'를 찾고 싶다. 혼자 여행한다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신념과 믿음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자, 누구에게나 필요한 하나의 중요한 수단일 것이라 확신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하면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싶다.  

그런데도 혼자 여행을 하다 보니 외롭고 두렵기도 하고마음의 상처를 받는 일도 종종 생긴다.  그럴 때 마다 누군가가 옆에서 힘이 되어주거나 달래주고 도와주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혼자 여행하는게 좋아서 떠났지만 누군가와 ‘소통’ 하고 싶은 열망이 커졌다.

'혼자' 여행하면서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 ‘소통’의 행복을 느낀다.


뉴질랜드 Raglan, 요가 클래스에 참여하다.

첫날 도착한 숙소는 산속에 있는 곳이라 와이파이도 안되고 심지어 유심칩으로 데이터를 쓸 수도 없었다.가져간 책을 하루종일 보기엔 너무 지루하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마침 쉬고 있는 스콧랜드에서 온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오늘 뭐 할거냐고 물어봤더니 요가강사가 숙소에 있다고 들었는데 사람이 적어서 반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 친구 덕분에 네 명이 모여 5불에 1시간 동안 요가클래스를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스코틀랜드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았으면 이런 좋은 경험도 놓쳤을 거다. 역시 혼자 여행하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건 먼저 다가가는 것이란 걸 또 한번 깨닫는다.   

나와 스콧랜드, 독일, 영국에서 온 친구 넷이 요가클래스를 참여하게 됐다.

요가 강사는 미국에서 온 30대 초반 여자였고 뉴질랜드에 있으면 그냥 마음이 편안하고 너무나도 행복하다고 했다. 요가 매트 여러개와 음악만 있으면 자기 사무실이 된다며 지금 자기가 하고 있는 모든 게 좋다고 했다. 그 모습을 보니 내가 걸어온 삶과 지금 걷고 있는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 됐고 행복이란 남에게 보여지는 것이 아닌 내 안에 있는 것이란 걸 왜 잊고 있었나 싶었다.   

독일에서 온 친구는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고 호주, 뉴질랜드 여행을 6개월째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나온 삶에 대해 돌아볼 겸 장기간 여행을 하고 있는데 솔직히 집에 가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여행은 좋은 것이지만 가끔은 집이 그립기도 하고 매일 좋은 것만은 아니라며 서로 맞장구 쳤다.   

요가를 하러 한참을 걸어갔는데 아까 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꼭 한번 올라가 보고 싶었던 view point가 나왔다. 우리가 오늘 저곳에 올라가 바다를 보며 요가를 한다는 것에 다같이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요가 매트를 각자 하나씩 깔았고 요가 강사가 틀어준 음악으로 다같이 요가를 했다.   

바다를 보며 명상을 하고 호흡을 내쉬며 몸을 푸는데 하늘에 떠있는 기분이었다. 예쁜 구름과 살랑살랑 부는 바람 그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까지 내 앞에 펼쳐지는 모든 풍경들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줬다. 이런 게 행복일까?   


미국 친구에게 카야킹을 배우다.

Lake Aniwhenua 숙소에서 진행하는 카야킹 액티비티를 신청했다. 카야킹은 어떻게 진행되는 거냐고 물어봤더니하고 싶을때 스스로 저 길을 뚫고 내려가서 호수에 있는 카약을 타라고 하길래 당황스러웠다.   

여태까지 액티비티는 누군가가 안내를 하거나 설명해줬는데 여기선 구명조끼를 들고 내려가면 누군가가 있을 거라는 말 뿐이었다.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결제를 했고 구조대원이나 가이드가 있을거란 생각과 함께 구명쪼끼를 입고 호수쪽으로 내려갔다.   

카야킹을 하러 내려갔더니 진흙투성이에 카약만 몇개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고 수영을 하러 왔다가 열악한 환경에 그냥 사진을 찍고 있는 미국 여자애들이 전부였다.



한창 자기들끼리 노느라 바쁜 미국애들한테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여기서 카야킹을 하려 했는데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게 사실이냐며 혼자 카약을 타야하는데 어떻게 타는지도 몰라서 당황스럽다는 얘기를 했다.   

내 사연을 듣더니 케이티라는 친구가 자기가 미국에서 카야킹을 배웠다면서 너만 괜찮다면 자기가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 나야 그렇게 해준다면 정말 고맙다고 반겼다.

학교 친구들이라는 미국애들은 아주 친절하고 밝았다.   

내가 카약에 먼저 탔고 케이티가 호수쪽으로 내가 탄 카약을 밀어줬다. 케이티가 노를 어떻게 젓는지 알려주고 내 짐을 맡아주며 사진도 찍어줬다.   

그렇게 카약에 탄 채로 다같이 어디 나라에서 왔는지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미국애들은 내 영어 이름도 지어주고 한국 문화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다. 싱가폴, 중국 등 아시아 여행을 종종 가봤지만 한국은 생각도 못해봤다며 한국은 분쟁 중이라는 것 외에는 잘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뉴질랜드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Where are you from? Korea? South or North? 였다. 그렇게 미국 친구들과 학창시절 이야기부터 여행얘기까지 하며 많이 웃었다. 미국드라마에 나오는 귀여운 4총사 느낌의 친구들이었다.   

내가 먼저 이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다면 카야킹을 배우지도 못했을 것이며 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도 못했을 거다.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었더니 우린 ‘소통’했다.

따스한 햇살과 내가 젓는 노에 흔들리는 물소리가 나를 들뜨게 했다.   

내가 물위에서 움직일 수 있게 해준 케이티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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