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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Oct 20. 2023

미래에서 온 빈티지,VISVIM

비즈빔 디렉터 나카무라 히로키가 전하는 이야기

Brand LAB: VISVIM

미래에서 온 빈티지






실물이 더 아름답다. 어느 유명 배우의 이야기가 아니다. VISVIM의 옷 이야기다. 알면 알수록 반전의 매력으로 가득한 VISVIM. 혼돈의 패션계 안에서도 본연의 오리지널리티를 굳건히 지켜가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미래의 공격에도 끄떡없어


뭐가 이렇게 비싸지? VISVIM의 옷을 처음 접한 사람들은 대부분 생각보다 높은 가격에 깜짝 놀란다. 겉보기엔 그저 논밭이나 목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옷차림처럼 보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컬트적인 인기로 엄청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가 바로 VISVIM이다. 대체 왜?



VISVIM의 디렉터 나카무라 히로키(Nakamura Hiroki) ©heddels.com




오래된 물건이 가진 매력. VISVIM은 빈티지가 가진 고유한 아우라를 가장 잘 살려낸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디렉터 나카무라 히로키(Nakamura Hiroki)는 이런 VISVIM의 컨셉을 퓨처 빈티지라 명명하는데, 이 생소한 단어는 브랜드의 철학을 반영해 히로키 본인이 직접 만든 말이다. 뜻은 단어 그대로다. 미래에도 빈티지함을 유지할 수 있는 옷.



오래된 VISVIM은 절대 죽지 않는다 ©visvim.tv




히로키는 14살때 부터 빈티지 제품에 매료되어 있었다. 하루는 유사한 디자인의 부츠 두 켤레를 무심코 바라보고 있었는데, 한 부츠는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데에 비해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음을 문득 깨달았다. 그리고 이내 그 힘의 정체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는 이후 수많은 빈티지 제품을 수집하고 연구하여 그 아우라를 자신의 제품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머리보단 몸으로. 그는 오랜 세월 동안 이어진 여러 나라의 전통 의류 제작 기술을 성실히 공부하고 체험하며 직접 익혀나갔다. 자연친화적인 원단에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한 가공법을 사용해 빈티지한 느낌을 구현하고, 현대의 기술력까지 적용해 지속성까지 높히려 했던 것. 다섯 개의 재킷을 구입하는 대신 오래 입을 수 있는 재킷 하나가 더 나은 선택이 되게끔 말이다.



진흙 염색, 천연 도료 사용 등 전통적 방식을 그대로 계승한 VISVIM의 생산 공정 ©visvim.tv




하지만 히로키의 목적은 단지 빈티지의 재현만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이 빈티지함을 현대 생활에 무리 없이 적용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편안함과 튼튼함을 보장할 수 있는 옷. VISVIM의 소셜 스컬프쳐(Social Sculpture) 데님은 이러한 고민이 효과적으로 적용된 브랜드의 시그니처 아이템이다. 오래된 느낌의 워싱과 현대 데님의 향상된 착용감을 모두 잡아낸 뜻깊은 결과물로, 만드는 과정 역시 간단치 않다. 데님 하나를 몽땅 해체했다가 다시 쌓아 올리며 마치 하나의 조각품을 다루듯 제작한다. 때문에 이름도 소셜 스컬프쳐, 즉 사회의 조각품이란 뜻을 갖고 있다.



소셜 스컬프쳐(Social Sculpture) 데님 ©visvim.tv







기억의 조각에서 탄생한 브랜드


VISVIM만의 독특한 무드는 히로키의 추억을 바탕으로 한다. 그는 아버지의 권유로 일본어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로 유학을 결심하는데, 12살이란 어린 나이였음에도 파격적인 알래스카행을 택한다.



알래스카 원주민들의 전통 의상 ©a15.beauty



캠핑, 고래 관찰, 스노보드,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여행. 그는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그 지역의 원주민들과 어울려 지냈다. 덕분에 매체를 통해 접하는 것 이상으로 그들의 문화를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지금의 VISVIM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GRAILED와의 인터뷰 에서 오늘날까지 내 작업에 계속해서 영감을 주는 건 아메리카 원주민의 문화라 밝히며, VISVIM의 뿌리가 유년 시절의 다채로운 기억에서부터 시작된 것임을 고백한다.



여전히 여행에서 영감을 찾는 히로키 ©visvim.tv

캠핑 트레일러 형식의 VISVIM 스토어 ©grailed.com








오리지널리티의 조건


그는 VISVIM을 런칭하기 이전, 세계 최고의 스노보드 전문 브랜드 버튼(Burton)에서 8년간의 경력을 쌓았다. 빈티지 풍의 의류에 기능성 소재들을 결합시켜 내구성을 높이려 했던 시도는 어쩌면 이러한 커리어의 영향을 받은 건지도 모른다. 이윽고 2001년, 히로키는 야심차게 자신의 브랜드 VISVIM을 런칭한다. 이름은 평소 V자에 애착이 깊었던 히로키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히로키가 직접 수집한 다양한 부족들의 신발과 그를 토대로 완성된 FBT 부츠 ©visvim.tv, ©grailed.com




설립 후 초기 4년은 신발 제조만을 주력으로 하였다. 여기서 탄생한 것이 바로 또 하나의 시그니처, 모카신과 스니커의 하이브리드인 FBT 부츠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신발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발목에 보온을 위한 프린지 레이어를 더한 것이 특징이자 장점. 또한 편안한 착화감을 위해 EVA Phylon 중창과 흔들림을 제어하기 위한 TPU 힐 스태빌라이저까지 탑재해 전통의 미감과 현대적 기능성을 모두 갖춘 막강한 신발로 거듭났다.



