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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정은 Jun 12. 2020

트라이링구얼로 키우기

삼개국어 능통, 이대로 가능할까?


우리 아이들은 부모를 따라 어쩌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오게 되어 조금은 생뚱맞게 일본어에 노출이 되었다. 굉장히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반 일본 유치원에 등록할 엄두도 안 났었고, '일본이라는 나라에 얼마나 살겠어'하는 마음도 조금 있었기에, 바로 외국인학교에 등록시켰다. 하지만 외국인학교라 해도 많은 일본계 친구들이 생겼고 학교 생활 외에 마주하는 바깥의 모든 상황에서 일본어에 둘러싸인 아이들은 자연스레 일본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나 또한 일본어라는 낯선 외국어에 대한 경계심과 어색함이 점차 줄어들었다.


일본어는 어쨌든 사용 인구가 많은 중요한 언어 중에 하나이고, 언어는 많이 알아서 나쁠 게 없다는 생각에 이곳에 사는 동안의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일본어 노출을 자연스럽게 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어느 나라에 살든, 그 장소의 주 언어를 할 수 있냐 없냐의 차이는 그곳에서의 삶의 질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대충 노출만 시켜줘도 1년 정도 지나면 아이들은 일본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나의 착각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삼개국어를 구사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부모가 생각보다 아주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트라이링구얼인 아이로 키우기 위한 여러 구체적인 비법들이 구글 검색만 해도 수도 없이 쏟아지는 걸 봐서, 분명 불가능한 게 아니고 꽤 흔한 고민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는 글로벌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 과제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가장 잘 알려진 두 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한 부모, 한 언어' 방법 (One Parent One Language Strategy)

아빠와는 A, 엄마와는 B를 쓰고, 집 밖에서는 C를 쓰는 방법


2. '덜 쓰이는 언어는 집에서 방법' (Minority Language at Home Strategy)

부모와는 A, 집 밖에서는 B 또는 C를 쓰는 방법


처음에는 가장 보편적인 1번 One Parent One Language(이하 OPOL)을 해보기로 하고, 나는 영어, 남편은 한국어, 학교에서는 영어, 학교 밖에서는 일본어인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오는 문제는 취침을 일찍 하는 아이들 때문에 아빠와 한국어로 소통하는 시간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또한, 일본어는 일부러 내가 상황을 만들지 않는 이상 (놀이시터를 고용하거나 방과 후 액티비티를 보내거나 등등) 아이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리하여 2번으로 넘어가 집에서는 한국어, 학교에서는 영어를 쓰게 해 보았다. 하지만 또 이 방법은 이중언어에는 탁월한 방법이지만 3중 언어가 되기에는 OPOL과 마찬가지로 3번째 언어인 일본어의 노출이 거의 없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두 방법이 우리 가족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아이들에게 혼란을 주기 싫어서 일단 언어의 우선순위를 정하기로 했다.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 

한창 성장하는 유아기의 아이들에게는 지속적으로 주입되고 사용할 수 있는 주 언어가 있어야 한다.





언어능력은 노출된 양과 비례한다. 하지만 이 물리적인 양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질적인 양이다. 아이들의 언어는 타인과 그 언어로 교감하고 소통하며 는다. 이것은 내가 어렸을 적에 영어를 자연스럽게 놀면서 배운 경험으로 깨달은 것이다. 어린아이가 삼개국어를 같은 레벨로 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이유는, 아이들이 깨어서 활동하는 시간이 제한되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 인도, 아프리카 등에서 3개국어 또는 4개국어 이상을 무조건 해야 하는 나라의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은 그 사회의 모두가 지속적으로 영아기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규칙적인 양질의 언어적 인풋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내가 제3의 언어를 쓰는 나라에서 두 유아를 키우며 깨달은 사실은, 어린아이라고 해서 언어를 그냥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완벽한 바일링구얼도 있기가 힘든데, 트라이링구얼은 오죽할까. 또한 3번째 언어 인풋은 기존 두 언어의 깊이마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트라이링구얼이 되기란 더욱더 힘들다. 일본 유치원이나 학교로 진학을 시켰다면 영어가 자연스레 퇴화하고 일본어가 주 언어가 되고 한국어가 두 번째가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삼개국어 이상을 성취하기란 그만큼 본인이 처한 환경과, 부모의 노력과, 나아가서는 개인의 끊임없는 노력이 더해져야 가능한 것이다.


또한 삼개국어에 완벽하게 유창한 아이들로 키우기에 우리는, 부모인 우리가 일본어를 잘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여기서 못한다는 것은, 성인으로서 겪는 업무적인 일이나 거래에서의 대화가 아닌, 잡다구리 한 일상의 상황을 일본어로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 부모 세대가 평생을 학교에서 영어를 배웠어도 대화를 할 때 뭔가 어색하고 바로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 언어의 우선순위를 영어(주 언어) - 한국어(가족의 언어) - 일본어(집 밖 환경의 언어)로 정하였다.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한계를 인정하고, 현실적인 목표를 정한 것이다.


동화책을 자연스럽게 읽어주는 건 아직 너무나 어렵다


앞서 말했듯이, 아무리 트라이링구얼이라 해도 사람마다 각 언어를 얼마나 잘 구사할 수 있냐 하는 깊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 점을 이해하고 천천히 노출만 시켜준다는 마음으로 첫째 아이를 일본어로 된 수영과 테니스 레슨에 보낸다. 아이들과 일본어로 놀아주는 일본인 베이비 시터도 정기적으로 부른다. 물론 그것만 갖고서는 절대 일본어를 잘할 수는 없겠지만, 나중에 학업을 시작할 나이가 되었을 때 일본어에 본인이 관심이 있다면 조금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다.


아직 1학년도 안된 미취학 아동 둘이기 때문에, 천천히 가려고 한다. 트라이링구얼은 못될지언정 2.5링구얼 정도는 실현 가능한 목표일까? 언어를 공부가 아닌 교감과 소통의 수단으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인지하여 자기들 것으로 만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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