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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서고생 Oct 24. 2019

당신의 반려견은 곧 죽습니다.

죽음의 에티켓 - 롤란트 슐츠

1.  

집중치료시설 안의 산소분압을 최대치로 높여놔도 헐떡임은 줄지 않는다. 폐에 물이 찼다. 채혈과 약물 투여를 위한 카테터와 수액줄의 갯수에서 상황이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나이가 많을 수록 생체를 일관적으로 유지시켜주는 시스템들이 망가진다. 버티고 있는 생체 내의 시스템이 더 이상 치료와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다. 전화기를 들고 보호자에게 말한다.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고" 보호자가 오기전까지 버티는 애들도 있고 아닌 애들도 있다. 어떤 원인이였는지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에 관계없이 보호자들의 반응은 같다. 슬픔, 오열, 분노 그리고 자책. 꽤나 복합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묘사할 단어를 찾을 수 없다.


2.

  강아지 이야기이다. 죽음에 다가가는 경로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르지 않다. Pet loss syndrome 이라는 용어도 있다. 반려동물의 죽음 뒤 보호자에게 오는 상실감, 죄책감 등으로 일상생할을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 감정이 처음 발현되고 가장 극적으로 터지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첫 단계를 정면에서 보는 나는 많은 고민을 한다. "무슨 말을 해드려야 할까? 치료가 얼마나 잘되었고 연명치료가 어느정도 까지 성공했는가? 그래서 얼마나 더 오래 살았고 마지막은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나오는 말은 "보호자님 기다리다가 보고 갔네요", "좋은 보호자 만나서 잔병치례 없이 오래 살다 편히 갔네요" 이다.


3.

나는 죽음을 부정한다. 죽음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직업이라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죽음을 긍정할 수 없다. 환축이 오자마자 죽음에 대해 말하는 수의사는 능력이 없다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의 에티켓"은 깊은 울림을 준다. 내가 아닌 보호자를 생각한다면 추상적이고 희망적인 이야기 보다는 죽음의 디테일을 이야기 하는 방법도 있구나라는 생각이다. 누구나 죽는다는 것을 알지만 누구도 체감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호자들은 반려동물도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안다. 의학기술의 발전과 반려동물은 원래 사람보다 수명이 짧다는 사실이 오히려 죽음을 가리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적나라하고 조금은 냉정해 보일 수 있는 말들이 그들에게 속도를 조절 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해준다.

4.

반려견을 키우는 보호자들에게도 책을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자신의 죽음을 준비할 수 없는 우리의 반려견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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