©hypebeast.com, ©eyecmag.com



이처럼 그는 각 나라의 민속 의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의류를 선보인다. 이쯤 되면 퓨처 빈티지라는 그의 철학이 더 가까이 와닿지 않는가? 이외에도 일본의 기모노, 아메리카 원주민의 담요, 프랑스의 크로셰, 핀란드 사미족의 신발 등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의상도 히로키의 손을 거치면 세련된 현대미를 겸비한 개성 있는 의류로 재해석된다.

그것은 진짜입니다. 히로키는 이런 여러 부족들의 패션이야말로 '진짜'라고 강조한다. 그들의 실제 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패션이여, 반성의 시간을 가져라. 옷의 미감과 가치에 씌워진 인위적 꾸밈과 이미지들에 대해.



일본의 기모노에서 영감을 받은 2017 SS 재킷 ©nextshark.com, ©eyecmag.com
아메리카 원주민의 담요 패턴에서 힌트를 얻은 2018 FW 재킷 ©ko.foursquare.com, ©hypebeast.com
프랑스의 크로셰를 포인트로 한 2013 FW 재킷 ©fruitofthesehands.com, ©aucfree.com



VISVIM은 패스트 패션과는 정반대의 대척점에 있다. 그들은 오래도록 고객과 함께 할 옷을 만들기 위해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VISVIM의 오리지널리티는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전통을 있는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닌, 살려야 할 건 살리고 정비가 필요한 부분은 보강하여 VISVIM만의 차별화된 아우라를 획득한다. 과거 오래된 빈티지 부츠에서 느꼈었던 그 강인한 힘을 말이다. 덕분에 어디서든 이건 VISVIM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챌 수 있을 만한, 강력한 오리지널리티를 쟁취할 수 있었다.



2016년 피렌체에서 열렸던 VISVIM 런웨이 ©visvim.tv





VISVIM에 담긴 음악적 코드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기타 플레이어인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은 VISVIM과 Loro Piana 외엔 어떤 것도 입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대 블루스의 거장인 존 메이어(John Mayer) 역시 VISVIM만을 위한 옷장을 따로 둘 만큼 자타공인 마니아다. 방탄의 RM은 VISVIM 팬츠를 위해 중고나라 거래까지 감행했을 정도. 뿐만 아니다. 썬더캣(Thundercat)과 칸예(Kanye West), 드레이크(Drake)와 에이셉 라키(A$AP Rocky)등 실력 있는 래퍼들 역시 이 VISVIM의 매력에 푹 빠져있음을 고백한다.



VISVIM의 데님과 부츠를 즐겨 착용한다는 에릭 클랩튼 ©tenuedenimes.com, ©트위터 @panderson2
VISVIM 콜렉터로도 유명한 존 메이어 ©gq.com


디렉터 히로키와 함께 찍은 사진 ©williamsonpr.com, ©John Mayer Facebook




이처럼 VISVIM을 사랑하는 유명인은 셀 수 없지만, 그중에도 유난히 뮤지션이 많이 보인다. 이유가 무엇일까?

답은 음악의 역사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뮤지션들, 나아가 음악 애호가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 장르의 전통과 맥락이 얼마나 중요한 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옛 것의 고유한 매력을 자신의 개성으로 해석해 동시대 리스너의 귀를 충족시킬 곡으로 재구성하는데 집중한다. 에릭 클랩튼과 존 메이어의 주종목인 블루스 스타일은 특히 그렇다. 재즈와 힙합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그토록 외치는 소울(Soul), 음악의 원천이자 음악의 흐름을 지탱하는 뼈대인 이 소울을 잃지 않기 위해 말이다.



VISVIM으로 올 착장한 썬더캣과 FBT 부츠를 신은 칸예 ©complex.com, ©rap-up.com

VISVIM의 반다나 푸퍼 재킷을 입은 칸예 웨스트와 드레이크 ©popsugar.co.uk
VISVIM의 기모노 재킷을 입은 RM과 존 메이어 ©koreaboo.com




그동안의 VISVIM의 행보는 이런 뮤지션들의 신념과 일맥상통한다. 세상에 아름다운 옷은 많지만, 그것을 생산하는 브랜드의 철학과 방식까지 고객의 생각과 일치하긴 쉽지 않다. 어쩌면 히로키의 전통을 존중하는 마음, 즉 소울을 존중하는 마음이 뮤지션들에겐 더 각별히 와 닿았을지 모른다. 긍지를 품은 자유와 시대를 거스르지 않는 태도. 그렇게 VISVIM은 뮤지션들에게 옷 이상의 가치로 소통했던 것이다.



창립 15주년을 기념으로 열린 VISVIM 아카이브 전시 ©hypebeast.com


패션에 대한 나의 관심은 패션에 내재된 자유로움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상상하는 것을 자유롭게 창조하고, 그것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 나는 바로 이 매력에 사로잡힌 것입니다.
– 나라 없는 남자, VISVIM의 디렉터 나카무라 히로키



줄곧 새로움 만을 외치던 패션계. VISVIM은 그 치열한 세계 속에서 꾸준히 전통의 가치를 주장해 온 보석같은 브랜드다. 인간의 살아있는 역사와 함께 호흡하며 말이다. 이것만으로도 VISVIM을 사랑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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